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대건축 산책] (9) 일제강점기 일식 주택 下

칠성골 중심으로 당시 경제활동을 하던 일본인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했던 것으로 보아 당시 식민지 지배적 관계가 잘 드러난다. 중심지에는 점포와 주거를 겸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2층 규모의 주택겸상가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자동차주식회사를 비롯하여 일본인을 상대로 영업했던 여관 등 당시의 주택사진을 보면 일본 목조주택의 전통양식을 따르는 주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 1943년의 제주자동차주식회사 건물(인용자료).

 

▲ 제주성내 각주거도(濟州城內各住居圖)에 표기된 52번의 여관건축(왼쪽), 95번의 여관건축(오른쪽). (출처 : 濟州島勢要覽 昭和12年, 1937년)

 

▲ 구(舊) 정방여관의 전경.

 

▲ 구(舊) 정방여관의 평면(출처: 건축문화의 해 제주지역추진위원회편, 「제주의 건축」, 1999년, P76)

당시의 일식주택의 외형적 특징은 나무널판으로 마감된 벽면과 일본식 기와사용을 사용하였고 박공형식의 지붕이 특징이다. 또한 내부공간도 기본적으로 중복도를 중심으로 3평규모의 방(6畳)과  2.3평규모의 방(4.5畳)이 연결 구성돼있다. 특히 구법(構法)에 있어서는 목조기둥을 세우고 사이에 샛기둥을 설치한 다음 졸대를 대고 시멘트모르타르 혹은 회반죽으로 처리한 후 널판목재로 마감하는 이른바 간이목조주택이었다.

당시 건축재료는 대부분 목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전시상황이라는 사회적 여건으로 콘크리트, 붉은 벽돌과 같은 물자를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또한 상대적으로 목재를 구하기 용이했다는 점, 그리고 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반영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일제강점기에서의 사회적 변화와 건축적 변화, 즉 콘크리트와 유리 등과 같은 근대식 건축재료의 도입은 제주전통건축의 상방(마루)에 유리문을 설치하거나 지붕기와를 일식으로 교체하기도 하고 제주석과 흙으로 마감하였던 외부 벽체를 흙대신에 시멘트모르타르로 마감하는 등 제주전통건축의 외형에도 영향을 주었다.

▲ 제주건통건축의 내부형식을 유지하면서 제주석과 시멘트 모르타르로 마감된 외벽과 일식기와로 교체된 모습.

 

▲ 제주전통건축을 유지하면서 제주특유의 비바람을 막기위해 상방(마루)부분에 유리문을 설치한 모습.

제주에 거주하였던 일본인들의 주거형태는 무근성 일대와 목관아 일대에 현재 남아있는건축물을 통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당시 권력기관으로 군립했던 법원관사, 세무서관사, 그리고 수탈의 상징이었던 동양척식회사의 사택, 주정공장 사택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동양척식회사의 사택내부공간을 보면 앞서 언급한 조선주택영단이 공급했던 갑형의 일식주택 평면과 유사점이 많아 어느 정도 관련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제주측후소(현 제주기상청) 인근 남쪽에 건축된 동양척식회사 사택(주: 1941년 제주성내 각주거도(濟州城內各住居圖) 참조).
▲ 주정공장 사택.
▲ 무근성 일대에 남아있는 일식주택의 모습.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허름한 일식주택이 남아있었으나 아쉽게 철거되어 남아있는 일식주택이 그리 많지 않다. 제주시의 경우 무근성 일대를 비롯한 일부지역과 서귀포시, 대정읍 등에 몇 채 남아 있는 상태이다. 기본적으로 주거양식의 변화는 사회변화에 따라 수반되는 생활형태상의 요인에 의해 변화될 수밖에 없다.

「주거형태와 문화」의 저자, 아모스 라포포트는 주거형태에 대한 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하여 “주택은 단지 구조물만이 아니고 복합적인 일련의 목적을 위하여 창조된 하나의 제도이다. 왜냐하면 집을 짓는다는 것은 문화적 현상이며 그 형태의 조직은 그것이 속한 문화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정의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일제강점기의 일식주택은 군사전적지와 달리 또 다른 의미를 갖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슬픔의 역사이든 기쁨의 역사이든 명확한 것은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것이며 일식주택 역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제주주거사에 있어서 일정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제주사람들의 생활상의 변화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이유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와 함께 보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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