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대정천사의집 어린이 야구단
▲ 대정천사의집 어린이들이 야구 연습을 하는 장면입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이상무 선생이 그린 <아홉 개의 빨간 모자>라는 만화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만화는 한국 고교야구의 인기가 최절정에 달했던 80년대 초반에 탄생했습니다. 만화의 제목은 주인공을 포함해 선수 9명이 착용하는 야구 유니폼을 상징합니다.

 만화 속 독고탁을 간절히 응원했던 마음..

▲ 이상무 만화 <아홉 개의 빨간 모자> 표지
작품은 보육원을 배경으로 했는데요, 이상구의 만화에 어김없이 나오는 주인공 독고탁이 이 작품에도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독고탁의 친구 봉구가 나오고, 독고탁과 경쟁과 갈등 관계에 있는 준이 등장합니다. 준은 보육원 원장의 아들이었죠. 그리고 준의 여동생이자 독고탁이 마음속으로 흠모하는 숙이.

독고탁을 포함한 보육원 원생들이 새로 부임한 옥선생을 통해 야구를 배우게 되는데, 준은 원생들이 야구를 배우는 것에 대해 냉소를 넘어 경멸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야구를 통해 꿈을 키워나가는 독고탁과 원생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너무도 절절했기 때문일까요?  아직도 만화의 제목과 내용이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서귀포에 독고탁과 '아홉 개의 빨간 모자'를 연상하게 하는 야구선수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작품 속에서 독고탁과 그의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야구를 통해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화의 주인공들처럼 빨간 모자가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바로 대정천사의집 어린이들입니다.

대정천사의집에는 어린이, 청소년과 대학생 등 총 70여 명의 원생들이 살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천사의집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14명이 꾸준히 야구를 배우고 있습니다.

독고탁처럼 야구로 꿈을 키우는 아이들

▲ 대정천산의집 어린이 야구단(사진은 박정용씨 제공)

국내 모 그룹 재단과 부산 동래에 있는 모 교회에서 장비와 유니폼을 지원하여 지난해에 정식으로 야구단을 창단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것은 사회인야구 선수로 활동하는 생활체육인 박정용씨입니다. 아이들은 일요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서귀포시 강창학 구장에 모여 연습을 하는데, 인솔은 천사의집에서 원생들을 돌보는 고정언 사회복지사가 맡습니다.

그런데 이 야구단이 모두 천사의집 어린이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원생들 외에도 야구를 배우고 싶은 어린이들은 일요일 연습 때 팀에 합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명의 어린이가 일요일마다 천사의집 친구들과 만나 함께 야구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아이가 있습니다. 대정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정기훈이라는 선수입니다. 어리지만 투구 폼에 힘이 느껴지고, 던진 후 정면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 정기훈 어린이. 대정초등학교 3학년인데, 투구 동작에서 힘이 느껴지고, 던진 후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기훈이는 "야구가 정말로 재미있어요"라면서, 크면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선수를 물었더니, "롯데 강민호 선수가 멋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박정용씨의 말에 따르면 이 야구단이 아직 기량이 부족하긴 하지만, 제주도내 다른 리틀야구단과도 교류경기를 갖고 있습니다.

▲ 다른 야구단과 시합하는 장면(박정용씨 제공)

그리고 오는 7월 11일부터 3일 동안 부산과 경남일대 원정을 떠날 예정입니다. 이 기간 동안 다른 야구단과 경기도 갖고, NC다이노스 구장도 방문해서 프로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도 직적 관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을 보고 나니, 어릴 적 읽은 만화의 주인공 독고탁을 직접 만난 것 같아 매우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독고탁이 생각나시거든 일요일 오전에 강창학 구장에서 이 아이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문의 064-794-2227(대정천사의집)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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