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날 없는 형제 많은 집, 어떻게 독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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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책놀이책 Q&A 칼럼] (12) 형제가 많은 집에서 책 놀이 하기


#. 에피소드 12

“모두 『잔소리 없는 날』 재미있게 읽었나요”
“네!”
“『잔소리 없는 날』에 나오는 것처럼 우리 가족도 잔소리 없는 날을 흉내 낸다면 엄마랑 아빠가
푸셀의 부모님처럼 잘 참을 수 있을까”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한 성격’하니까 못 참을 것 같아요.”
“아니야, 아빠가 못 참을 거야. 아빠가 화나면 진짜 무서우니까.”
지현이와 지원이의 솔직한 대답에 당황한 것도 잠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러면 어떤 장면에서 아빠가 화를 낼 것 같아. 아빠가 어떨 때 화를 내는지 잘 생각해 봐!”
이번에는 남편의 시선이 따가웠다. 자매는 이 모습이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웃었다.
“술 취한 아저씨를 파티로 초대한 것은 푸셀이 잘못한 것 같아요. 아마 우리가 이렇게 했다면 엄마랑 아빠가 다 화를 냈을 것 같아요.”
언니인 지원이가 먼저 똑 부러지게 말했다. 사실, 책 속에서 주인공 푸셀이 술 취한 아저씨를 집에 데려오는 장면에서 얼굴이 붉어지도록 화가 났었다. 아무리 동화책이라도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 그림 김라연(blog.naver.com/gomgomHUG).

형제들의 ‘부모 사랑’ 얻기 쟁탈전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 관심과 사랑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거나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아이는 그 관심을 되찾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아이가 둘 이상인 집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다툼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책 놀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보통의 아이는 책을 통해 엄마와 아빠와 가까워지는 기회를 형제들과 쉬이 나누려 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 책 놀이를 동생에게 혹은 형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첩보전을 벌이기도 한다.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독점하기 위해서다.

특히 맞벌이 부모가 많고, 과도한 노동량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은 부모니이 자신이랑 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안다. 그래서 한 번 놀 때 절박하게 매달리는 것이다. 지현이와 지원이는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선호하는 책도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자매나 형제 사이의 나이 차가 많다면 접점은 더욱 찾기 어려워진다. 아이와 소통을 하기 위해 시작한 책 놀이가 다른 아이와의 소통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책 놀이는 바로 이런 문제에도 대답을 해야 한다. 아이가 하나뿐인 가정도 많겠지만, 둘 이상인 가족도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여기에 맞는 책 놀이로 변화를 시켜줘야 한다. 즉, 가족의 모든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 솔루션 12

지현이가 언니 옆에서 거들었다.
“내가 스마트폰을 몰래 사고 영수증을 엄마한테 보냈으면 화냈을 거야. 아빠처럼.”
남편은 탐정 놀이에서 공공의 적이 된 것 같았다. 자매의 역습에 아까부터 땀을 뻘뻘 흘린다. 나 역시 지현이의 말을 듣고 뜨끔했었다. 아이들이 나를 평소에 갖고 싶은 것을 잘 사 주지도 않고 야단만 치는 엄마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래, 맞아. 엄마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분명히 화를 낼 거야. 엄마랑 상의하지 않고 물건을 사는 건 나쁜 거니까. 근데 엄마랑 충분히 상의하면 얼마든지 사 줄 수 있어.”
나의 진지한 대답에 지현이와 지원이 모두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지현이가 아빠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아빠는 우리가 저녁에 캠핑장에서 밤새도록 있겠다고 하면 못 가게 막을 거야 아니면 푸셀의 아빠처럼 캠핑장 옆에서 우리를 지켜줄 거야”
“아빠는 지현이랑 지원이를 보내 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엄마랑 아빠랑 다 같이 가는 캠핑을 계획해야겠지.”
“그럼 우리도 캠핑가서 잔소리 없는 날을 하면 좋겠다!”


형제가 많으면 많은 대로 재밌게

많아지면 달라진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클레이 셔키)의 책 제목인데, 참 맘에 드는 말이다. 하다못해 고스톱을 치더라도 두 명이 ‘맞고’를 치는 것보다 네 명이 ‘광 팔면서’ 치면 더 재밌다. 책놀이도 마찬가지다. ‘수(數)’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책 선정은 작은 아이에게 맞추되, 큰 아이도 지루해하지 않는 책을 선정하는 게 좋다. 어린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은 작가와 출판사가 엄청난 공을 들였기 때문에 책 선정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나이 차가 있다면 동등하게 참여하기보다는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돕는 식으로 하거나 한 팀으로 만들어 책 놀이를 하는 것도 좋다. 지현이와 지원이는 한 팀이 되어 부모님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도 하고, 오히려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질문 역시 작은 아이에게 맞추는 것이 좋다. 작은 아이가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야만 흥미를 가지고 따라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 작품은 감정 자극 효과가 크기 때문에 평소에 아이와 일상생활을 할 때 있었던 경험을 떠올리거나 학교 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면 작은 아이도 재밌게 답변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독서를 하거나 철학을 할 때 동일하게 적용되는 학습법이다. 배웠던 것을 일상에 적용한다. 탐정놀이를 통해서 책의 내용을 일상의 사례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형제가 하나의 질문에 지혜를 모아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 아이와 할 때보다 더 큰 흥미와 독서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와 함께 하는 책 놀이는 복잡해 보이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재밌게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듯, 한 손가락을 간질이면 손 전체가 간지럽기 때문이다. 가족의 소통은 소외 받지 않는 사람이 생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오승주 독서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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