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김상진 교사 해임 이어 또 중징계 방침...'존경받는 교육자 표상' 기대 

▲ 양성언 교육감(왼쪽)과 김상진 전 전교조 제주지부장.
제주 교육계 최대 현안은 아마도 김상진 전 전교조 제주지부장에 대한 재징계 문제일 것이다.

김 전 지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12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촛불시위 이후 허약해진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교과부를 앞세워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중징계 지시를 내렸다.

시국선언 참여를 이유로 교사들을 해임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군사정부 시절에도 시국선언이 있었지만 '경고' 등 경징계로 마무리 된 게 대부분이었다.

특히 제주도교육청은 검찰이 김 전 지부장을 기소한 후 1심 판결이 나기도 전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해임' 결정을 내렸다.

통상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횡령 등 파렴치범도 확정 판결이 나기 전에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데 시국선언 교사에겐 속전속결이었다.

김 전 지부장이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받은 판결은 벌금 100만원이었다.

김 전 지부장은 3년6개월간 해임취소소송 등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법원으로부터 "해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지난 6월1일 정든 교단으로 복직하게 된다.

하지만 복직 10일만에 김 전 지부장은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재징계(중징계) 의결 방침을 통보를 받았다.

해임 3년6개월 동안 말못할 고통을 겪고, 가족들로부터는 '오죽하면 해임시켰겠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속앓이를 해 왔는 데 중징계 재의결 결정은 마른 하늘에 청천벽력이었다.

양성언 교육감은 지난 8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전 지부장 징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중징계 입장을 고수했다. 징계 수위는 엄연히 징계위원회의 몫인데도, 한마디로 양 교육감이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너무 앞서 나간 것이다.

양 교육감의 발언과 함께 중징계 재의결 결정은 전교조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렀다. 게다가 도의원 35명도 김 전 지부장의 중징계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전교조와 시민사회는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결이 났으면 해임으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에게 유감이나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이라며 "과도한 징계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다시 중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2일에는 국회의원 18명이 김 전 지부장에 대한 중징계 반대 탄원서를 양 교육감에게 제출했다. 또한 제주지역 교사 1600명도 비슷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변방(?)의 일개 교사' 징계에 제주출신 뿐만 아니라 전국 18명의 국회의원이 중징계가 부당하다며 탄원서를 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징계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김화진 제주도 부교육감은 "징계위에 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며 "전국적 상황을 고려하고, 징계위 재량범위가 넓은데 충분히 감안해서 잘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당사자인 김 전 지부장은 "3년 6개월 동안 해직됐으니 징계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동정을 받고 싶지도 않다"며 "법원에서 확정 판결한 벌금 100만원에 해당하는 징계를 해달라"고 말했다.

김 전 지부장은 "최소한 잘못했다면 사과나 유감표명을 하는 게 제주도 교육행정을 이끌고 있는 교육감이 할 수 있는 행동 아니냐"며 "잘못된 국가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인권을 얼마나 짓밟는 지 처절하게 느꼈고, 잘못된 행위에 대한 일말의 반성없이 재징계 칼날을 휘두른 게 교육자로서, 그리고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교육감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닐 것"이라고 토로했다.

제주교육의 수장인 양 교육감의 임기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양 교육감은 법과 원칙의 교육행정을 말해왔다. 청렴도 1위와 4년 연속 수능성적 1위 등 적지 않은 업적도 이룩했다.

하지만 민선 교육감이 무색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나치게 정부의 입장만 따라왔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고있다. 김 전 지부장에 대한 재징계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0년 동안 제주교육을 이끌어온 양 교육감은 갈등해소 차원에서라도 비판하고, 반대하는 세력도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법원은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는가.

주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교육행정은 원칙 고수가 아니라 아집이고, 독단일 수 있다. 지금 쯤은 제주에도 누구에게나 존경받은 교육감이 나올 때도 됐다. 임기를 마무리할 양 교육감이 바로 그런 표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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