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독서지도사 오승주씨 '책놀이책 Q&A' <제주의소리> 연재

한 때 그는 잘 나갔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강남. 논술을 가르치는 그를 찾아 당장 수험을 코앞에 둔 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줄을 섰다. 수도 없이 학생들을 만나다보니 자연스레 입시 컨설팅도 맡았다. 중앙 일간지에 관련 칼럼을 쓸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제주 출신 독서지도사 오승주 씨(36) 이야기다.

▲ 오승주 독서지도사. ⓒ제주의소리

성산포에서 태어난 그는 줄곧 제주에서 자란 ‘토박이’다. 대학을 졸업하며 뭍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에서도 치맛바람 세기로 제일 먼저인 대치동과 반포동에서 논술을 가르쳤다. 학교 다닐 적 국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까닭도 한 몫 했다. 4년 동안 논술 강사로 일했던 시간을 가리켜 그는 ‘영혼이 고갈되는 시간’이라고 회상한다.

“초등학교 4학년 성적이 입시를 좌우합니다”
“그 정도 성적이라면 4년제 대학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논술 강사로, 입시 컨설턴트로 ‘먹고 사느라’ 별 고민도 없이 하던 말에 아이들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학부모를 위협하고 아이들을 채찍질하는 말을 입시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참혹한 결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틀에 가둔 교육 방식에 아이들은 아이다운 생각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름만 다를 뿐 천편일률적인 답안지가 증거였다.

사교육에 진저리가 났지만 사교육을 없앨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사교육은 이미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 쓰기를 가르치는 게 싫어 그는 강남을 떠났다. 아이들 스스로 책 속에서 답을 찾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독서지도사’로 거듭났다.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면서 내내 변화를 고민하던 그는 뜻밖에 ‘가족’에서 힌트를 얻었다. 학교, 학원, 집으로 이어지는 입시 사슬 속에서 가장 핵심은 가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가장 친밀하고 절대적인 존재인 가족으로부터 사고력과 감수성이 싹틀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2011년부터 아이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책 놀이’는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이 시대 부모들에게 내놓는 오 씨의 대안이다. ‘부모 2.0’과 ‘도치맘’ 등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상담을 나누며 본격적으로 책 놀이를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책 놀이는 말 그대로 책을 장난감으로 몇 가지 규칙을 정해 아이와 ‘놀이’를 하는 것이다. 그는 200여 가족을 만나며 책 놀이를 완성시켜갔다. 주된 초점은 미취학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다. “입시라는 중압감에 시달리기 전, 가족 간에 건강한 자존감이 쌓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그가 발간한 <책 놀이 책>은 여러 해에 걸친 실험의 결과물이자 같은 고민을 해온 학부모들과 약속의 증표다.

책을 만들며 그가 가장 신경을 쓴 건 ‘재미’, 두 번째는 ‘쉽게’다. 어렵고 복잡한 방법은 성취감은 줄 수 있지만 재미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 때문에 책은 실제 사례를 동화처럼 재구성해 담고 있다. 구체적인 대화방식이나 접근법 또한 ‘놀이’다. ‘칭찬놀이’, ‘탐정놀이’, ‘분노놀이’, ‘표정놀이’, ‘인터뷰놀이’ 등으로 전개된다.

한창 절찬리에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을 그는 <제주의소리>에 싣기로 했다. ‘교육’이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같이 고민해보자는 뜻이다. 특히 제주의 부모들이 함께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공유’ 버튼을 눌렀다.

매주 토요일 <제주의소리>를 통해 연재될 오승주의 ‘책놀이책 Q&A’에 독자와 누리꾼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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