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7) 신의 항문에서 태어난 오름 [肛門出産 寄生火山]

이번에 하는 할망 이야기는 똥으로 만든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다. 그것도 키가 크고 힘이 세기가 제주도보다 큰 거대한 여신 설문대할망의 똥, 양도 많고 힘도 세어, 치우기도 힘든 거대한 똥 이야기니 말로만 끝내기도 어렵다. 게다가 똥이란 선입견 때문에 더럽고 냄새나는 이야기니 이 모든 것을 상쇄시켜 아름다운 생산과 풍요의 세상을 만든 이야기로 여러분의 뇌리 속에 남아있으려면 할망의 오감 어느 부분을 건드려야 할까? 너무 커서 무감각해버린 감성일까? 아니다.

 

할망처럼 크지만 멀리 있어 작게 보이는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이 똥을 싼다. 그러면 별이 싼 똥을 사람들은 별똥별이라 부른다. 너무 멀리 있어 영롱하게 반짝이지만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일까, 별똥별의 운행을 사람들은 아름답다 한다. 별의 똥이기 때문이다.

 

아기가 똥을 싼다. 아기가 똥을 누우려고 젖 먹은 힘을 다해 용을 쓰는 모습은 아름답다.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 자신의 몸 밖으로 뭔가 야릇한 감촉을 느끼며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생산해내고 있다. 젖 먹은 힘 다해 용쓰는 아기의 꿈이며 자부심의 덩어리인 아기의 ‘똥 누기’는 우주를 창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할망의 똥이 만드는 우주창조의 시나리오나 아기가 송글송글 땀을 맺으며 만들어내는 아기의 똥꿈은 모두 배설을 통한 창조다. 배설의 창조는 항문에서 시작된다. 별의 똥이 만드는 별똥도, 끙끙거리고 용을 쓰며 만들어낸 아기똥도, 할망의 똥이 만들어내는 우주창조의 시나리오도 모두 아름답다. 아기의 작은 항문에서 이루어내는 꿈은 우주를 뒤흔들만한 할망의 힘과 견줄만하다. 태초에 여신이 세상을 창조하는 방식과 한 인간이 태어나 최초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방식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태초에 창조주가 그러하였듯 똥을 누는 행위도 신성하다. 그렇다면 할망의 똥, 할망이 싼 똥이 제주도 360개의 오름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름답다. 그것도 너무 양이 많아 똥산을 이루었고 똥바다를 이루었으니 신의 배설물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이야기, 화산 폭발과 같은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아름답다.

 

이렇게 할망이 창조한 우주 창조의 시나리오 할망의 똥이 오름[山]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유식한 얘기로 말하면 항문출산(肛門出産 anal birth)이라 부른다. 이렇게 할망의 똥은 오름이 되었고, 할망의 털은 나무가 되었고, 할망의 피는 샘물이 되었고, 할망의 뼈는 돌과 바위, 할망의 살은 땅과 밭, 할망의 오줌은 바다의 해초와 해산물이 되었다.

 

그리하여 할망의 몸 하나로 제주도를 다 만들었으니, 할망이 제주도라는 말은 이러한 할망의 모든 작업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그중 설문대할망 신화를 세계적인 창조신화로 만드는 신화소(神話素)는 할망의 똥과 오줌이 만드는 드라마틱한 창조 작업이다.

 

▲ 설문대할망. (박재동 그림).

할망의 똥 이야기는 극적이며 거창하고 위대하다. 거대한 여신의 똥, 한 번에 배출하는 산만큼 큰 황금빛 똥산, 그것은 지금의 아름다운 360개의 오름이다. 신의 몸에서 제주 자연을 출산한 것이다. 할망의 똥으로 말하는 우주창조의 이야기는 할망의 자궁에서 배설한 항문출산의 원리, ‘신의 몸에서 배설한 자연’이라는 은유가 숨 쉬고 있다. 신과 자연의 순환, 신의 몸에서 자연이 만들어졌다는 순환의 법칙이다. 이와는 달리 다음에 이야기 할 할망의 오줌은 배설물이 아니라 생산물이다.

 

오줌은 생산 생식의 원소다. 할망의 오줌은 바다밭을 살찌게 할 해산물이며, 그것은 할망의 자궁이 낳는다. 할망의 자궁은 해산물 창고라는 할망의 오줌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다시 똥 이야기를 정리하자. 결국 별똥도 아기의 똥도 거녀 설문대할망의 똥도 신이 만들어낸 자연이다. 신의 항문에서 나온 배설물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었다는 것, 신의 몸에서 분출한 배설물이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순환의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화산폭발처럼 압도하는 똥 싸기의 극적 연출이 있다. 할망의 똥은 그냥 똥이 아니라 360개의 오름을 만들만큼 한꺼번에 싸갈긴 설사똥이라는 것이다. 360개의 오름이 한꺼번에 배출 분사했다는 것은 보통의 화산폭발이 아닌 우주 대폭발에 버금가는 똥의 난리, 똥의 홍수였다는 것이다. 할망이 360개 오름을 순식간에 출산한 자궁의 힘은 화산 폭발의 무시무시한 분출력을 상징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제주도가 설문대할망이다. “할망이 똥을 싸다(설사똥의 분사)”로 ‘화산 폭발’을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설문대할망의 똥이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이 되었다는 우주창조의 시나리오는 이어져 우주 순환의 법칙을 만든다. 신의 똥은 자연이 되었다. 자연에서 인간은 곡식을 얻었고, 할망이 가르쳐준 불을 이용하여 밥을 지어 먹고, 똥을 싼다. 인간의 똥은 자연의 거름이 된다.

 

고혜경은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에서 제주 똥돼지 이야기와 똥으로 황금빛 오름을 빚고, 오줌으로 바다를 풍요롭게 한 설문대할망 신화의 똥 이야기를 재밌게 그리고 있는데, 그는 여기서 인간의 똥이 돼지의 밥이듯, 마소의 똥이나 인간의 똥은 흙의 밥이다. 흙은 생명에게 밥을 주고 생명은 똥을 누워 다시 흙에 밥을 주고, 똥이 밥이 되고 밥이 똥이 되어 똥과 밥은 영원히 순환한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제주의소리

수운 최제우 선생은 “흙이 똥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오곡이 풍성하게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고 표현한 바 있다. 똥 안에는 흙의 밥이 될 만치 엄청난 생명력이 응집되어 있는데, 이 똥심이 새 생명의 재생, 즉 부활을 낳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인간의 똥 이야기도 냄새만 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할망의 똥 이야기를 통해 제주형 거녀신화 속에 녹아 있는 세계성과 화산도라는 제주적인 독창성을 지닌 똥의 재생과 창조의 힘을 그려볼 수 있다.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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