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동안 유럽 3개국 시찰…'비상체제' 무색

제주시 의회의원들이 탄핵정국의 와중에 해외 여행에 나서 눈총을 받고 있다.

제주시의회 자치교통위원회(위원장 전명종) 소속 의원 6명과 의회·집행부 관계자 4명등 10명은 18일부터 27일까지 9박10일 일정으로 이집트 터키 그리스 등 3개국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국립박물관과 피리밋 스핑크스 나일강을 둘러본 뒤 태양신을 숭배했던 역사유적인 룩소 신전, 고대 이집트 왕들이 묻혀있는 왕가의 골짜기, 신화속에 등장하는 멤논 장군의 거상, 람세스 2세 거상 등을 답사한다.

또 터키 이스탄불에선 성 소피아 사원과 톱카프 궁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 등을 둘러보고 그리스 아테네로 이동해 인류 최초의 운하인 고린도운하, 파르테논 신전, 초대 올림픽 경기장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공식 방문 일정은 그리스의회를 방문해 의회운영에 관한 상호 관심사를 교환하는 것 뿐이다.

제주시의회는 이집트에서 장묘문화를 비교 시찰하고 터키에서 교통환경관련 시설을 견학하는 한편 그리스에선 선진의회 실태를 파악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일정대로라면 이중 그리스 의회 방문을 빼면 소기의 방문 목적을 달성할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회 안팎에선 "각국의 장묘 문화를 비교한다지만 이집트의 피라밋 등을 보고와서 우리의 장묘문화에 당장 접목할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고 설령 있다고 해도 그렇게 서두를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터키의 경우도 일정을 보면 교통환경시설 견학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으로 온 나라가 소용돌이치면서 정부나 자치단체마다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와중에 의원들이 시급하지도 않은 시찰을 강행하는 것은 탄핵정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무사안일의 표본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번 여행에 들어가는 경비는 1인당 295만원. 공무원들은 출장비로, 의원들은 1인당 165만원을 자체 부담하는 것으로 돼있다. 의원에게는 연간 130만원의 여행경비가 예산으로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외유에 나서는 의원은 전명종 위원장을 비롯해 이기붕 고상호 허성부 강문철 신영근 의원이다.

이와관련 의회 관계자는 "제주도의 현안사업인 국제자유도시의 중심축인 제주시에 걸맞는 장묘문화 및 교통환경 문제, 그리고 선진국의 도심기반시설, 문화유적을 답사해 시책 개선에 반영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급하지 않은 목적의 여행을 탄핵정국에 강행하는 것에 대해선 "탄핵을 예상하지 못했던 2월초에 계획한 것으로,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상반기 정례회 일정 등 때문에 어렵다고 보고 이렇게 일정을 잡았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와 4개시·군은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지난 13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공무원 비상근무 태세 구축과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을 다짐해 대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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