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 대학생아카데미] (10) 이승일 파워피티 대표

세기의 달변가, 프레젠테이션의 귀재인 스티브 잡스. 그의 명성은 괜한 게 아니다. 그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나면 애플의 주가가 치솟았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에는 세 가지 비밀이 있다. 잠시 멈춤, 쉬운 단어, 짧은 문장. 이처럼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기 위해선 비장의 무기가 숨겨져있다. 

14일 오후 4시 제주대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 이승일 파워피티 대표가 JDC 대학생아카데미 열 번째 강사로 나섰다. 이날 강연 주제는 ‘프레젠테이션 필살기’.

 

▲ 이승일 파워피티 대표가 JDC 대학생아카데미 열번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이 대표는 한의학 박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도 그는 프레젠테이션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학교를 마치고도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아예 사업체를 냈다. 국내에선 최초다. 올해로 13주년을 맞는다.

강단에 선 이 대표는 “설득, 설명, 동기 부여, 즐거움 등 프레젠테이션 목적은 여러 개가 있다. 프레젠테이션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나의 가치관이나 정체성, 의견, 비전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많은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발표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파워포인트 설명밖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흐름’이 없어서다. 대부분 다음 슬라이드 넘기는 식으로 설명하는 걸 반복한다.

프레젠테이션에 흐름을 갖추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콘텐츠’, ‘비주얼’, ‘딜리버리’, ‘프레젠터 이미지’ 네 개 요소다.

그는 “파워포인트만 멋지게 만든다고 다가 아니다. 말만 잘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다. 좋은 내용을 가지고 내적인 이미지, 외적인 이미지 골고루 균형 있게 표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이승일 파워피티 대표가 JDC 대학생아카데미 열번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하는 건 ‘스토리텔링’이다.

그는 “여러 업체에서 초코파이를 만들고 있어도 잘 팔리는 건 오리온 초코파이 하나뿐이다. 다른 무언가가 들어있어서다. 취업도 비즈니스도 객관적인 스펙으로 싸움을 벌인다. 내가 제일이 아닐 수도 있다. 1등을 넘어설 방법은 ‘스토리텔링’뿐”이라고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따질 땐 스펙을 볼 수밖에 없다. 스펙을 둘째로 미루게 만드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결정하게 만드는 힘도 갖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그 예다.

평창 올림픽을 유치를 처음 시도하던 지난 2003년. 평창은 외국은 물론 국내서도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전혀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 인프라도 시설도 갖춰진 게 없었다. 당시 세 번째 도전하는 캐나다 벤쿠버를 누르고 1차 투표에서 우리나라가 1등 했다. 비결은 ‘스토리텔링’의 힘이었다.

이 대표는 “프레젠테이션 시작하면서 살풀이 공연을 했다. 북한에 아들을 두고 월남한 이영희 할머니의 이야기가 IOC 위원들의 마음을 얻었다. 올림픽 정신인 평화와 화합을 이끌어내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결국 벤쿠버를 11표 제치고 1위를 했다. 유치위원회에 있던 사람들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을 프레젠테이션에 적용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 에피소드를 빌리는 방법이나 발표를 하면서 스토리텔링을 할 수도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야기 소재를 고르고 목적에 맞게 살을 붙이고 청중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세 단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이 대표는 “만드는 것보다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의 이야기여야 한다. 발표 자체에 진정성이 없는데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 이승일 파워피티 대표가 JDC 대학생아카데미 열번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프레젠테이션을 잘 만드는 ‘기술’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파워포인트 초보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애니메이션 효과를 남발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워드나 엑셀에 없는 애니메이션 기능이 파워포인트에 있는 이유는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파워포인트에 어색한 대학생들은 애니메이션 기능에 특히 집착한다. 없어도 좋은 것이 애니메이션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면전환 효과는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인상에 깊게 남는 건 메시지에 맞춰 화면전환 효과를 쓰기 때문이다.

▲ 이승일 파워피티 대표가 JDC 대학생아카데미 열번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이 대표는 “잠시 멈춤으로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도 효과적이다. 프레젠테이션이 길 때는 검은 화면만 띄워놓는 것만으로도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발표자에 집중하는 효과가 생긴다. 빈 슬라이드를 끼워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잠시 멈춤’의 효과도 상상 이상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어도 계속 반복되면 지루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말을 하다 잠시 멈추는 건 강조와 환기 효과를 모두 거둘 수 있다.

이 대표는 “청중과 함께하라. 발표자 혼자 떠드는 건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청중을 참여시키는 테크닉이다. 발표자와 청중 간에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질문하기, 따라 시키기, 박수치기, 도구 쓰기 등 청중을 발표에 끌어들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대표는 “보통은 인사말과 인사를 동시에 하지만 서로 인사를 주고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청중과 눈을 맞추며 자기소개를 짧게 하고 목례하고 다시 청중에 눈을 맞추면 자연스레 인사를 받는다. 청중도 몸을 풀었으니 편안하게 발표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 이승일 파워피티 대표가 JDC 대학생아카데미 열번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발표 내용이나 파워포인트 기술만 가지고는 모자라다. 발표자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던 에토스(ethos), 로고스(logos), 페이토스(pathos)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본래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리 있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도 너 같았어’, 감성으로 공감대도 형성해야 한다. 좌뇌의 이성의 메시지, 우뇌의 감성의 메시지를 고루 갖추는 것이다. 이것이 에토스와 로고스다.

이 대표는 “똑같은 메시지도 권위가 있는 사람이 하면 설득력이 달라진다. 자신감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는 외모, 의상, 악세서리가 있다. 내적인 이미지는 열정, 도전, 자신감 잘 보이진 않아도 듣다보면 저절로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겸손한 걸 표현하기 위해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누구 대신 나왔다는 표현도 즐겨한다.

이 대표는 “전문성이나 경력이 없을 땐 자신감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춰야 한다. 젊으니 실수할 수도 있다. 다 잘할 필요가 없다. 대신 스스로의 에토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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