<백승주 칼럼> 도민불신.네탓공방 자초한 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

 제주자치도와 도의회가 제주도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전제로 하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정권 교체기에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합심하여 노심초사(勞心焦思)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의 공치사에 열중하면서 도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보기에는 양 기관의 ‘힘겨루기식의 따로 국밥형태’ 처신으로 비쳐지고 있어 우려되는 양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형 행정체제 개편 여부는 현재와 미래 도민 모두의 생사화복에 매우 깊이 직결되어 있는 제주 최대현안 중 하나다.  개편논의가 진작 마무리되어 중앙정치권과 조율과정을 거쳐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서 네 탓 공방으로 이뤄지는 사실 자체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국제자유도시 개발주체의 조직구성문제라는 점에서 양 기관이 합심하여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각 자 본분이기에 더욱 그런 감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제주개발문제 이상으로 이 문제가 질질 끌면서 다루어지는 것은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  기초자치단체 부활, 처음부터 실패를 예감케 한 ‘제주형 모델’

지난 지방선거 이후 행정체제 개편논의를 주도했던 양 기관의 행태를 대충 들여다보면 뜬금없이 이제 와서 서로 네 탓 공방 밑천으로 삼아 문제를 키우는 것 자체가 자신들이 여태껏 본분을 다하지 않았음을 이실직고하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

우선 집행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여 사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 도의회에 대하여는 자신의 대안이나 집행부안에 대한 이슈를 선점하여 집행부를 논의의 광장으로 끌어 들여 보았느냐고 묻고 싶다. 

제주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또한 도민의 입장에서 도민 의견을 경청해 대처해야 함에도 용역기관이 제시한 두 가지 안중 특히 ‘단체장을 직선하되 의회를 구성하지 않은’ 안을 고집스럽게 선호하여 논의하려 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관점의 차이 일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법제, 특히 현행 헌법과 지방자치법제 어디서도 용역기관이 제시한 안중 제주자치도가 선호하는 안(단체장을 직선하되 의회를 구성하지 않)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주장을 해 왔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나 제주지역 특수성에 비추어 국회가 쉽게 받아들여 처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논의 과정에서 제주자치도가 확정된 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없었던 사정에 비춰서도 그런 감을 지울 수 없다.

현행 우리나라 헌법과 지방자치법상 지방분권, 즉 자주성과 독자성 그리고 자율성이 보장된 지방자치단체로는 기관분립형의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이외의 자의적으로 만들어지는 유사한 지방자치단체 유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행정시나 행정구는 지방자치단체 유형이 아니다. 제주자치도가 선호 하는 ‘직선시장을 두는 행정시’ 또한 특단의 배려가 없는 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대안임에 틀림없다.
 
그간의 정황은 제주도정 차원에서 전혀 새로운 유형을 선호함으로써 스스로 매우 어려운 국면을 조장해 왔다. 더욱이 제주자치도나 도의회가 도민사회의 합일된 안을 도출하기 위해 선호안과 다른 안을 내 놓고 절충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패를 스스로 공감하면서도 쉬쉬하면서 밀어 붙여왔다는 점 등에서 네 탓 공방은 책임회피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  국제자유도시 목표 달성 효율성 위해 도민권익 침해 불가피하다?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와 기능은 전혀 달리 구분된다. 기초자치단체는 종합행정을 하고 행정서비스의 직접전달자란 점에서 광역자치단체와는 전혀 다르다는데 대해 대체적으로 의견의 일치가 이뤄진다. 

그럼에도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광역자치단체로서 제주자치도가 설치되었다. 게다가 기초단체 기능적 특성을 아예 무시한 채 그 기능까지 도맡은 기형적 광역자치단체로서 제주자치도가 기능하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행정체제가 제주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체제 하에서 행정서비스에 대한 도민불만이 수그러들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기능이 혼재되어 있는 제주자치도는 도민 권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행정체제가 아니다. 관점에 따라 행정시가 기초자치단체 기능을 수행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행정시장이 자율적ㆍ독자적ㆍ자주적으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제도적 한계를 이해하는 한, 제주도민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행정체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앞당기거나 제주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민권익은 어느 정도 희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금의 제주자치도 행정체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들로부터는 ‘행정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란 질문에 정확한 답을 얻어낼 수거 없다. 이들이 주장하는 ‘국제자유도시 조성 이유’ 자체도 헌법에 보장된 도민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그 근본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성ㆍ독자성ㆍ자주성이 담보된 기초자치단체가 존속하지 않은 상황에서 광역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방분권은 ‘도민 이익의 최대한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의 기관구성유형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직선 단체장과 지방의회 구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제에 입각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는 기관대립형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을 제도화 하고 있다. 이들 간에는 견제와 균형이 엄격하게 요구되고 있다. 대등한 법적 지위가 보장된 상위기관의 행정적 지휘나 감독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국가나 상위 지방자치단체의 영향권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외국은 다를 수 있다. 중앙정부의 의원내각제와 유사한 기관통합형 내지 기관단일형 기초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기관 구성을 허용한다. 

기관통합형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직선 의원으로 지방의회만 구성하되, 의회의장이 단체장을 겸하도록 한다. 의결과 집행기능이 단일화 될 수 있어 단체장과 의회간 마찰로 인한 비효율을 줄일 뿐만 아니라 책임성 확보가 분명해진다. 반면, 견제와 균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민주적 가치가 희생된다는 게 단점이다.  

그렇다면 제주자치도가 주도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의회가 없는 직선 행정시장 체제는 어느 경우에 해당할 것인가? 아니면 어느 것과 유사한가?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기관통합형에 유사하다거나 제3의 변형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국내 행정조직이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유형설정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에 있어 우리나라와 같은 기관분립형과 외국에서의 기관 통합형두 가지로 엄격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국회가 현행법상 기관분립형을 허물어 버리는 제도적 근거를 입법할 경우 제주자치도가 선호하는 안을 비롯한 여러 가지 특수한 기초자치단체 유형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두 가지의 유형의 절충형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기관통합형을 취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제주자치도 선호안의 그것들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끌어 내어 유지하면서 차별적으로 제도화를 해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본질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치단체 기관구성은 그 나라의 역사적 전통이나 특정 지역의 다양한 특성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주자치도가 염두에 두고 있는 ‘의회 미구성ㆍ직선행정시장’안은 이런 기준에 입각해 타당한 제안인가? 전혀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선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현재의 기관분립형이나 1995년 이전 임명제 단체장ㆍ직선지방의회에 익숙해왔던 지방자치 역사에 비춰 볼 때 직선행정시장 안은 역사성이 일천하다는 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다음으로 제주의 다양한 특성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선호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점에서 역부족이다. 경제적 실리가 강조되는 국제자유도시조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도민의 경제적ㆍ인권적 권익보다 우선하는 사고는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체제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말하자면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미명하에서 헌법상 보장된 도민의 기본권 무시되거나 제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고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  새로 도입되는 기초자치단체의 유형선택 헌법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2006년 우여곡절과 논란 속에서 4개 기초자치단체가 이른바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사업의 효율성 극대화’라는 미명하에 폐지됐다. 그 대안으로 하나의 광역자치단체 체제인 제주특별자치도 체제가 설치됐다. 그러나 정상적인 기능수행이 어려워지는 양상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고 국제자유도시 조성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도민권익이 상당부분 제한되거나 무시된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제주도민들은 종전과 같이 헌법에 근거하고 자주성과 독자성 그리고 자율성이 보장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이 기대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표출됐다. 

최근에는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광역자치단체로 하여금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제주개발을 전담하도록 한 게 과연 옳았는지, 이 광역자치단체가 장기적이며 미래지향적 전략을 추진하는 것 외에 복잡다기한 민생서비스를 도맡도록 한 조치들이 옳았었는지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는 대명제는 도민 모두 현안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지사 후보들은 도민들의 속내를 감싸기 위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현 우근민 지사 또한 ‘제주도형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이라는 요지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했다.  

우근민 지사는 그 후 자신의 공약에 기초해 용역기관이 만든 제주도형 기초자치단체의 모델을 도민에게 알렸다. 지난 3여 년 동안 용역결과에 대한 논의의 광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 지사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중앙정치권을 설득하는데 매우 용이하고, 지방자치 역사성에 비춰 이미 경험하고 있는  ‘의회ㆍ집행부 동시 직선’ 이나 1995년 이전의 ‘의회직선ㆍ집행부 미구성’안에 대해선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거꾸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와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자유도시 조성 명분에도 적합지 않을 수 있는 ‘행정시장 직선ㆍ의회 미구성’안만을 크게 선호하는 인상을 도민에게 심어주고 있다. 우 지사는 현실성 없는 안에 집착함으로써 도민 불신을 키웠고, 도의회와 마찰을 불러왔다.

# 제주도형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여부 늦더라도 신중한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한다.

문제는 제주자치도가 선호하는 ‘행정시장 직선ㆍ의회 미구성’안이 미래의 제주자치분권의 확장을 위한 혁신적이면서도 도민의 의중을 받들고자 하는 입장에서 제안된 고뇌에 찬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 안이 단기적 성과를 거두고 현실을 절충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모델로서 의미를 나름 부여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처음부터 실패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라는 비판이 가능해 보인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도민이 기대했던 그런 진정한 모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난 3년여 동안 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를 했지만 만족스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날선 책임공방이 공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 문제에 관한 한, 누구보다 도민 스스로가 책임을 통감해야 할 문제다. 도민들은 불과 몇 년도 내다보지 못하고 기초자치단체 폐지라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택했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뜬 구름 같은 환상에 빠져, 4개 시ㆍ군을 폐지하고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제주도지사가 개발을 주도하게 되면 당장 국제자유도시가 만들어져 만사형통할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권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상의 보루인 기초자치단체 폐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물론 도민들을 환상에 빠져들게 한, 제주자치도정과 도의회, 그리고 이런 제안을 믿게 만든 용역기관의 무모한 행태 또한 역사적 평가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여부는 제주 백년대계를 위해 절대 요구되는 현안논의 사항 중 하나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 절차 또한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중앙정치권이 이 문제를 쉽게 받아들여 줄 리 없다. 중앙정치권과 첨예한 논리적 싸움을 수반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 백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어떻든 제주자치도는 늦더라도 이 문제에 대하여 신중한 결론을 내려 도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기하는 경우라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로 차근차근 도민모두를 설득하는 진지함을 보여줘야 한다. 필자는 제주자치도 존재이유는 가능하다면 가장 이상적인 기능제고를 통해 제주도민이 기대하는 개발효과가 극대화되는 데 있다고 믿고 있다. 백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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