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12) 두 남자에게 사랑의 기술을 가르치는 자청비

자청비 그녀는 사랑의 기술자인가? 그렇다. 그녀는 사랑에 미숙한 두 남자를 교육하여 성인으로 만든다. 그녀는 노련한 교사다. 그런데 파트너가 되는 두 남자,  하늘사람 '숫붕이' 문도령도 '두르웨' 정이 없는 정수남이도 자청비의 행동과 몸짓이 교육임을 깨닫지 못하며, 한참을 지난 뒤 그것이 교육이며, 자청비의 사랑법이었음을 깨닫는다.

미숙하거나 둔하여 때를 놓쳐 후회하거나 자청비와 겨루면 2등밖에 못하는 남자들을 '자청비 콤플렉스'라 한다. 자청비가 온갖 힌트를 다 주며 미끼를 던지고, 유혹의 바람을 일으켜도 연화못 물통의 물은 웃통에서 아랫통으로 흘러갈 뿐이다.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무지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마는 서투름에 있다. 때를 맞추는 사랑법, 즉 농경신 자청비의 사랑법은 때와 절기를 맟춰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몸이나 밭이나 익으면 거둬들이는 농사법처럼 사랑도 때를 맞추어 완급을 조절하며 노래하고 춤춰야 한다.
 
나는 자청비 신화를 통해 '치료'를 이야기 할 것이다. 신화를 통한 심리치료랄까, 신화의 심리학적 접근이랄까. 나는 젊을 적에 서양의 탁월한 정신 분석학자 프로이트의 <꿈의 정신분석>, 칼 융의 <집단 무의식>, 프랑스의 과학자 바슐라르의 <불꽃의 정신분석> 등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 시간이 되면 <제주도 신화의 콤플렉스 연구>라는 테마로 제주 신화를 정리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막연하게나마 우리 제주 신화에서 우리 제주사람의 사랑의 신 자청비 때문에 생겨나는 사랑의 아픔, 자청비 콤플렉스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신화는 제주 사람들의 꿈과 상상력의 세계이며, 인간이 꿈을 통해 신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심리적 정신세계이므로 겁 없이 생각이 가는대로 이야기를 펼쳐 보련다. 자청비는 진짜로 사랑에 도 튼 여자, 보기만 해도 옆에 있기만 해도 모든 남자들이 침을 흘리고, 심지어는 모든 여자들까지도 깜빡 죽는 제일 고운 여자, 남녀노소 하늘과 땅을 통틀어 봐도 막 아까운 여자, 미색과 지혜를 갖춘 미치게 아름다운 여자, 서양식 미녀 뽑기에서도 당당하게 1등으로 뽑히게 될 여자, '미스 월드', '미스 코리아', '미스 탐라'인가. 스스로 신에게 청하여 여자로 태어났다는 자청비, 그녀의 사랑으로 충만한 낭만의 사랑법을 풀어보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한마디로 그녀의 탁월한 사랑법은 때를 놓치지 않는 지혜로운 선택과 서둘지 않는 느림의 미학이다.  

#. 철들지 않는 숫붕이 문도령과 두르웨 정이 엇인(정이 없는) 정수남이

철들지 않는 아이들이 철들 무렵, 아이들은 중성이다. 남자이면서 여성이 몸속에 있고, 여자이며 남자의 호르몬이 흘러 남자가 하는 짓거리를 흉내 낸다. 이는 성인이 되면, 칼 융의 심리학에서 다루는 아니무(animus 여성속의 남성)와 아니마(anima 남성속의 여성)로 발전한다. 자청비 신화를 들여다보면, 자청비는 남장한 여자로 문도령과 수업하고, 서천꽃밭 꽃감관의 딸과 결혼도 한다. 자청비는 사랑의 신이며 양성의 신이다. 그러므로 이 여성을 상대하는 두 남자는 자청비 콤플렉스를 앓을 수밖에 없다. 신화는 자청비 콤플렉스의 해결이 사랑의 완성이라 풀이한다. 

하늘의 신 문도령은 미모와 지혜가 자청비와 맞설만한 자청비의 배필감(짝)이지만, 사춘기의 홍역을 앓으며, 자청비의 성적 유혹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성적 미숙아 '숫붕이'다. 그러므로 자청비는 끊임없이 때를 만들어주며 기다린다. 사랑은 기다림이기 때문이다.

테우리신[牧畜神] 정수남이는 정말 정이 없는 남자, 자청비가 부정하는 정이 안 가는 남자, 야수 같은 동물형 남자 '두루웨'다. '정이엇인 정수남이'는 결국 자청비에게 죽임을 당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숫붕이(숫보기)와 두루웨(돈 사람)에 딱 들어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문도령은 숫붕이, 정수남인 두루웨로 하여 자청비 콤플렉스를 설명하기로 한다.    

자청비 콤플렉스는 힘도 지혜도 자청비를 이길 수 없어 제주 남자들이 겪는 본성적․본능적 콤플렉스다. 이것은 문도령과 정수남이란 두 남자로 상징화된 제주남자의 생산적 지혜 콤플렉스이며, 본능적 성적 콤플렉스다. 멋진 여신 자청비와 겨루면 2등밖에 못하는 만년 2등 콤플렉스다. 땅의 여자[地]와 짝이 되는 하늘의 남자[天] 하늘옥황 문국성의 문도령은 감성과 지성이 자청비를 능가할 수 없다. 미(美)와 감성, 지혜와 싸움, 수수께끼 시합, 아니면 장난스럽게 진행하는 "누가 정력이 더 센가?"를 겨루는 '오줌갈기기'까지 자청비를 이길 수 없다.

문도령이 겪었던 본성적 열등감, 남자의 성적․지적․감성적 무지에서 자청비를 통하여 새로운 남성으로 깨어나기까지의 수업은 완전한 남자 생산(生産)과 산육(産育)의 신 자청비의 짝이 될 수 있는 성인남자의 입사식과 같은 것이다. 문도령의 겪었던 성장기 남아의 이성에 대한 발육의 미숙은 감성적 지성적 만년2등 콤플렉스로 나타나는 식물성 이성 콤플렉스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동물성 이성 콤플렉스로 정이 엇인 정수남이라는 남자로 상징화된 본능적 성적 조급성, 조루증적 미숙으로 인하여 본능을 주채하지 못하는 맹목성과 야수성과 포악성으로 나타나는 동물적 본능적 성적 콤플렉스다. 이와같이 성적 조루콤플렉스는 자청비의 강약을 조절하고 완급을 조절하는 기교의 미학, 자청비의 '느림의 미학', '리듬의 성애'를 통해 조정된다. 남자의 발작을 잠재우고 죽이는 자청비의 '막고 뚫는 바람막이 작업' 앞에 패배하고 죽임을 당하는 성적 콤플렉스가 정수남이형 만년2등 콤플렉스이며, 동물적 이성콤플렉스로서 자청비 콤플렉스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제주의소리

제주농경신화에 등장하는 두 남자[男神]의 만년 2등 콤플렉스, 여성영웅신 자청비에게 이길 수 없어 늘 2등밖에 못하던 문도령의 무능과 성적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려들지만 자청비에게 죽임을 당하는 목축신 정수남이의 동물적 야수성을 지칭하는 <자청비 콤플렉스>의 연구는 제주도 신화연구에 중요한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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