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새옷 입은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
30년만에 새옷 입은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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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작가 첫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 30년 만에 개정판 출간 

▲ 현기영 作 변방에 우짖는 새(456쪽·창작과비평·1만3000원). ⓒ제주의소리

제주 출신으로 국내 민족문학 대표 소설가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창작과비평사) 개정판이 최근 발간됐다.

1981년부터 월간지 ‘마당’에 연재돼 1983년 출간된 작품이니 딱 30년 만이다. 이번 개정판은 옛 표기를 현행 맞춤법에 맞게 고치고 표지 등 책 모양새를 새로 다듬어 내놓았다.

'순이 삼촌'과 '아스팔트'로 군부독재 시절 암흑 속에 묻혀 있던 제주4·3의 공론화에 물꼬를 텄던 작가는 '변방에 우짖는 새'로 외톨이 취급 받던 제주민란을 문학으로 끌어들인데 이어 1989년 '바람 타는 섬'으로 제주 해녀들의 항일투쟁을 다루는 등 변방 제주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내놓곤 했다.

"순이삼촌으로 군부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해 더 이상 4.3을 정면으로 다루기 두려워 보다 더 먼 과거인 '이재수란'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변방의 우짖는 새>는 구한말 제주도에서 연이어 벌어졌던 방성칠란(1898)과 이재수란(1901)을 다룬 작품이다.

제주 민중의 수난과 저항을 치밀한 고증과 연구를 보태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역작으로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사료에 취재를 보탠 탄탄한 서사는 물론이고 구한말 제주도의 풍속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제주어의 보고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어휘가 어우러져 진한 맛을 낸다.  

30년 전 당시 소설가 이호철은 "명실상부하게 80년대 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우람하게 열어놓았다"고 작품을 평했다.

1987년에는 연극으로 제작돼 무대에 올랐고, 1999년에는 영화 <이재수의 난>으로 각색돼 화제를 모았다.  

제주 민중 대다수가 봉기에 가담했던 이 두 민란은 규모나 쟁점으로 따져 봐도 역사의 정당한 조명을 받아야 함에도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실상이었다. 작가가 처음 책을 내던 때도 그랬고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나마 마음 놓을 수 있는 건 잇단 4.3예술 작품 발표로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계속 키워온 것이다.

최원식 문학평론가는 이번 개정판을 가리켜 "영화 '지슬'로 4.3이 다시 조용히 주목되는 요즘 4.3의 작가 현기영의 첫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의 개정판 출간이 뜻 깊다. 가해와 피해의 경계가 교착하는 제주의 속내를 핍진하게 드러낸 이 장면은 '지슬'의 씨앗이 아닌가"라는 평가를 얹었다.

개정판을 내며 작가는 다시 고한다. "이제 역사는 민중 삶의 현장에서 뒷전으로 멀리 밀려나고 말았다. ‘역사의 종언’을 예언했던 후쿠야마는 축복으로서의 종언을 말했지만, 과연 그러할까? 역사는 넓은 의미에서 인류가 추구해온 보편적 진리로서의 역사를 포함한다고 하는데, 역사가 실종된 우리의 삶은 영혼은 없고 육체만 있는 삶은 아닌지? 역사가 실종되어버린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판독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의 말로 미루어 무엇보다 이 작품이 지니는 의미는 수난과 저항의 역사에서 이어지는 제주 민중의 억센 혼을 발견하는 일이다. 역사의 격랑이 섬에 휘몰아치던 110여 년 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던 60여 년 전, 또 오늘날까지 여전히 유효하다.

456쪽·창작과비평·1만3000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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