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미국의 통화정책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월별 고용계수 발표가 예상보다 약간 좋게 나오면 중앙은행의 QE(양적 완화)가 끝날 것을 걱정하여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이것이 나쁘게 나오면 QE가 지속될 것이라는 안도감으로 주식과 채권 값이 안정되는 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QE 종식을 겁내는 이유는 이해할 만하다. 돈을 풀은 덕에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가 금년 들어 각각 17.7%와 16.3% 상승했으니 오르기도 많이 올랐다. QE가 끝나면 이 추세가 조정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우려는 채권시장에 있다. QE 종식의 가능성이 솔솔 전문가의 입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한 이후 미국 장기국채의 시장금리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채권의 경우 금리와 가격이 반비례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그 반비례하는 폭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만기가 장기일수록 커지는데 10년 만기 채권의 경우 금리 1% 상승은 대략 9%의 가격하락을 동반한다. 정부가 장기 금리 변동에 특히 신경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국채금리의 상승은 주택 모기지 금리상승의 빌미가 되어 회복 중에 있는 건설경기에도 찬 물을 끼얹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종합해 보면 QE의 출구전략은 적어도 앞으로 1년 이내에는 시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연준은 금리 인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참 동안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했고 금리 재인상의 조건을 실업률 6.5%, 물가상승률 2%에 묶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실업률 6.5%는 슬그머니 "노동시장의 현저한 개선"으로 말이 바뀌기는 했지만 지금의 월간 20만명 미만의 신규채용을 현저한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월간 850억달러라는 전례 없는 규모의 채권수매를 통해 힘들게 시행하고 있는 초저금리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봉착하게 된다.

그들만의 QE

미국의 신용카드 대출과 학자금 대출은 각각 약1조달러에 달한다. 불경기의 지속으로 그 금액은 당연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자율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신용카드 잔액에 적용하는 금리는 11%에서 19%까지 다양한데 평균 15.1%인 것으로 나타난다.

추측과는 반대로 신용카드 잔액은 50세 이상의 가장을 둔 가계가 평균 8300달러로서 50세 미만의 가장을 둔 가계보다 더 컸다. 식구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1/3 이상은 기본적인 가계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카드 빚에 의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자금 대출은 한 때 정부산하 공기업이었던 쌜리메이(Sallie Mae)가 9.25%를 받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안고 가는 빚은 평균 2만7000달러에 달한다. 일반 은행에서 취급하는 학자금 대출은 그 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는다. 대학생의 60%는 대출 신세를 지며 현재 3700만명이 학자금 빚을 감당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진학을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한 투자로 본다. 이제까지는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었기에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이용해왔다. 신용카드도 당장 통장에 돈이 부족하니 잔액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달리 결제일에 전액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대출들은 은행의 수입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안성맞춤이다.

"금융"에는 두 개의 임무가 있는 것 같다. 금융을 하나의 돈벌이 사업으로 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그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국가경제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전자를 부도덕하다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 독일의 경우 이 두 가지 임무는 사립은행과 공립은행이 각각 나누어 담당한다.

독일 은행제도에서 배울 점

도이치뱅크나 코메르츠방크 같은 대형 사립은행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내걸고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다른 나라의 대형은행들과 경쟁을 하여 국부를 창출한다. 한편, 지방 도시가 스스로 주주가 되어 설립한 스파르카쎈(직역하면 저축은행), 그리고 같은 지역 내의 여러 스파르카쎈들이 모여 설립한 란데스방켄은 기본적으로 비영리 성격으로 지역의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영업을 한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미국에는 공립은행이 없다. 모두 민영화 되었다. 미국 QE의 행방은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관찰의 대상이지만 그 나라 경제가 QE 여하로 무엇이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크고 작은 여러 은행들이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을 위해 금융의 두 임무를 균형 있게 수행하고 있는가 반성해야 할 때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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