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4)사회인야구서 선수-심판 오가는 사람들

[장태욱의 '野'한이야기] (4) 사회인야구에서 선수와 심판을 오가는 사람들

 

 

▲ 서귀포시야구연합회 강영호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장면. 야구심판의 화려한 액션은 야구장의 또다른 볼거리입니다.

 

"화려한 손짓과 과장된 액션, 이것은 심판의 쇼맨십이 아닙니다. 120여 년 전 청각장애인 선수와의 소통을 위해 시작된 것입니다."

'불사조'로 불리는 레전드 박철순 선수의 담백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자동차 광고 멘트는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야구가 발전할수록 심판의 액션은 화려해졌기 때문에, 야구장에서 심판의 일거수일투족은 경기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되었습니다.

주심과 루심의 역할

프로리그를 비롯하여 엘리트 선수들이 겨루는 야구경기는 대부분 4명의 심판이 진행합니다. 이런 경우, 그 중 한 명은 주심이 되어 포수 뒤에 자리 잡고, 나머지 3명은 루심이 되어 1루, 2루, 3루에 각각 자리 잡습니다.

주심과 루심은 '경기규칙에 관한 결정', '파울볼과 페어볼 판정', '타임, 보크 등의 판정' 등에서 모두 같은 임무를 띱니다. 거기에 주심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것과 더불어 경기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임무를 추가로 지닙니다. 

 

   
▲ 경기를 시작하기 직전, 심판이 양팀 선수들을 불러모아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장면입니다.

심판의 임무는 경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심판은 경기가 열리기  30분 전에 양 팀 감독을 확인하고, 구장의 상태가 야구하기에 적합한 지 점검하며, 경기를 치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의 공을 수중에 확보해야합니다. 경기 5분전에 양 팀으로부터 타순표를 받고, 타순을 확정하면 경기를 시작합니다.  

사회인야구에서도 경기에 임하는 심판의 역할은 프로야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프로경기와 달리 사회인야구에는 2명의 심판이 배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2명의 심판 중 한 명은 주심이 되고 나머지 한 명은 1루와 2루 사이를 오가며 루심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회인야구 심판, 2명인데 할 일 너무 많아

사실, 사회인야구에도 4명의 심판이 배치된다면 오심의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어 경기의 질이 높아질 겁니다. 그럼에도 심판을 2명만 배치하는 이유는 심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심판에게 지급해야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 사회인야구에서 심판의 임무는 경기 전에 운동장에 물을 뿌리고, 석회가루로 선을 그리는 것에까지 이릅니다.
   
▲ 정용기 루심이 파울라인을 그리는 장면.

 

사회인야구대회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은 회원 팀들의 회비에서 충당됩니다. 이때 경기에 소요되는 비용이란 운동장 사용료, 야구공 구입비, 심판수당, 기록수당 등입니다. 수당은 보통 주심에게 35,000원, 루심에게 25,000원이 지급되고, 기록원에게는 20,000원이 지급됩니다. 여기에 야구공 구입비와 운동장 사용료 등을 더하면 경기당 총 비용이 대략 20만원에 이릅니다. 한 경기를 한 번 치르기 위해서 팀당 대략 10만원을 지불하는 셈입니다.

사회인야구의 심판이 프로야구와 다른 것은 배치되는 심판의 수에만 있지 않습니다. 프로리그에는 경기진행요원들이 있고 배트 걸, 볼 보이 등이 있는데 반해, 사회인야구에서는 심판과 선수들이 경기진행요원의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그래서 프로야구에서는 경기 전 구장의 상태를 점검하는 정도로 규정되었던 의무가 사회인야구에서는 운동장에 석회가루로 라인을 그리고 내야에 물을 뿌리는 것에까지 이릅니다. 경기 중에 볼이 운동장 밖으로 나가면, 이를 기억했다가 제대로 회수되었는지도 살펴야합니다. 2명의 심판이 참으로 많은 일을 감당해야합니다. 

   
▲ 기록실에서 바라본 경기장. 기록실에서 조승국 기록원이 경기 모든 과정을 기록지에 옮기고 있습니다. 연합회는 야구 진행을 위해 심판 2명과 기록원 1명을 배치합니다.

사실, 사회인야구를 진행하는 심판들은 대부분 연합회에 속한 회원 팀 선수 중에서 차출된 사람들입니다. 야구의 규칙이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에 선수들 중 경험이 많은 이들이 심판으로도 활동하게 되는데, 이들은 본인이 속한 팀을 위해 선수로 뛰다가 다른 경기에는 심판으로 참가하게 되는 겁니다.

야구, 사람을 미치게 하는 힘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야구장에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귀포시야구연합회 강영호 심판이사가 가장 대표적인 예인데요, 강영호 이사는 라이거즈 팀에 소속되어 팀의 경기에는 선수로 뛰다가, 소속팀의 경기가 없는 시간에는 심판이 되어 다른 팀들 간의 경기를 진행합니다.  

강영호 이사는 나이가 57세로 손자까지 본 할아버지인데도, 운동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서인지 외모로는 나이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고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동안 서 있는 일 자체가 맨 정신으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그것도 전신에 갑주를 입은 채 말입니다. 게다가, 경기 도중에 타자의 배트를 스친 공이 무릎이나 팔을 가격하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야구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 장태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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