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15) 자전거 여행사 푸른바이크쉐어링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15) 자전거여행사 푸른바이크쉐어링

 

▲ 이런 숲길. 또는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 혹은 항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제주에서 자전거로 만날 수 있는 멋진 순간들이다. ⓒ푸른바이크쉐어링

제주 곳곳에 숨겨진 마을길이 보물이라는 걸 알아챈 한 젊은 청년이 있다.

이 사람은 조금 독특한 자전거 렌탈 업체를 운영한다. 대여점이라기보다는 여행사에 가깝다. 고용된 사람은 예순, 칠순이 된 할아버지들이고 시내 중심가나 공항 옆이 아닌 조용한 마을 중간 중간에 영업소가 있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하이킹이 아니라 마을길을 돌아다니는 자그마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8년. 대학 진학 때문에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김형찬(39)씨의 당초 관심사는 마이스(MICE)였다.

당시 한창 ‘마이스가 제주의 미래산업’이라며 붐이 조성되고 있을 때다. 그 역시도 이 분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했다. 관광공사의 마이스 관련 강의를 받으면서 어떻게 ‘이것을 그럴듯하게 현실화 시킬까’ 고민을 했다. 그리고 해답은 가까이서 찾았다. 평소 그의 취미생활이던 자전거였다. ‘자전거를 통한 팀 빌딩’ 이것이 푸른바이크쉐어링이 처음으로 설정한 방향이었다.

2010년 말. 그렇게 푸른쉐어링바이크가 문을 열었다. 당시 푸른바이크는 지금과 성격이 조금 달랐다. 렌터카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관광지에서 탈 수 있도록 접이식 자전거를 주로 취급했던 것. 예약이 이어지긴 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의 기업모델이 아니었다.

 

▲ 김형찬 대표에게 "사무실에서 앉아있는 사진보다 자전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을 걸었다. 제주대 앞 센터를 비롯해 각 마을 정류장마다 미니벨로, 하이브리드, 2인용 자전거 등 다양한 종류가 준비돼있다. ⓒ제주의소리

그러던 중 ‘마을 영업소’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굳이 제주도 한 바퀴를 다 돌 필요도 없고, 손에 오일이 묻으며 싣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거리가 길지 않은 마을길을 편안하게 돌아다니는 것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만한 생각이었다. 김 대표는 즉시 자신이 평소 점찍었던 마을을 찾아갔다.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서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르신들은 이 젊은 시내 총각의 제안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당장 마을에 빈 땅을 내주겠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직원들을 마을의 어르신들로 구성하는 방안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현재 제주도 내 5군데 마을영업소의 담당 직원은 모두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다. 개인이 하는 사업이지만 마을에도 뭔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의 컨설팅을 만나면서 구체화됐다. 살펴보니 시골 마을에 일자리가 당장 필요한 어르신들이 꽤 있었던 것. 용수, 저지, 오조, 가시리의 ‘자전거 할아버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걱정 진짜 많이 했죠. 서비스업이잖아요 더 많이 친절해야 되고 다른 곳은 웃으면서 하곤 하는데. 제주도 토박이 분이기 때문에 다 사투리를 사용하시죠. 처음에는 여행객들과 마찰이 없진 않았어요. 어르신분들은 평소 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거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한 거죠.

그리고... 모든 여행 서비스가 다 온라인 통해서 이뤄지잖아요? 스마트폰 다룬다던지 PC를 다룬다던지 이걸 다뤄야 서비스가 제공이 되는데 우린 다 아날로그잖아요. 어르신들 문자도 안쓰시거든요(웃음) 관리에 따른 어려움이 좀 있긴하지만 지금은 다 적응되서 잘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장점이 더 많다고 한다. 예비사회적기업이란 걸 알아서 일부러 찾아오는 여행객들도 생겼다.

“이 분들 다 그 마을에서 60년 넘게 사셨던 분들이잖아요. 마을에 대해서 다 알죠. 코스를 구성하거나 안내할 때 아주 훌륭한 가이드가 되죠. 나무 하나하나도 다 설명해줄 수 있는 생태해설자 역할을 하십니다”

자전거가 시골마을을 두드리다

 

▲ 평탄한 해안길이 펼쳐지는 오조리 푸른바이크에서는 채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푸른바이크쉐어링

제주와 하이킹은 잘 어울리는 조합같아 보이지만 속사정을 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업계에서는 제주 1년 970만 관광객중 3만명 정도를 하이킹 이용객으로 본다. 업체가 많을 뿐 아니라 이젠 수요자체도 줄어들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진단이다.

원래 ‘하이킹’이라고 하면 장거리만 활성화 돼 있는데다, 워낙 매니아들의 눈이 높아져 비행기나 배에 자신의 고급자전거를 싣고 오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처음 접이식 렌탈을 추구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편하게, 꼭 장거리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특정 장소만’ 돌아다닐 수 있는 현재의 마을영업소를 떠올리게 됐다. ‘여의도 자전거 대여점’을 생각하면 아주 단순한 방식이지만 직접 코스도 만들고 마을특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들을 점찍어준다. 그리고 이는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작년에만 이미 이용객 숫자가 1만명을 기록했다.

“한 번은 50대 중년신사가 2인용 자전거를 빌렸어요. 그리고 뒤에 80세 어머니를 태우더라구요. 웃으면서 사계리 부근 해안도로를 여행했어요. 현재 이용객들 중 20대보다 40, 50대가 더 많아요”

마을을 선정하는 데에도 고민이 분명히 있었다. 자연스레 ‘좀 덜 유명한 마을’을 개발된 관광지가 없는 곳들 위주로 고르게 됐다. 유명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옆에 있는 알짜배기 공간을 노릴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이런 점까지 고려했기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공감과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곤혹을 치러야 했다.

“관련 조례가 어려움이 많아요. 어르신들이 기뻐하며 마을 땅도 내주는데 거기 시설물을 못 짓는거에요. 저희는 간단하게 컨테이너 놓고 임시로 운영하고 싶은데 조례에서는 못 하게 막고 있는거죠, 불법가설물이라고 해서. ‘그럼 어떻게 하냐’ 했더니 직접 건축물을 지으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사업 초기이고 5개 마을을 따로따로 다 건물을 짓는 건 불가능했죠. 그래서 같이 고민하다 마을에서는 조그만 간이창고를 내준다던지 펜션 주차장을 이용하던지 하는 방법을 찾았어요”

새로운 여행 문화 만들 수 있을까?

 

▲ 현재는 5개 정류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오는 6월부터 25개로 대폭 늘어난다. ⓒ푸른바이크쉐어링

2012년 처음으로 마을영업소 개념의 쉐어링을 시작한 푸른바이크는 더 큰 계획을 갖고 있다. 오는 6월부터 제주도내 마을 영업소를 2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정류소는 마을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다.

“5개만 있으니 스테이션 간 거리가 멀잖아요. 해안도로가 220km인데 어떤 구간은 40~50km를 가야하고. 좀 더 조밀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적어도 15km 마다는 정류장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제주 해안도로를 따라서 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만나서 설득했어요. 취지를 설명했더니 모두 환영해주는거에요. 이 장소에서 반납도 가능하고 정비공구 비치해서 여행자들이 정비할 수 있고, 우리 이용객에 대해서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할인 혜택도 주고. 그렇게 협약을 맺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 마을 주민을 시작으로 그리고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들까지 ‘자전거’를 중심으로 힘을 합치게 된 셈이다. 좀 더 자리가 잡히면 더 많은 마을 토박이 어르신들을 고용할 계획이다. 올해만 당장 4명을 더 채용한다.

조금씩 입소문이 나니 종종 뜻밖의 전화를 받을 때도 있다. 얼마전에는 부산시 공무원들이 전화와서 자전거 쉐어링의 운영방식과 최초 시작 과정에 대해 문의를 하기도 했다. 자전거 렌탈업으로 새로운 형태의 기업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전거라는 기본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향점요?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공정여행을 실천하고 싶다고 해야할까요... 제주도의 아름다운 마을과의 공생을 생각했습니다. 영업소들이 있는 곳을 보면 잘 개발된, 유명 관광지들이 아닙니다. 제주마을의 전통을 잘 보존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마을을 찾아나서는 겁니다.

지금 보면 다른 지역에도 지자체에서도 자전거 관련 사업 많이 하잖아요. 제주시에도 시내 6개 스테이션이 있고, 표선에도 2억 투자해서 3개 스테이션 만들었구요. 자주 가보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니까 관에서는 만들어 놓고 끝나는 거죠. 그건 100% 스테이션을 만드는 업체를 위한 사업이에요. 이용하기도 불편하고 관리도 안되잖아요

저희는 그것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는거죠. 사회적기업이라는 게 정부나 기업에서 못하거나 미흡한 부분의 틈새를 매우는 거잖아요. 제주형 자전거 시스템을 만들어서 모범사례가 되고싶어요. 일자리도 만들고, 환경도 보호하고, 자전거도 활성화시키고!”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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