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17) -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형 기업, 좋은세상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17) -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형 기업, 좋은세상

 

▲ 결식아동에게 반찬을 배달하러 가는 길.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안 쪽으로 쭈욱 들어가다보면 한 가운데 상가 2층에 위치한 ‘좋은세상’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 곳의 김창수(53) 대표는 서귀포장애인부모회 회장과 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자활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탈빈곤을 목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보건복지부의 사업이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자활센터가 사회적기업의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관에서 제공하는 사업이 끊기는 경우도 있고, 그 자체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쉬울리 없다. 실제로 자활공동체에서 시작한 많은 사회적기업들은 전국적으로 자본금의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김창수 대표는 속 시원하게 사회적기업은 물론 제주 사회적기업들의 현실을 진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자활서 열심히 일 하던 사람들, 정부사업 없어졌다고 가만 둘 수 있나

 

▲ 김창수 대표는 자활센터에서 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가는 방향, 이런 식의 '시장 속으로의 접근'이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그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현재 한국의 ‘사회적기업’의 형식에 대해 말을 꺼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외국과 달리 말 그대로 관 주도 형이다. 정부가 ‘저 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적기업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접근은 몇 가지 맹점을 지닌다.

저소득층 고용 말고도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질 수도 있으며 동시에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의 본래 정체성을 한정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각 사회마다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양성과 지원책을 펴 준다는 것은 시장주의가 1순위 덕목(!)으로 꼽히는 한국사회에서 다행이라는 분석도 많다.

어쨌든 2011년 말 이 기업은 보건복지부의 사업 중단에서 시작됐다. 보건부가 서귀포자활센터에 공급하는 방역 바우처 사업이 전국적으로 사라진 것. 사회 주변부에서 이제 좀 기지개를 피고 직업인으로 거듭나려던 사람들이 졸지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단기간 정책 하나에 울고, 웃어야 할 정도로 자활센터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결국 좋은세상은 자활에서 나와 따로 그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 일부와 함께 이 사회적기업를 꾸렸다.

“거기서 일하셨던 분들이 갈 곳이 없죠. 자활 자체에서 따로 큰 일자리 창출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그래서 사회적기업으로 간 거죠”

처음에는 방역만 했다. 그런데 방역자체가 그 전에는 바우처 사업을 통해서 공짜로 해주던 방역 사업이 이젠 한 번에 12만원을 받으니 외면받기 십상이었다. 기존에는 행정에서 준 명단에 의해서 대상자를 찾아서 하다가 이제는 시장속에 무한경쟁 속에 들어선 것. 대형 방역 업체들에 비해 모든 게 열악했다.

좋은세상이 이 시점에서 찾아낸 것이 아동 주부식 사업. 결식아동들을 대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형태다. 2005년 즈음한 도시락 파동을 기해 도시락이 급식제공으로 바뀌었다. 그 스스로도 ‘방역과 주부식 사업’이 어울리지도 않고 공통점도 없는 걸 알지만 일단 자활센터에서 시작해 좀 열심히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그냥 둘 순 없었다.

그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이 일자리에 대한 쪽으로 몰려있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다. 혹자가 생각하는 대로 정부에서 그냥 떠먹여주는 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달 해가지고 몇 십 만원을 해 여섯명 인원이 있는데 급여를 어떻게 줘. 예비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도에서 보조를 주지만, 그 보조 준 거는 취약계층 고용자와 관련해 최저임금에 의한 보조지. 우리가 내치는 것에 대한 보조가 아니다. 보조금이 전부 주는 게 아니고 유급근로자도 둬야해고 사무실 운영도 해야하고, 힘들어가지고 부식사업을 하게 된 거죠 작년 2월부터”

김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보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런 기업들을 왜 우리가 이용하고, 왜 생존시켜야 하냐고. 그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길게 말을 이었다.

“일단 취약계층 대상으로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작은 부분이 포함되겠죠. 그리고 일단 우리가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사회적기업이 본 성격상 이윤을 개인이 가질 수 없잖아요. 그래서 소위 말하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가치를 하기 위해 공헌 사업을 한다. 물론 번 걸로 다 충당이 안되지만 번 걸로 운영비쓰고, 돈이 부족하면 부족하더라도 돈이 남진 않지만(웃음)”

요즘 강조되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은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대기업이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는 방식이다. 하지만 좋은세상과 같은 기업은 그것이 사회적으로 다시 재투자되도록 배분이 제한되는 동시에, 처음부터 이처럼 저소득층 무료 방역, 결식아동 쌀 기증 과 같은 활동을 펼쳐나간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 생태계, 앞으로는 어떻게

▲ 이들은 매 분기마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 무료로 방역을 해주고 쌀도 전달한다. 다른 기업의 CSR과 다른 점은 이걸 사업 시작과 함께 처음부터 시도했다는 것. ⓒ제주의소리

“사실 사회적기업 수가 많이 생기긴 했죠. 하지만 이들이 여러 경제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면 실업률이 낮아질 것이고... 정부에서도 그래서 시작했지만. 그리고 사회적기업이 확산됐을 때 아마 사회 자체가 좀 더불어서 사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겠냐. 남도 배려할 줄도 알고 아는...”

그렇다면 이 기업들이 모두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일반 영리기업도 열 중 하나 둘 만이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잡는 세상이다.

“제가 보기에 사회적기업이 80%는 망합니다. 또 생겨나고 없어지고 생겨나고 없어지고 그런식으로 생존률이 20% 안될 거다. 그래서 중요한 게 마인드죠. 우리도 지금도 일부 보조 받고 있고 하지만 시작하는 분들이 정확한 마인드 없이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단지 몇 년 동안 보조받는 것을 노리고, 혹은 그것만 감안해서 시작하는 건 좀 아닙니다. 하시는 분들이 진짜 맘 단단히 갖고, 이거 아니면 내가 갈 데 없는 생각에서 해야지”

그럼 이 작은 기업, 좋은 세상은 어쩔 생각일까. 다시 직접적으로 물었다.

“사실 사회적기업들이 보면 자본금이 없어요. 어쨌든 1년 넘게 하다보니 아직 열악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비전이 보이겠다, 수익창출이 보이겠다 이런 부분이 있네요. 농산물유통 부분요.

사업이 하다보면 우리가 주부식 하다보면 야채도 있고 고기도 하고 공산품도 있고, 이 하나하나 보면 다 큰 사업들이다. 이거를 우리가 지금은 받아서 유통하고, 의존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총괄해서 이어주는 개념으로 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문어발식이 아니고 살기 위한 궁여지책이죠. 한가지만 했을 때는 좀 힘듭니다”

그는 일반인의 통념처럼 일자리창출형 사회적기업이 경쟁하지 않으려 들고 혹은 지원만 받으려하는 약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정말 솔직히 얘기해요. 기업상황 오픈하면서 열심히 안 하면 월급 없다. 돈 없는 데 월급 어떻게 주냐. 같이 벌어서 같이 가는 거다. 누가 나눠먹는 게 아니고 무조건 회사와 사회적사업에 재투자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물가도 올라가는데 급여도 올려줘야죠. 지원은 3년이면 끊기고 또 마지막해는 50% 내려가죠. 그래서 이런 상황을 툭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 한 번 제대로 해보자, 열심히 한 번 노력해보자 이런거죠

그분들이 자활센터, 자활사업에만 머물 수 없잖아요, 자활이 계속 있을지도 의문이고. 현 정부에선 또 없앤다고 하는데...참”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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