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혈에서 대제를 봉행하는 모습. 초헌관 머리에 쓴 관모로 보아 조선시대로 추정된다. <사진출처=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

삼성사재단, 법원 합의 단호히 거절...양씨종친회 여론조사까지 내밀어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법원조차 50년간 이어진 고양부 싸움에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자 법의 잣대를 들이대 소송전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안동범)는 18일 오후 2시 양씨중앙종친회가 제주도와 재단법인 고․양․부 삼성사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직전 2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굳이 고양부 삼성사재단 명칭에서 고양부 또는 양고부 서열을 표기해야 하냐”며 원고와 피고의 합의를 당부했으나 재단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소송 내용의 발단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고양부 삼성사재단의 명칭은 ‘삼성시조제사재단’이었다. 1962년 재단은 기존 재단법인 명칭을 ‘고양부 삼성사재단’으로 변경했다.

재단은 3년후 ‘고양부 삼성사재단’ 명칭을 법원에 정식 등기했다. 문제는 재단 명칭 앞에 붙여진 성씨의 서열 즉 순서다. 논쟁은 부씨를 제외한 고씨와 양씨 종친회 사이에 벌어졌다.

각종 역사서적에 고양부가 아닌 양고부 서열이 확인되자 양씨종친회가 발끈했다. 1986년에는 ‘고양부 삼성사재단’ 명칭 등록을 취소해달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패소 후 잠잠하던 논쟁은 지난해 4월 재단 이사회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사회가 “한국기록원의 인증서에는 양고부 순서로 표기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인증 취소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결국 양씨 종친회는 지난해 8월 제주도와 재단을 상대로 이사회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취지는 ‘고양부 삼성사재단’의 명칭에서 성씨를 빼고 ‘삼성시조제사재단’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재판과정서 법원은 양측의 합의를 요구했으나 재단은 “이제 와서 역사적 논쟁을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다.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오히려 양씨종친회”라며 수용 불가의사를 내비쳤다.

고창실 삼성사재단 이사장은 “도민 모두 고양부 삼성사 재단으로 알고 있다. 50년간 이어진 역사를 바꾸면 혼란을 야기한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양씨종친회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이에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닌 것 같다. 굳이 재단 명칭에 성씨를 붙여야 하느냐. 합의점을 찾을 생각이 없냐. 재단 이사 9명 모두 이사장과 같은 생각이냐”고 물었다.

고 이사장은 이에 “양씨 이사 3명이 찬성하더라도 고씨 3명이 반대하고 부씨 3명 이사는 기권을 할 것으로 본다. 결국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도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양씨종친회는 이에 “삼성혈 내 제단 위패의 순서도 양고부로 돼 있다. 고씨가 먼저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 과거 재단 명칭은 고양부가 아닌 양고부 순서로도 표기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측은 제주도민 120명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조사를 결과를 증거로 제출했다. 조사 결과는 상당수 도민들이 삼성사재단 명칭에서 서열을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양씨종친회의 예상치 못한 여론조사 결과 제출에 재단측은 “신뢰도에 의심이 가는 결과”라며 대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합의를 위해 시간을 줬는데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과거만 얘기하기 보다 후손의 화합을 위한 미래를 논의하길 바랐다. 합의가 안되니 법의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선고는 8월29일 열린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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