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릴레이칼럼(5)] '친노,반노' 대결구도 경계해야

전국을 충격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일어난지도 며칠이 지나고 있다. 당시 충격과 분노가 얼마나 컸던지 만나는 사람마다 소리높여 수구부패 세력의 '반역'을 비판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제주의 꽃을 사랑하던 어느 농촌 목사님의 피끓는 신시일야방성대곡이 그렇고, 침착하고 냉철하게만 보였던 한 선배가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전투에 나서겠다는 굳은 결의와 함께 적나라한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당시의 충격과 분노가 얼마나 컸던지 새삼 확인한다.

아직도 전국을 강타한 탄'핵폭풍'의 여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평정심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이 시점에서 탄핵정국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여 몇자 적어본다.

'후폭풍'이라 불리어질 정도의 각당 지지율의 커다란 역전 사태와 국민적 저항을 보면서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무슨 생각을 할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라고 놀라움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왜 이들은 제무덤을 파는 '무뇌아적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을까? 탄핵 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사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해 놓고도 "대통령의 사과가 전제되면 철회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언급해 온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한민 양당은 처음부터 이 사안이 탄핵꺼리(명분)가 될 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었으며 - 오늘에서야 다시 탄핵이유를 추가하겠다고 호들갑 떠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 단지 평소부터 못마땅하게 생각해 오던, 아니 대통령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해 온 노무현 대통령의 기를 죽이기 위한 전술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배경에는 총선을 앞둔 양당 내부의 권력투쟁(소장파의 도전을 대외적 투쟁으로 진압하여 최병렬, 조순형 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의도 - "탄핵반대 의원은 출당시키겠다"고 엄포를 놓던 최병렬을 보라)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대통령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함은 물론 오히려 해 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승부수를 던졌다('총선 재신임 연계론'은 이에 불을 지른 격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의 투신설과 맞물려 비판적 국민여론이 조성되자 한민 양당은 탄핵표결이라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말았고, 한 순간 승리의 환호는 추락하는 지지율과 국민적 공분으로 역전되고 말았다.

노무현대통령도 설마 탄핵까지야 가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탄핵의결 바로 전날 기자회견에서 결코 사과않겠다고 우겨댔으며, 이후남사장의 자살 소식이후 눈치를 보던 한민 양당의 소장파 뿐만 아니라 자민련까지 탄핵반대로 돌아선 다음 날 아침에야 부랴부랴 사과성명을 발표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결과는 탄핵가결로, 이후 국민적 저항으로 귀결됐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대통령 탄핵'이 갖는 의미를 한민 양당은 너무 과소평가했다.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들은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무대포 과감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저들이 내세우는 탄핵의 어떤 사유도 많은 헌법 학자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애써 무시한 데 불행의 씨앗이 있다.

더 큰 이유는 '차떼기 정당'이라 표현되는 부패수구 정당과 '지역주의'를 존립근거로 삼는 파벌 보수 집단이 자행한 의회쿠테타였기 때문에, 그들이 과연 이런 행동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국민적 비판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에서도 주장하듯 이들과 구분되는 노무현이나 열린우리당 또한 이번 정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대통령직을 건 도박'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총선을 앞둔 '정쟁'에서 비롯된 것이며, 탄핵사태의 결과 국민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노무현이냐 반노무현이냐를 선택하라는 강제에 떠밀리게 된 형국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탄핵정국이 '친노'와 '반노'의 대결구도로 가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이번 총선이 지역의 대표와 선량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대통령 선거격인, 아니 노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재신임투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정책선거는 물건너가게 된다. 물론 이번 선거가 탄핵정국을 유발한 한민자 부패수구세력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 때문에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상승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 FTA 협정 체결, 새만금 매립 강행, 부안사태 등에서 보여준 노무현정부의 반민주적·반민중적 정책을 보며 많은 국민들과 지지자들은 실망해 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탄핵반대 여론도 다수지만 대통령도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국민들 또한 다수였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양비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현 상황의 주요 타깃은 한민자로 대변되는 부패수구세력의 반역책동을 분쇄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탄핵정국을 초래한 책임에서 노무현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연일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다수 사람들은 국회가 국민의 의사와 반하여 탄핵결의를 한 것을 항의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집회가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지지운동이 아니라 '힘을 앞세운 야당의 폭거'에 대한 저항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 상당수가 '친·반노대결' 구도에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날부터 분출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와 각성된 행동은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이 성숙한 국민의식은 총선정국을 파탄내려는 음모 또한 좌절시킬 것이며, 다가올 총선에서 국민주권에 정면도전한 반역의 세력들을 심판함은 물론 새 희망의 정치의 씨앗을 뿌릴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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