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 국수문화거리 ‘三代국수’ “간판 바꾸라” 시정명령
원조는 연동 ‘三代전통고기국수’ 1950년대부터 고기국수 팔아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끼리는 어느 곳이든 어김없이 ‘원조 논쟁’이 이어진다. 제주의 대표적 전통음식으로 꼽히는 고기국수가 원조논쟁에 휩싸였다.

이른바 ‘삼대(三代)’를 이어온 국수집으로 알려져 온 제주시 연동 소재의 ‘三代전통고기국수’와 일도2동 국수문화거리의 ‘三代국수회관’이 지난해부터 원조논쟁을 벌여오다 한 곳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다.

▲ 제주의 유명 고기국수 집 두 곳이 '원조논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제주도로부터 지난해 3대 가업계승기업으로 인증받은 제주시 연동 마리나호텔 동측에 자리한 '三代전통고기국수'. 현재 손녀딸이 운영 중인 이곳은 1950년대 애월읍에서 할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팔기 시작해 3대째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제주의 유명 고기국수 집 두 곳이 '원조논쟁'을 벌이다가, 급기야 공정거래위가 '3대(三代)' 근거가 명확치 않은 일도2동 소재 국수문화거리의 '삼대국수회관' 상호를 바꾸라는 시정명령을 지난해 내렸다. 결국 상호는 '자자손손 국수회관'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종전의 이 곳 '삼대국수회관'을 본점으로 한 서울과 제주 곳곳에 '三代국수회관'이란 상호의 체인점들이 현재도 성업 중이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공정거래위로부터 상호 시정명령을 받은 곳은 국수거리의 ‘三代국수회관’.

현재 ‘三代국수회관’은 수개월 전 간판을 ‘子子孫孫(자자손손) 국수회관’으로 바꾸고, 종전 간판 ‘三代’란 글자 밑에 표기했던 'Since 1919'도 삭제했다.

두 국수집 간 원조논쟁이 공정거래위의 조사로 이어지면서 승자가 가려진 것이다.

 

▲ 오늘날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이 된 고기국수 ⓒ제주의소리

‘삼대(三代)를 이어 장사해온 국수집이냐’와, 과연 ‘1919년부터 시작했느냐’란 ‘1대’ 역사 사실 여부가 관건이었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아직 제주도 고기국수 ‘삼대 논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국수문화거리의 기존 ‘三代국수회관’이 삼대 근거와 1919년이란 역사 기원의 근거를 정확히 제시하지 못해 지난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안다. 빠른 시일 내에 제주도 고기국수집 원조논쟁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삼대(三代) 논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한 것은 현재 삼대 국수회관이 서울과 제주의 여러 곳에 ‘三代 국수회관 ◯◯점’이란 상호명으로 체인점을 다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은 고기국수가 제주를 대표하는 토속음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제주도에서 최초로 ‘건면’을 만들어 팔던 국수집인 속칭 ‘무근성’(현 관덕정 서측) 부근의 ‘석산이네 국수집’(현 김판규 외과의원 자리)이 들어선 1920년대 초를 기원으로 잡고, 제주도 고기국수 역사가 불과 100년 정도라고 말한다.

그것도 서민들이 마을에서 큰 일(상(喪) 또는 잔치)을 치를 때 나온 돼지 삶은 국물에 건면을 말아 먹던 정도다.

그러나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메뉴로 판 시초는 약 60년에 불과하다.

▲ 제주의 유명 고기국수 집 두 곳이 '원조논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급기야 공정거래위가 '3대(三代)' 근거가 명확치 않은 일도2동 소재 국수문화거리의 '삼대국수회관' 상호를 바꾸라는 시정명령을 내려, '자자손손 국수회관'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사진은 지난해까지 간판 상호를 바꾸기 전 '삼대국수회관' 당시 건물전경. '三代'라는 상호 밑에 'Since 1919'(빨간 원 안)라고 적어 놓아 마치 1919년부터 국수집을 해온 것처럼 홍보해오다 공정거래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 양용진 제주전통음식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제주시 연동에서 영업 중인 ‘三代전통고기국수’ 대표인 김정미 씨 친할머니가 1950년대 초 경기도에서 피난 내려와 애월읍에서 한식당을 하면서 메뉴 중 한가지로 팔았던 돼지고기를 삶아낸 국물에 면을 말아 판 고기국수가 제주도 고기국수 음식점의 시초”라고 말했다.

 

▲ 제주시 연동 마리나호텔 서측에 위치한 '三代전통고기국수' 식당은 현재 주인의 할머니가 1950년대 애월읍의 한식당에서 고기국수를 팔기 시작해 며느리를 이어 지금의 손녀딸까지 3대째 내려오는 제주도가 인증한 가업승계기업이다. 식당 앞에 내걸린 '가업승계기업' 명패 ⓒ제주의소리

실제로 연동의 ‘三代전통고기국수’ 식당은 제주도가 3대 계승을 인정해 ‘가업승계기업’으로도 지난 해 선정하기도 했다. 할머니와 며느리 손녀딸에 이르기까지 3대로 이어진 가업승계기업이다.

양 부원장은 “결국 제주도 서민들이 집에서 돼지국물에 면을 말아 먹은 것은 약 100년 정도 돼 제주 고기국수의 역사는 100년 안팎이지만,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판 것은 설명한대로 60년 정도에 불과하고, 지금처럼 돼지 뼈를 달여 만든 사골국물에다 돼지수육 고명을 얹어 파는 고기국수 식당은 1990년대 초반부터 성업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유명블로거 윤 모씨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제주 고기국수를 치면 지금 원조 논쟁이 일고 있는  ‘三代전통고기국수’와  ‘三代국수회관’에 대한 글들이 무수히 많다. 두곳다 소문난 맛집"이라면서  "그런데 한 업체가 1919년부터 고기국수를 팔았다는 그릇된 홍보를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이미 1919년에 고기국수 식당이 있었다는 잘못된 제주음식 역사인식을 갖게 됐다.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제주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 ‘고기국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또한 원조 논쟁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기에 이번 ‘삼대국수’ 원조 논쟁이 단순히 상호를 문제 삼은 원조 논란이 아니라, 제주의 음식문화와 전통음식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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