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콩나물에 담긴 ‘건강한 음식’의 꿈
항아리 콩나물에 담긴 ‘건강한 음식’의 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19) -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콩나물, 제주살림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19) - 친환경 콩나물 도민들의 입맛을 사로잡다, 제주살림

 

▲ 들꽃농장에서 시작한 제주살림은 콩나물 하나로 10년 넘게 버텼다. 덧붙이자면 지역에서 '대박'을 친 뒤 꾸준하게 이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지만, 식품마저 대기업의 사냥터가 된 상황에서는 '버틴다'는 표현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1997년, 30대 초반인 오영덕(47)씨가 농촌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 건 ‘개방과 개발로 인해 피폐해져가는 농촌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애당초 목표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 ‘자급자족’이었다. 제주에서 유명한 ‘항아리 콩나물’ 재배를 처음 시작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귀농한 뒤 제주생활협동조합(현재 아이쿱생협)에 자체생산품이 필요했다. ‘유기농 쌀가게’ 정도로 인식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침 그 당시 농약 콩나물 파동이 터졌고 오 대표는 자연스레 콩나물을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해야겠다는 맘을 먹는다.

그런데 쉽지가 않았다. 기존 종사자들은 농약을 치지 않고 어떻게 콩나물을 기르냐며 “될 리가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의 들꽃농장에서 생산된 항아리콩나물은 무려 15년이 지나도 제주 지역 곳곳에서 팔리는 스테디셀러, 항아리콩나물로 탄생한다. 대형 식품업체를 뚫고 나온 결과라고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다.(관련기사 : “생각을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미래가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대형식품업체와 유통망 경쟁 속에서 제주살림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는 이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또 다른 사회적기업을 위해 ‘먹거리 네트워크’를 준비 중이다. ‘아침밥 함께 먹는 생활공동체’라는 기발한 계획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평일 오후 애월읍 봉성리 산골마을 속에서 직접 만든 흙 집에서 만난 오 대표는 30대 초반의 결심대로 여전히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지내려 노력중이었다.(관련기사 : 무더위? 열대야? 흙집에는 느낄 수 없어요)  

내 아이는 안 먹이는 음식, 다른 사람에게 먹일 순 없다

 

▲ 제주살림 오영덕 대표. 그를 만난 곳은 직접 건축한 애월읍 봉성리 숲 속 흙집. ⓒ제주의소리

- 어째서 처음 선택한 게 콩나물이었나요?

“제주가 워낙 지역사회가 적으니까 노는 자본은 많고. 된다 싶으면 자본 있는 사람이 뛰어들고. 그래서 항아리에다 한다면 자본이 있다고 해서 쉽사리 뛰어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죠. 번거로우니까. 대자본의 속성이 편리하고 경제적이어야 하는데, 항아리는 그러지 못하거든요. 항아리가 맛은 좋지만 그렇게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도구는 아니에요. 깨지기가 쉽고... 그러면 생협에 사업으로는 딱 맞겠다 그랬죠.

나는 그냥 근근이 하는데 너무들 주위에서 좋아하니까 기뻤죠. 생협에 가면 할머니들은 자기들 어릴 때 먹어봤던 콩나물 맛이다. 아무 걱정없이 먹는다. 그 맛에 계속했죠”

- 그래도 전국 단위의 대형식품회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그걸 뚫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판매망 구축을 위해 마트를 찾아갔는데. 가서 마트 관계자를 만나보니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거에요.

그래서 우리는 거꾸로 했죠. 마트에 있는 수백수천가지 물건을 들여올때마다 일일이 원가계산하고 깎아려고 하고 분석하고 설득하는데, 우리는 '얼마를 받든 알아서 해줘라'고 말했죠. 그러니 마트 담당자가 황당해 한 거죠. 이 담당자가 굉장히 당황하다가 나중에는 가르쳐 주더라구요. 유통과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마트에서 받을 수 있는 최저로 넣어줬죠. 다른 업체에도 전화를 넣어줬는데 거기 가서도 그 쪽에서 알아서 해주시라고 했는데, 대부분 마트에서 우리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넣어주더라고요

아마 그 분들이 보기에는 좀 신선했던 것 같아요. 그니까 이게 자기들도 머리 아프잖아요 맨날 돈을 자기는 깎으려고 상대는 더 받으려고 하고 계속 이러다가 알아서 해달라고 하니까 거기서 다른 마음이 생긴 거 같고”

- 식품은 이미 대기업이 유통망을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들꽃농장’으로 시작한 제주살림의 항아리 콩나물이 꾸준히 생존하면서 상당한 퍼센티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놀랍게 평가됩니다. 콩나물 전국 유통을 하는 한 업체가 왜 제주에서만 얘네를 이기지 못하냐고 할 정도니까요. 이 틈새에서 어려움도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마트에서 물건을 받을 때는 콩나물 팔아봐야 한 달 얼마되겠어요. 그런데 십만원어치 받는 콩나물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총 몇 백만원짜리 물건을 받는 회사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A라는 회사에서 한 달에 몇 백 만원어치 식품을 받는데 그 중에 콩나물이 한 품목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콩나물 하나 달랑 들고 있어요.

계속 밀리는 거죠. 사실 그거 때문에 콩나물 하나로 일반 시장에 진입을 해서 성공적으로 안착을 했음에도 불안한거죠”

- 그럼 제주살림도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지속적으로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 품목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일반 유통되는 마트 식품을 거의 안 먹어요. 한살림 물건만 이용하는데, 먹거리가 사람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치유의 개념으로 먹거리를 보니까. 원래 나쁜 음식이라기 보다는 그렇게(공장식으로) 만들어서 유통이 되니까. 내 아이는 못 먹인다는 거죠.

우리가 매출규모가 커지면서 사업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됐는데... 문제는 내가 이게 안되는거에요. 우리 아이는 탐탁지 않아서 안 먹이는데 이걸 다른 사람에게 팔 순 없잖아요

다른 친환경적 상품 적당한 것 찾아봐야 하는데 일상적으로 회전이 되면서 사람들이 먹는 것 찾아야하는데... 중간에 찾지 말고 이것만 하자 생각도 있었지만 버티고 버텼지만 이제는 아마 한 가지로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있고, 그래서 그러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해서 체계적으로 좀 더. 그냥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유통집단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들이 맞춰졌습니다”

- 실제로 사회적기업가 중에서는 평소 환경운동을 해오던 분들, 또는 장애인 인권운동이나 빈곤운동을 해 오신 분도 계세요. 같은 환경운동연합의 공동의장인 정상배 자연학교교장도 생태건축 사회적기업을 시도하고 있고. 사회적기업이 이 시장자본주의 사회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삶에 대한 폐해와 그래도 ‘먹고 사는 문제’ 중에서 어느 정도 선을 지키는 삶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자본주의의 경제 시스템이 예 편입이 되던지 아예 옛날 제가 했던 방식처럼 처음에 자급자족을 하겠다면서 자본주의가 앞으로 가면 나는 뒤돌아서 거꾸로 가겠다 그런 선택이 있었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사회적기업이라는 형태 자체를 몰랐었죠.

사회적기업이라는 시스템이 자본주의 경제구조 내에서 자본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나눠서 가지는 시스템이잖아요 구조적으로 그렇게 갖춰져 있고. 그런 측면에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내에서는 나름대로 공생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이라고 봐요”

 

▲ 부인 임미경씨가 항아리콩나물 옆에서 웃고 있다. 항아리 콩나물에는 농약은 물론 성장촉진제도 사용되지 않는다. ⓒ제주의소리DB

- 제주살림도 ‘건강한 먹거리’라는 사회적가치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살아남아야 하잖아요. 대표님은 앞으로 제주살림이 식품유통집단으로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이죠?

“진짜 건강한 먹거리가 주류가 될 수 있도록, 또 우리가 유통망을 제대로 구축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먹거리에 대해 우리가 기존에 고민해 왔던 것들을 실천해오겠다는 거죠. 지금 시장구조 내에서 성공적인 안착과 사회적경제에 기여하는 식으로 시스템 구상은 하고 있어요.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거 같아요. 일단은 지금 항아리 콩나물도 그렇죠. 한 대기업 식품업체가 전국을 다 장악했는데, 유일하게 제주도만 콩나물 주류가 아니에요. 한 번은 이것 관련해서 이 회사 과장이 우리 집에 왔었죠. 와서 보니 그 사람은 너무 황당한 거에요 어디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에서 나오는 콩나물을 자기네가 못 이긴다 하구요(웃음)

어쨌든 뭐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제주지역에서는 항아리콩나물이라는 인지도가 대형유통업체 못지 않은 거죠. 그렇게 그런 어떤 우리 콩나물을 사먹어주는 신뢰도를 기반으로 해서 그걸 못지않은 다른 걸로 하려는 거에요. 에전에는 잘 안 될 수도 있었지만, 최근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아 정말 여기 식품은 아무걱정 없이 먹을 수 있겠구나”이런 생각이 들도록요”

- 그럼 어떻게 되든 ‘친환경 생산 방식에 기반’하는 건 확고히 정해져있는 것 같네요

“물론 우리는 이 콩나물 작은 것 하나지만 기존의 그 유통망하고 싸워서 이게 어쨌든 살아남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안에서만 이게 유통을 해본 게 아니라는 큰 장점이 있는거죠. 기존 유통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속성이 어떻고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쪽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주류유통질서와 한 번 뭔가 경쟁을 해보겠다는 거에요. 두부가 같이 결합이 되면 콩나물 기반으로 해서 대기업이 일일배송 식품 회사 하는 것처럼 본격적으로 진행이 될 거 같고. 문제는 유통을 이제 사회적기업 그대로 유통을 하고 한 가지가 더 있는데...”

- 어떤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게 사회적기업이랑 같이 갈 지는 모르겠는데, 아침밥 같이 먹는 생활공동체에요”

- 아침밥 같이 먹는 공동체요?

이를테면. 전세계에 도시에서 아침밥을 집에서 해먹는 데가 거의 없어요. 현실적으로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해 먹을 시간이 없어요. 번거롭고, 해 먹지 못하거나 제대로 빵으로 때우거나 이러는데 이러는데 또 점심은 식당에서 사먹고, 밖에서 저녁 먹고. 정작 집에서 먹는 먹거리도 건강하지 못한 경우도 많지만, 다 사먹거든요. 사회적분위기가 다 사먹는 게 완전히 인정이 되면 사 먹는 거에 대한 철저한 기준이 마련될 텐데 우리사회는 그게 안돼요. 애매한거죠.

그래서 예를 들면 공동으로 이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제주생협이 그걸 해도 되고, 그룹을 만들어서 아침을 같이 먹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거에요. 엄마아빠가 애들한테 ‘거기가서 먹으면 돼’ 이렇게요. 부담없이 저렴하고 정말 좋은 먹거리만, 이상한 재료 안 넣는. 일어나서 거기 밥 먹고 학교가는 거죠. 식당처럼 거점을 마련해 놓고...”

- 그러고보니 아까 얘기하신게 ‘아들은 보통 유통채널에서 나오는 음식 되도록 안 먹인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화학조미료 혹은 단가를 낮춰 생산한 식품들, 농약으로 키운 채소들이 대부분인데 그걸 거부하는게... 

“가능하다기 보다 굉장히 어렵죠,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은데. 실제로 그렇게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서 여기 있는거고. 여기서 애들이 뭐 하나 사먹으려고 해도 한참 나가야하거든요. 그 대신 우리는 지금 아이가 셋인데 15년 이상을 병원에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약도 안 먹어보고. 주사도 안 먹어보고. 큰 아이는 18살인데 우리도 어린이집 다닐 때 긁기 시작해서 큰 아이가 아플 때가 있었다. 먹거리가 관련이 있어서 그 때부터 먹거리를 탐구하는 계기가 된 거고

둘째는 12살, 셋째 10살인데 둘째 셋째는 아직까지 병원을 안가봤어요... 아 치과에는 가봤구나. 그래서 병원에서 뭘 하는 지 잘 몰라. 태어난 것도 조산원에서 태어났고. (웃음)”

 

▲ 항아리콩나물이 길러지는 실제 모습. ⓒ제주의소리DB
- 그게 몸에 좋은거야 알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나도 그렇고 애기엄마도 그렇고 몸이 약했어요. 학교 다닐 때 개근상 잘 못 받아보고. 우린 제일 걱정이 2세가 나오면 아파서 건강하지 못하면 아이 삶이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서 아프지 않은 게 최고다, 다른 거는 다 용서가 되는데 아프면 안되는거다. 그래서 아프지않게 하려고 그런 조건을 만들어 놓는 게 엄마아빠로서 할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거죠”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