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책놀이책 Q&A] (3) 엄마는 오해하고 아이는 궁금해한다

# 에피소드3. 많은 가족의 아침 풍경

“따르릉!”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 소리를 끝까지 듣고 나서 몸을 일으킨다. 어제 새벽까지 무리한 탓인지 목이 따갑다. 아침상을 차리고 경주를 깨웠다. 평소에는 늘 잠투정을 부렸는데 고분고분 일어난다.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고 화장실로 가는 뒷모습을 보니 어젯밤 일이 떠오른다.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 야단을 치고 빼앗았더니 경주가 크게 반항하며 방문을 쾅 닫았던 것이다. 경주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봤다. 식탁에 마주 앉기는 했지만, 섣달 찬바람처럼 냉랭한 공기가 맴돌았다.

“ 교과서는 다 챙겼니?”

경주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게눈 감추듯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더니 훌쩍 일어나 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간다. 덩달아 몸을 일으켜 현관까지 배웅을 갔지만, 경주는 본체만체한다.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거울만 슬쩍 보고 문고리를 잡는 경주의 모습에 말을 거뒀다.

경주가 문을 열다가 말고 별안간 돌아보며 허리를 꾸벅 숙이고 가 버린다. 현관에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하는 마음이 무겁다.

아이가 반항하는 것에 대한 다른 접근

엄마를 잘 따르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싫다는 말을 잘 하고 반항을 잘 하게 되면 엄마는 당황한다. 오죽하면 “반품하고 싶은 네 살”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부모님들은 시름에 잠기지만 아이의 반항이 그리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님의 품에서 자랄 때는 부모님에게 기생하는 삶을 살지만,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고 이제 자신의 두 발로 든든히 서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런데 이미 자아가 형성된 아이에게 부모의 개입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아이는 자아를 지켜내기 위해서 ‘반항’이라는 것을 한다고 봐야 한다. 즉, ‘이유 없는 반항’은 있을 수가 없다. 아이에게 자아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마땅히 축하 받을 일이고 하나의 인격으로서 존중 받을 일이다. 이 시기에 아이를 존중하고 애착을 잘 형성해 놓으면 아이와 부모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주된 이유는 부모님이 아이를 인격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아이’로 바라보려는 입장에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아이와 주고받은 대화의 내용을 떠올려 보자. 감정을 묻고 답하는 대화가 아니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대화가 목적에 따르는 대화가 대부분은 아니었을까?

‘내 아이는 지금 반항기’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은 먼저 이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해 보고 아이를 판단해 보면 좋겠다. “내 아이는 품 안의 아이인가, 품 밖의 아이가 되었는가?”, “아이가 컸다면 큰 만큼 나는 아이를 존중하고 있나?”, “아이가 자신의 입장과 사정을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나?”, “언제 어느 순간이든 내 아이와의 대화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해보는 과정 속에서 아이와 엇나간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 솔루션3. 자유 인터뷰와 책속 인터뷰

▲ 그림 김라연(blog.naver.com/gomgomHUG).

“ 경주야, 엄마랑 인터뷰하지 않을래?”
“ 인터뷰?”
“ 엄마랑 인터뷰하자, 저번에 읽은 『엄마 사용법』기억하지? 그 책이랑 펜 가지고 와.”
먼저 운을 떼기는 했지만 경주가 인터뷰 놀이에 쉽게 응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 놀이를 앞두고 보인 경주의 태도가 사뭇 진지해서 놀랐다. 책상을 깨끗이 정리하고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나와 무언가를 함께하는 것에 대해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미리 준비한 종이에 몇 가지 질문을 적어서 경주에게 보여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무엇인지, 왜 그 구절이 기억에 남는지, 엄마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등. 경주는 종이를 받고 잠시 고민했다.
“ 쓰지 않아도 돼. 엄마가 받아 적을게.”
“ 진짜?”
“ 응, 말해 봐. 엄마가 경주를 인터뷰하는 거야.”
“ 책에 나오는 엄마는 청소랑 빨래, 요리를 완벽하게 하기는 하지만 감정이 없어서 엄마 같지가 않아. 감정이 없는 엄마가 왜 집에 있는지 모르겠어.”
“ 감정이 없는 엄마가 싫어? 엄마가 감정이 없으면 혼내지도 않을 텐데?”
“ 음, 그래도 싫어. 나도 감정이 없어질 것 같아.”
“ 엄마가 어제 스마트폰 때문에 경주 혼 내켰는데도?”
“ 화는 나지만 엄마들은 원래 그러잖아? 난 괜찮아.”
“ 엄마, 안 미워?”
“ 안 미워, 그냥 그때 화가 난 것뿐이야.”

인터뷰 놀이 방식은 두 가지가 있는데, 평소 궁금했던 것을 자유롭게 질문하는 ‘자유 인터뷰’ 가 있고, 책을 함께 읽으면서 책속 내용을 가지고 인터뷰를 하는 ‘책속 인터뷰’가 있다. 아이가 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듯, 부모가 알고 싶은 아이의 속마음을 끄집어내려면 ‘책속 인터뷰’가 적격이다. 하지만 함께 읽는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평소에 아이에 대해서 궁금하던 점이나 아이를 관찰하면서 떠오른 질문을 연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간단치 않다. 경주 엄마가 시도한 방식은 ‘책 속 인터뷰’다.

평소에 경주와 함께 읽은 <엄마 사용법>의 내용을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소에 벌어졌던 일과 연결해서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책 속 인터뷰’에서 아이가 속마음을 여는 까닭은 일상이 아니라 ‘놀이’라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 때만큼은 주인공 남자와 주인공 여자의 러브스토리에 순수하게 빠져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부모와 자식은 매우 소중한 사람이기에 놀이의 파트너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환기가 필요하다. 가족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에 대한 관성과 고정관념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는 대개 고정관념으로 대화를 하기 마련이다. ‘쟤는 원래 반항을 잘 했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엄마는 또 분명히 야단칠 테지’라고 생각하는 아이. 만약 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다르게 바라보려 할 것이다. ‘자유 인터뷰’ 놀이도 있다. ‘책 속 인터뷰’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확인한 경주 엄마는 자유인터뷰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 엄마한테 궁금한 거 없어?”
“ 있어, 엄마는 대체 무슨 일을 해? 내가 학교 가면 집이나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
“ 엄마는 경주가 학교에 가면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고 집안일을 마치면 서둘러 회사로 가. 가끔은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기도 한단다.”
“ 정말? 이제 알았네!”

가족의 상황에 따라서 자유 인터뷰를 먼저 하고 책 속 인터뷰를 나중에 해도 좋고, 그 반대로 해도 좋다. 두 인터뷰 놀이는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두 개의 인터뷰 놀이를 통해서 아이의 속마음을 열어보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렸으면 좋겠다.

   

/오승주 독서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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