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제주 개발에 있어서 '제주다움'은 무엇인가 따져봐야

지난 달 말 필자는 고향에서 귀경하는 날 제주지역 소재의 괜찮은 직장에서 3년여를 근무하고 있는 대학원에서 우정을 쌓았던 제주출신 아닌 한 학우(學友)를 우연한 기회에 만나 회포를 풀 수 있었다. 만나자 말자 특히 필자의 고향이 제주라서 그랬는지 구도심개발 등에 서로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왔던 터라 자연스럽게 제주개발현안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면서도 진지한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이날 이 친구는 우선 현재의 제주개발상황에서 주인의식 없이 제주의 여건과 환경 그리고 미래를 감안하고 도민의 이익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용역결과에 따라 제주개발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제주개발주체들의 행태가 너무 황당하고 우려스럽다고 하였다. 둘째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모든 것을 나 중심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려는 폐쇄적인 도민의식은 시정되어야 할 문제라고 하였다. 셋째로 객관적인 기준 또는 룰(rule)에 따라서 필요한 사업계획이 입안되어 공론화를 거쳐 권한 있는 자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따르지 않음으로서 야기되는 특혜시비 등으로 드러나는 공동체 화합을 저해 하는 행정의 비효율성도 반드시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  제주개발주체들 주인의식 없는 행태 그 도를 더하고 있다

제주개발은 실질적 의미에서 지역경제단위인 제주자치도가 주도하기보다는 중앙정부가 주도하여야 하는 국책사업이다. 다만 그 권한을 제주자치도지사나 JDC이사장에게 위임하여 행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실상에서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주인의식을 갖고 변화무상한 개발여건과 환경에 적의 부응하면서 현재와 미래 도민위주로 제주개발을 진두지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친구의 제주개발에 대한 일그러진 첫인상이다.

말하자면 이들 중 누구도 도민을 향하여 정중하게 의논을 구하고 어느 정도로 진척되고 있으며, 현재 문제되는 상황은 본인이 어떻게 대처하여 풀어나갈 것이라는 소통의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제주특별법에 의한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제주개발을  당연히 내 마음대로 추진하는 것은 나에게 부여된 권한이라고 우겨대는 우격다짐을 전혀 주저하지 않고 있다.

현재 도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자본집약적인 관광산업 진흥하였는데 대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을 하여 큰돈을 벌고 있다면서 도민의 민생을 보듬기 보다는 제주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거나 제주관광 마케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자금마련이라는 명분을 내걸어 놓고 영세자영 관광업자라 할 수 있는 상당수 도민들이 어렵게 꾸려가는 시장 통에 면세점을 새로 개설하여 도민들은 죽든 말든 개의치 않고 돈을 벌어들이겠다는 놀부 심보를 드러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도민중심의 제주개발이어야 한다는 제주개발의 본질론에 관심을 표명하려 하지 않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제주개발인가라는 본질적 물음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영달과 치적을 쌓는데 영일 없이 골몰하고 있다.

특히 현지사의 경우 지역여론이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상황에서 때 이르게 신뢰감이 떨어지는 수치를 제시하며 그간의 제주개발의 성과가 지신의 치적으로 보아주기를 갈망하는 기자회견조차 서슴치 않고 있다. 물론 지난 3년 동안의 공치사를 알리기 위한 그의 기자회견문에 대하여는 중앙언론은 물론 지역 언론들이 일제히 얄팍한 성과에 비추어 자화자찬의 정도가 심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제주개발주체들“우물 안 개구리”식의 사고에 안주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주인의식 없고 자주성과 독자성을 상실한 제주개발주체들에 의하여 호도되고 있는 잘못된 물질만능주의 제주개발의 환상으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제주지역 공동체의 미풍양속으로 보존되었고 척박한 제주 땅을 일구면서 살아 온 제주인의 옹골찬 기개로 돋보였던 제주정신들이 송두리째 고사될 위기를 맞고 있다.

그 결과 제주가 관광에 관한 한 세계의 중심이고, 관광개발하면 만사형통할 것이니까 까불지 말고 가만 기다리기만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우매한 제주개발주체들의 감언이설에 현혹된 도민 모두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세하는 지경에 이른 감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우물 안 개구리"하면 누구나 알 만한 값진 지혜를 주는 금언(金言)중 하나다.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는 장자 추수편(莊子 秋水篇)에 나오는 "정중지와(井中之蛙)"라는 사자성어에서 연유된 것이다.

어떻든 이 말은“견문이 좁아서 넓은 세상의 사정을 모르는 경우”를 빗대어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아마 필자의 친구도 이런 뜻으로 제주도민에 대한 측은지심의 발로에서 필자에게 이실직고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는“도민들도 한글을 쓰고 읽고 우리말을 사용하는 국민인데 어떤 사안을 기획하거나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논의할 경우 자신의 경우나 상식수준과 종종 전혀 색다름을 실감한다고 했다.

우선 도민들은 사안의 본질을 따지기 보다는 이것저것 사안의 전제되는 문제부터 따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 결론에 이르러서는 문제되는 사안에 대한 스스로의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여 제시하기 보다는 그렇다면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아니면 누가 그 비용을 지원 또는 후원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비용 부담 또는 지원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허망하게도 그간의 논의 결과는 없었던 것으로 되는 경우가 제주공동체에서는 다반사(茶飯事)가 되기가 십상(十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육지 사람의 시각에서는, 만약 어떤 현안이 단체 또는 소지역 공동체 아니면 도민전체를 위하여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솔선하여 스스로 그 방안을 찾아내어 대처하고 그 비용부담문제는 후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보편타당한 일처리의 과정이자 상책이라고 보는데 제주공동체에서는 전혀 다른 길을 찾아 나선다고 했다.

이는 제주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그 소속이 공적 기관이든 아니든 간에 자신에게 부담이 되거나 이득이 되지 않는 한, 그런 상책을 존중하기보다는 가능하다면 수동적으로 자신을 위해서 포기해버리거나 다소 중요한 사안이라면 누군가의 지원여부를 들어 자신의 부담을 사전에 조율하는 선에서 결정하거나 결정을 미루는 관행이 뿌리내려 있음 의미한다.

이런 사실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중앙정부를 설득하여 그 당위성을 설파하는데 진득하게 노력하지 않은 채로 지난해 신공항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예산 10억 원 조달 운운하며 허송세월했던 제주자치도가 최근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이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예고하면서 가뜩이나 도세가 약한 제주자치도가“닭 쫓던 개의 신세”로 전락될 위기를 맞고 있는 사례 등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제주와는 달리 체계적으로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한 신공항추진단을 구성하여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고, 또한 국토교통부와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등 5개 지방정부가 영남지역 항공 수요·타당성 조사 시행을 위한 공동 합의서 체결함에 따라 현 정부 하에서 제주지역 신공항 건설의 꿈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물질만능의 제주개발 환상 제주정신을 완전 망가뜨리고 있다

필자는 늘 경험에 비추어 제주에는 입도 조상대대로 내려온 세 가지 제주정신이 살아 있다고 믿어 왔다.

첫째, 제주인의 조냥(절약)정신이 있다고 믿어 왔다. 이는 물질하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등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스스로 자립하기 위하여 푼돈을 절약하여 밑천 삼아 논밭을 일구고 자식들의 교육에 열정을 다 바쳤던 제주인의 경제적 자립정신을 의미한다. 그런데 오늘날 이와 같이 스스로 자본을 마련하여 생산기반을 다졌던 제주정신은 제주의 장점과 특성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 중앙정부 의도대로 도민자본에 의한 생산적인 일보다는 외지대자본에 의한 서비스를 지향하는 관광일변도의 제주개발을 획책함으로써 그 의미가 크게 퇴색돼 버렸다.

이런 불편한 사실은 올 상반기 서귀포시 지역 토지거래가 크게 증가한 사례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2013 상반기 서귀포시 토지거래량은 전체 9671필지(3,239만6,000㎡)로 전년 대비 3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규모 개발 사업에 따른 기대가치 상승의 결과 외지인들의 매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가볍게 분석할 수도 있으나 변변한 일자리나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도민 개개인의 매각이유 여부를 떠나 장기적으로는 도민의 생산적 자산의 외소화를 재촉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둘째, 제주인의 자연극복과 문화 창달을 위한 개척정신(new frontier)이 있다고 믿어 왔다. 이는 비옥하지 못한 자갈밭을 옥토로 만들고 계절에 따라 엄습하는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제주의 모든 것을 온전하게 방호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였음은 물론 현재의 제주다움을 온전하게 만들고 다듬었던 제주인의 문화적 자주정신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긍정적 사실은 외국 언론(미국 CNN) 등에 의해서 우리나라의 가볼만한 곳 100곳 중에서 5곳이 제주도지역에 소재하고 있다거나 유네스코가 기꺼이 제주도지역을 세계지질 공원 등으로 지정한 사례 등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제주개발 자체에  함몰된 역대 제주자치도 도정의 이 정신에 대한 몰이해로 이 정신은 완전히 와해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 대자본가가 관광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원하면 어디든지 그들의 선택에 따라 개발을 허용하는 개발지상주의로 말미암아 청정하고 자연스러움이라는 제주환경의 장점이나 특성을 무시함으로 인하여 제주인에 의하여 제주답게 가꾸어진 제주다움은 와해될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자본집약적인 산업일색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한 결과 덜 자본집약적이고 덜 세련된 제주인을 위한 생산적인 일자리나 생산영역이 축소되는 양상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집중적으로 관광중심의 산업구조를 유지한 결과 그 과실이 자영영세 관광사업자인 도민들보다는 삼성, 롯데 등 국내굴지의 대자본과 JDC나 제주관광공사에 집산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말하자면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보다는 도민보다는 자본가와 행정을 제주개발의 효과가 가시화 되는 기현상이 확연해지고 있다.

셋째, 제주인의 공동체 정신이 있다고 믿어 왔다. 이는 스스로 합심하여 공동체의 안위와 평화와 공동의 선을 추구함에 있어서 제주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의견을 규합하여 실천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제주다운 공동체 정신을 의미한다.

그런데 공동체의 안위와 평화와  공동선 추구가 예측불허인 서귀포강정문제 등에 비추어 개발현안에 대하여 도민 또는 해당지역 이해관계들의 의견을 경청하거나 그 당위성을 설득시키는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서 추진하려 하기보다는 개발행정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는 행정이 도민 또는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한 설득과 공론화를 통하여 도민위주의 사업추진을 도모하기 보다는 국책사업성 등 공공성을 강조하거나 권한 있는 자의 치적 등을 감안하여 환경문제나 인권의식이 상대적으로 제한되거나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했던 70년대식의 일방주의에 입각한 행정관행을 답습하여 개발행정을 추진함으로써 제주공동체의 와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도민의 안녕과 질서유지 그리고 행복추구에 그 본분을 다하여야 하는 행정 스스로 제주지역 공동체의 분란을 자초하는 모순을 조장하고 있다.

사실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제주개발주체들은 스스로 밑천을 만들어 생업을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대대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기개를 발판삼아 제주다운 제주공동체를 조성하여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다져 왔던 제주선인(先人)들의 제주정신을 경제적 실리를 우선하는 신자유주의 사고를 전면에 내세워서 뭉개버리고 있다.

# 제주개발주체들은 제주개발에 있어서 제주다움이 무엇인지를 따져 봤으면 한다

제주개발의 알파와 오메가를 담은 제주개발책략을 집행함에 있어서도“도민의 이름으로, 도민들의 힘으로”라는 슬로건을 무색케 할 정도로 제주개발주체 마음 내키는 대로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제주개발주체들은 중앙정부의 위세와 힘을 빌리고 외지 대자본을 끌어들여 제주도지역의 서구화를 재촉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제주인의 사명이고 본분인양 호도하고 있다.

특히 반듯이 자본집약적인 선진자본주의 질서가 제주도지역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일지라도 자본가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한이 있더라도 탐욕스러운 약육강식의 논리를 주저 없이 과시하는 이들에게 제주의 땅을 많이 팔아주는 것이 뭐가 나쁘냐는 식으로 비판자들에게 강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숙고하기보다는 오히려 직원을 동원하여 잘못을 인정하라는 식의 반론을 제기하는 치사함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제주도지역에 관광시설을 많이 지어주면 제주도지역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 자연스럽게 제주지역은 풍요로워질 것이고 도민 모두는 행복해질 것이라는 논조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제주개발주체들의 이런 모든 주장들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나라의 변화된 상황 등을 충분히 감안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룰에 따른 사고(思考)과정을 거쳐서 제시되기보다는 권한 있는 자의 인생관과 세계관에 근거하여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인 일방적 사고과정을 거쳐서 정제되지 않은 결정내용이 그대로 개발정책이 되고 의사결정의 결과물이 되어 도민에게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백승주(고려대 법무대학원 교수)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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