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스타가 절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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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농부...가수 정태춘, 박은옥씨를 만나다.
▲ 가수 정태춘씨와 제주 공항에서 만나 급하게 찍은 사진입니다.
갑자기 밤 중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지?"
"귤따느라 정신이 없으니 와서 좀 거들어라."
"귤 수확을 시작했구나. 그럼 내일 귤을 다섯 상자만 준비해주라."
"어디에 쓸려고?"
"태춘이 형과 은옥이 누나가 너네 집 귤을 잡수시고 싶단다."

친구가 말하는 태춘이 형과 은옥이 누나란 바로 가수 정태춘, 박은옥씨 부부를 말합니다. 이 친구가 어떻게 해서 두 분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두 분이 가끔 제주에 다녀가실 때마다 제 친구를 만나고 가시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고 작년에 제주에 방문하셨을 때 우연히 제가 재배한 귤을 잡수시고 기억하고 계시다가 구하고 싶다고 부탁을 하셨다고 합니다.

▲ 못생긴 귤을 넣고 예쁘게 포장하려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전 정태춘, 박은옥씨 부부를 직접 근거리에서 본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1989년 전교조가 처음 출범하고 불법 단체로 몰려 많은 교사들이 해직당하는 고초가 있을 때, 두 분은 전국을 돌며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송아지 송아지 누렁송아지'란 공연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던 저는 부산대학교 운동장에서 두 분의 공연을 관람하고는 그 다음부터 두 분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두 분에 대한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는지라 직접 제 귤을 잡수시겠다고 하니 정말 감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불량농부 생애에 이런 영광이 더 있을 수 있을까요?

▲ 아침 일찍 농원에서 가장 맛있게 보이는 귤을 골랐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농원으로 가서 귤나무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귤나무에 열린 귤이 가장 맛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용물을 더 예쁘게 넣을 수 있을까?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동방신기'와 '신화'에 열광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던 제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무슨 일일까요?

▲ 귤 값으로 받은 돈을 쪼개서 오랜만에 음반을 구입했습니다.
가장 맛있게 보이는 귤을 따서 상자에 포장했습니다.

공항에서 만나자는 전화에 귤을 차에다 싣고 급히 공항 출발탑승구로 갔습니다. 평소 제 스타일대로라면 주차장에 반듯하게 차를 주차했을 텐데 염치도 없이 출발탑승구 입구 구석에 차를 처박아 두고 단속 경찰관에게 사정해가며 상봉의 감격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귤 값을 받지 않겠다고 사양했는데도 박은옥씨는 극구 지갑을 열고 돈을 주셨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음반가게에 들러서 귤값을 쪼개고 오랜만에 음반을 구입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자신들의 스타에 열광하는 것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던 지난 날의 행동이 부끄럽고 미안해져서 사과의 말을 한마디 하려 합니다.

"얘들아, 내게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스타가 있단다. 난 오늘 그 스타를 만나는 감격에 빠져 있지. 나도 이젠 동방신기와 신화를 사랑하는 너희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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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돌이 2005-12-02 12:32:36
태춘성님 은옥누님만 아니라

나도 그 귤얼 마이 먹고파~~~
1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