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14) 생태건축을 제주에, 제주자연학교 에코사업단 인포레스트

 

▲ 서귀포시 대정 부근에 제주자연학교가 지은 건축물. 제주지역에서 나는 자재를 활용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생태건축'의 결과물이다. ⓒ제주자연학교

제주자연학교 교장이자 에코사업단 인포레스트의 대표인 정상배(47) 박사는 제주 시민운동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설립의 뼈대가 된 푸른이어도사람들에서부터 운동연합 간사, 사무국장, 집행위원을 거쳐 얼마 전에는 신임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곤충학과 습지로 학위를 얻은 만큼 이 분야에 대한 문제에서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이제는 도청이나 시청의 환경정책분야에서 종종 자문 역할도 한다.

그런 그는 2010년 인생 2막 도전에 나섰다. 바로 ‘생태건축’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20년 넘게 이어져 온 환경운동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자 또 다른 문제제기다.

생태건축은 건축물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파괴하는 것에 대응한 개념으로 건축을 자연생태계의 일부로 이해하고 파괴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설계 때 부터 대지의 특성을 파악해 가장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입지를 찾아내고, 건축에 사용되는 자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순간부터 집이 다 지어진 후 거주하면서도 오염물질 방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이다.

내장재와 중수재활용과 같은 에너지 절약 시스템, 풍력이나 태양열을 통한 자체 에너지 공급, 건축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자재 사용 등 자연친화적인 건축양식들을 포괄한다.

이 중 그가 선택한 것은 ‘제주자연에 맞는 삼나무 집’이다. 감귤밭에 거센 바람을 막는 용도로 제주 전역에 심어져 온 삼나무는 방품림 이외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왔다. 베어진 나무들 조차 땔감 정도 말고는 사용된 적이 없다. 그는 이 흔한 소재에 주목했다.

그리고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와 서귀포시 안덕면에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6~7규모의 안락한 나무집이다.

평일 오전 그를 만난 곳은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숲 속의 한 2층 건물. 원래 인근 자동차운전학원으로 쓰이다 버려진 폐건물에 지난 2010년 들어와 터를 잡았다. 이 속에서 나눈 대화는 비단 '환경보호' 정도의 구호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폭 넓었다. 그는 오히려 한국 사회 전반에 팽배한 집과 관련된 폭력적인 정서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생태건축은 집이 투기수단이 된 한국사회에 대한 고민”

 

▲ 정상배 대표는 제주에 흔한 방품림인 삼나무가 그대로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 이를 자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제주의소리

- 어떻게 해서 제주자연학교 에코사업단 인포레스트라는 이름으로 생태건축을 시작하게 됐나요?

“지금 창립한지가 2년 6개월 정도 된 거 같아요. 얼마 안 됐죠. 저는 그 동안 도시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움직여 왔어요. 그런데 도시가 아닌 시골 지역에서 뭔가 자연과 더불어서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하고 있는 중에 고향인 애월읍 신엄리와 가까운 쪽에 왔고”

- 생태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제주자연학교’와 생태건축을 하는 ‘인포레스트’로 나눠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연학교부터 이야기를 해보죠. 곶자왈, 곤충, 습지, 생태계 전반에 관해서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강의를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강의에는 대표님 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다양한 지식인들, 시민운동가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요. 어째서 자연학교 였습니까?

“자연학교란 이름으로 한 건, 지금까지 환경운동이 반대운동이 대다수였는데... 그것도 중요한 활동이긴 하죠. 그런데 자연 속에서 알아가는 것, 자연을 닮아가는 것, 그 속에 동화되는 것이 정말 중요한 환경운동이 아닐까 생각해서, 제주자연학교란 이름으로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은 아직 활발하게 많이 하는 건 아니고, 농업 교육이나 또는 건축 생태 철학 이런 부분에 하려고 준비를 해왔고 조금씩 해오는 중입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죠?

“아이들 대상으로 한 생물권보전지역 탐사활동이라든가, 어른들 대상으로 하고 있는 텃밭 교육이라든가 목공 교육이 있죠. 또 외부로 다니면서 자연해설가, 지질 해설가 교육도 몇 년 째 하고 있는데.

- 에코사업단 인포레스트의 생태건축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보죠. 생태건축이라고 하면 생소하고 추상적인 것 같은데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어떤 개념인가요?

“제주도의 재료를 가지고 제주도의 돌과 나무와 흙을 가지고 중심으로 집을 짓는거죠. 이미 두 채 정도는 건축을 해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얘기인데, 지금 주거생활이 도시에만 집중되고, 또 건축의 문제도 거재질 자체가 콘크리트 아니면 화학 물질로 가득한 게 많아요. 그럼 일단 건강에 문제가 있거든요”

- 그럼 생태건축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집과 건축을 가르키나요?

“하나의 집에 쓰이는 자재가 만들어지고, 운반되고, 지어지고 나중에 끝나서는 폐기물이 되죠.그런 걸 생각해보면 우리가 과거의 건축, 제주도 초가, 한옥과 같이 그 지역에 있는 오래전부터 있던 건축물들은 해체되더라도 자연으로 동화돼서 자연으로 쓰레기가 거의 안 남거든요.

이런 건축문화에 대해서 재해석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되도록 그 가까운 지역에서 나는 것을 쓰는 게 가장 현명하고, 생태적이며 인간에게 맞는 거다 생각이 들었죠. 건축문화를 생각해보면서 지역의 돌과 나무와 흙을 가지고 건축을 해보는 게 어떠냐 해서 시작을 해 본 것이죠”

- 그럼 처음에 생태건축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네요

“일단 주변 지형에 맞는지, 입지가 어떤지 건축주가 함께 머리를 맞대서 설계에 참여합니다. 그렇게 그 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느 방향에 어떤 재질에 어느 정도 규모의 건축이 적합한지에 대해서 의논하면서 건물을 만들게 되는 거죠. 가급적이면 저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하고 그렇게 하다보니, 보통 지금까지 해 보니 5~6개월 정도 소요되더라구요”

 

▲ 정상배 대표(왼쪽)과 제주자연학교에 집을 의뢰한 건축주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번 해내로 애월읍 유수암리 근처에 또 다른 건축물을 선보이게 된다. ⓒ제주의소리

- 제주에 가장 흔한 나무이면서 정작 잘 활용되지 못하는 삼나무를 건축 소재로 이용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제주식 생태건축’에 대한 생각은 언제부터 해 온 거죠?

“삼나무가 지난 60~70년대 제주 전 지역에 방풍림으로 굉장히 넓은 면적에 심어졌는데 실제 자원화는 안돼왔죠. 그래서 ‘이걸로 건축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져왔습니다. 그냥 베어져서 없어지고 땔감 정도로만 쓰여서. 이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생태건축의 고리로 들어오게 된 거죠”

- 이런 생태건축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런 질문도 가능할 거 같아요. ‘돈이 되나, 수익구조가 안정적이긴 하나’ 혹은 ‘이런 생태건축이 과연 보편화될 수는 있는거냐’와 같은 물음들...

“보편화라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죠. 아까 수지타산의 문제도 들 수가 있고. 그런데 그런 것들을 우리 삶과 연결시켜서 다양하게 생각을 해야할 것 같아요. 건축이나 준비했을 때. 다양한 생각으로 접근해야지, 단편적으로 본다면 그거 답이 안 나오는거죠, 우리 삶 자체가”

- 제주자연학교 에코사업단 인포레스트 여셨을 때 적어도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겠다 생각해두셨던게 있을 거 같네요. 특히 환경운동가의 입장에서 적어도 ‘이 일로 세상을 이렇게 변화시키겠다’라는 포부 같은 것도 있었을 것 같고...

“뭐, 저 자신에 대한,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누구를 바꾼다는 거 자체가 과한 욕심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거는 제가 어떻게 하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살고 있는 삶 자체에 다른 사람이 스스로 공감한다면 실천까지 옮겨질거고, 내가 특별히 목표를 두고 변화를 생각하고 한 건 아니죠. 자기 만족입니다. (웃음)”

- 그럼 질문을 좀 돌려서, 이런 생태건축이라는 생활 양식이 좀 어떻게 많이 퍼질 수 있다고 보세요?

“글쎄요. 지금 서울 같은 경우에 보면 외부로 나오는 사람이 많잖아요. 대도시에 대한 염증 같은 걸 느껴서 조금 더 나가서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외곽으로 나와서 대도시를 멀리하는 새로운 삶을 추구하려고 하는데,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역으로 시내로 집중화된 현실이죠. 거기에 대한 부작용 같은 것을 체험하고 본인이 느껴야만이 대도시가 어떤 문제가 있고 이런 생각을 할 거 같아요. 그런 것들을 경험해야만 가능할 거 같아요.

그럼 자연이 자기를 받아주는 그런 곳. 그런 곳을 찾게 될 거 아닌가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생활양식 자체도 정말 친자연적인 양식으로 바뀌어갈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 제가 고민하는 건축의 양식은 어쨌든 간에 작고 소박하고 또 그곳에 맞는 자연의 소재를 가진 건축입니다.

 

▲ 서귀포시 대정 부근에 제주자연학교가 지은 건축물. 제주지역에서 나는 자재를 활용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생태건축'의 결과물이다. ⓒ제주자연학교

- 그럼 제주에 건축문화에 대해서도 하실 말이 많으시겠네요. 어떤 건축이 나쁜 건축이고, 어떤 것은 좋은 건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입지입니다. 입지가 어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위치. 그런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 제주도의 촌락, 촌 시골마을들이 다 그에 맞는 거 같아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위치에 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지금 도시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남는 공간을 그저 하다보니 점점 중산간 위로 올라가고 하천 인근 오름 옆으로 가버리고. 입지 자체가 기본적으로 적합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고 봅니다”

- 최근의 제주건축에 대한 흐름도 부정적으로 보시는건가요? 이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차근차근 하나씩 생기는 게 층수도 높아가고 크기도 커져가고 주변과 안 어울리는 것들 건축물들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보고 있습니다. 거기 재질자체도 거의 자연적인 게 아니죠. 그런데 예를 들어 통나무 건축이라든가 해서 보면, 제주도의 소재가 아니고 거의 외국 유럽이거든요. 이런 데서 가져온 주문은 생각해보시면 결국 친환경적이 아니고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또 혼자 떨어져서 마을은 이렇게 있는데 따로 가서 별장같이 크게 지어서 사는 그런 건 친환경 건축이라 할 수 없는거죠. 그래서 공간의 문제, 규모의 문제, 배치문제, 재질문제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되야만이 생태건축이라 얘기할 수 있어요”

- 생태건축에는 비단 '자연속에서의 삶'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들에 대한 고민들도 많이 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다세대라든가 이런 쪽에 건축이 되거나 해오는 거 봐 오면서 조금 이거는 건축이 사실상 생존을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부의 축적 수단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 위한 그런 게 되고. 사람들 셋 넷 모이면 자기 아파트 몇 평이다, 가격 올랐다 내렸다 자연스럽게 말하고... 문화적으로 볼 때, 철학적으로 볼 때 ‘천박하다’ 그런 생각이 들죠. 사실 그렇잖아요. 어려움 겪으면서 살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렇게 주장하고 자랑한다는 자체가 참 웃긴 일이죠.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고민하다보면, 우리가 다른 유럽의 선진국 혹은 대안 사례들도 검토해본다면 이건 뒤떨어진 후진적인 문화죠. 살지도 않으면서, 집도 여러 채 가지면서 집값 오르길 바라는 것들. 이런 문화는 이젠 사라져야한다고 본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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