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풀어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격주 토요일 <코코어멍의 동물애담> 연재가 시작됩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1) 버려진  강아지 '소리'를 만나다

장마가 찾아오기 2년 전이다. 오랜만에 반려강아지 코코, 이호를 데리고 시골집에 갔다. 식탐이 많은 코코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지없지 부엌으로 달려가고, 이호도 폴짝거리며 집 주변을 맴돈다.

집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동숙이’라고 불리는 개에게 인사도 할 겸 동생 집으로 향했다. 동숙이는 반갑다며 꼬리를 살랑거리고 손을 툭툭 치며 머리를 쓸어주란다. 한참을 동숙이와 인사를 하고 있는데 저만치서 빤히 쳐다보는 검은색과 흰색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커 보이는 여하튼 큰) 강아지가 부러운 듯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소리에요” 시골집 우영에서 환한 웃음을 선사하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소리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소리와의 첫 만남이다.

가까이 가니 발을 절뚝거리며 자리를 내준다. 헉! 발바닥이 유리에 쭈욱 찢긴 것처럼 깊은 상처가 있었다. 우리 집을 찾아 온지 일주일 동안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상처가 더 커질 거 같아 발바닥을 꿰매러 제주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가니 발바닥은 꿰매도 걷고 뛰다보면 치유가 잘 되지 않는다며 민간요법을 알려주신다. 설탕을 상처 부위에 두고 천으로 감싸란다. 일명 설탕요법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설탕을 상처부위에 바르면 세균의 침입을 방어하는 효과뿐 아니라 상처부위에 용해되어 세균이 조직 내 번식을 제거시키며 자연스레 상처 치유를 돕는다. 절개된 상처뿐 아니라 화상, 궤양, 골염에도 치료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나름 몸에 더 좋을 거 같은 유기농 원당을 상처에 떨구고 천으로 둘둘 말았다. 그리고 밖에서 살던 강아지라 냄새가 많이 나서 몸을 씻기려고 한쪽 발을 다시 비닐로 여러 겹 감싸고는 한사람은 다친 발을 잡고 다른 사람은 조심조심 목욕을 시켰다.

이 발이 모두 나을 때 까지는 아무래도 데리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밖에서만 있던 강아지라서 아파트가 답답할 거 같고 대소변도 문제일 것 같았다. 최대한 산책을 많이 시키면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제일 큰 문제는 코코다. 코코가 기선제압을 한다며 저보다 큰 새로운 친구를 가만두지 않는다. 달려들고 짖고. 결국 옆방에 두고 문을 닫아야 코코의 기세가 조금 누구러진다.

그리고 밖에 나갈 때도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에게 한소리 들을까봐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하며 짧은 산책을 해야 했다. 그렇게 2주 정도 시간이 흐르니 발도 감쪽같이 아물고 조금 야위었던 몸에 제법 살이 붙었다.

이제 어쩐다. 코코는 여전히 못마땅한지 가끔씩 친구를 꼼짝 못하게 한다. 그도 그렇지만 그 친구가 혹시 원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결국 시골집으로 다시 데리고 갔다. 옛 친구 동숙이를 보니 코코에게 당한 설움을 푸는 양 “컹! 컹!”거리며 뱅글뱅글 돈다. “코코, 보고 있지? 나도 친구가 있어”하는 것 같다.

그동안 주변에 강아지를 잃어버린 곳이 있는지 물어도 답이 없다. 보통 집을 나온 개들은 어떻게든 다시 제 집을 찾아가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코코의 구박(?)에도 기죽지 않고 ‘소리’라는 이쁜 이름을 불러주면 얼굴에 행복 가득한 웃음까지 선사하며 마치 처음부터 함께한 가족같다.

▲ “내 머리를 사랑스럽게 만져주면 너무 좋아요. 여러분 항상 행복하세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동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여과하지 않고 자유롭게 얼굴 표정이나, 꼬리, 귀, 소리 등을 통해 감정을 분명히 드러낸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아니 사람보다 더 적극적인 표현을 한다. 기쁨, 토라짐, 뻘쭘하기, 으쓱대기 그리고 슬픔, 동물들의 느끼는 슬픔은 한없이 깊고 절망적이다.

소리도 우리와 지내는 날에는 온몸으로 그 기쁨을 표현한다. 내 차 소리가 들리면 컹컹거리며 대문까지 뛰어와 한참을 폴짝거리며 꼬리를 거칠게 흔들거리며 야단스런 환영식을 한다. 그리고 전염성이 강한 그 기쁨은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져 오롯이 그 순간을 만끽하며 고단했던 일은 어느새 잊어버리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루는 어머니가 깜짝 놀라시며 전화를 하셨다.

코코의 아기 다섯을 자기 새끼도 아닌데 나오지도 않는 젓을 물리며 보살피고 있다며 폭풍 감동을 받으셨단다.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려고 잠시 시골에 코코의 아기들을 맡긴 터였다. 소리에게 이모니까 아기들을 잘 보살피고 있으라며 신신당부를 했었지만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새끼들을 제 아이처럼 보살피고 있던 거였다.

▲ 소리와는 주말가족이 된다. 시골집에서 소리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코코의 아기들 지구, 평화, 사랑

어디서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은 소리에게 선택을 당한 입장이다.

겉으로는 내가 소리를 돌보고 있는 것 같지만 마치 소리가 나를 돌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소리의 눈을 보고 있으면 우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언제나 더 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나를 위로하고, 자신은 힘들었지만 코코 새끼들에게 보여준 경이로운 헌신을 잊을 수가 없다.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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