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복지칼럼> 제주사회 디자인의 미래전략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제안한다 ②

 

▲ 필기구 지탱 도구, 공산품의 점자 표시.

일본 공산품의 유니버설디자인 예를 보겠다. 왼쪽 사진은 척추를 다쳤거나 손에 힘을 줄 수 없는 장애인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필기구를 지탱하는 도구이다. 사진 오른쪽은 공산품 중 생활용품과 식품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의 예이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생필품의 유니버설 디자인의 예를 든 것인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물건에 대한 시각적 인지가 어렵기 때문에 샴푸와 린스를 구별토록 하고 있으며, 음료수와 과자종류를 점자로 구별하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사회의 일부 공산품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우유팩의 마시는 부분에 굴곡을 주어 시각장애인 이용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공산품의 예를 보면 특별히 비용이 추가되기보다 기존제품의 형식을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변경하여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원스텝 조절형 의자와 테이블.

손과 발이 불편한 장애인이 기계장치사용 없이 간편하게 가벼운 터치로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의자와 테이블이다. 테이블의 높낮이가 터치로 조정되며 의자 역시 원스텝으로 체형에 맞게 조정된다. 적용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이라 할 것이다.     

음료수를 판매하는 자동판매기의 경우 다기능적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우선 동전투입구가 하단부에 위치해 있으며, 동전을 하나씩 꼽아 넣지 않고 뿌려 넣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손에 장애를 갖고 있거나 아동을 고려한 것이다.

 

▲ 유니버설 디자인의 음료수 자동판매기.

사진 하단부 오른쪽을 보면 1,2,3,--10으로 표시된 것이 있다. 이 사인은 위쪽의 각각 음료수 캔에 대해 번호를 매긴 것으로 노인이나 아동에게 시각적 직시성을 높이는 한편, 발달장애인에게 숫자 사인으로 사용을 편하게 하고 있다. 숫자사인을 눌러도 원하는 캔 음료수가 나오며 뿌려 넣었던 화폐의 잔액은 동전구멍으로 나오게 된다.

넷째 날 하마마츠시를 찾았다. 하마마츠시를 방문한 이유는 일본의 자치단체 중 최초로 ‘유니버설디자인 조례’를 제정하고 이 조례에 의거하여 구도심 재생사업에 있어 유니버설디자인을 입체적으로 적용한 곳이기 때문이다.

 

▲ 하마마츠시 액트 시티 호텔과 공원.

하마마츠시 역시 시츠오카현과 마찬가지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합적이며 전략적 도시정책과 복지정책으로 집행하고 있다.

사진은 하마마츠시의 랜드마크인 액트 시티(Act city)호텔과 주변인데 구도심이었던 이 빌딩을 거점으로 시즈오카문화예술대학 까지 약 2km에 거쳐 20년 동안 약 2조원인 투자된 구도심재생사업에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해야 한다는 방침 하에 조례에 근거하여 ‘유니버설 디자인지침’을 만들고 건축물과 도로 교통, 공원등 유원지 개발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였다.

 

▲ 하마마츠시 노면 유도 사인.

사진은 인도에 설치된 ‘노면유도사인(이정표)’로 배수구 뚜껑을 활용한 것이다. 하마마츠시에는 악기회사인 야마하 본사가 자리 잡고 있고 음악관련 사업이 번창한 도시이며 장어와 소나무가 유명한 도시라고 한다.

배수구 뚜껑을 이정표로 활용하면서 지역 특산품인 장어와 소나무를, 8분 음표를 시각화하여 도시의 상징을 홍보하고 있다. 이 노면유도사인은 일반적 시민뿐만 아니라 아동이나 휠체어 장애인의 눈높이를 고려한 아이디어라 할 것이다.   

 

▲ 하마마츠시 주변안내도와 음성촉지도.

사진의 왼쪽은 액트 시티 호텔 주변을 안내하는 안내도이다. 사진을 보면 안내도가 낮은 위치에 있으며 아래에서 보기 편하도록 휘어져 있다. 이 역시 휠체어장애인이나 아동들을 고려하여 세심히 설계된 것으로 하마마츠시가 제작한 UD지침에 의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액트빌딩 주변의 지하차도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음성촉지도이다.

 

▲ 하마마츠시 인도와 차도경계.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점형 블록(정지하라는 의미)외에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주는 표시로 가로로 3선을 그어 시각장애인이 짚는 스틱이 인지하게 하고 있다.

또한 턱을 아예 없애서 휠체어장애인이나, 유모차를 끄는 시민들이 불편 없이 보행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3cm정도의 턱을 두어 시각장애인이 인지하게 하고 그 정도의 턱이면 휠체어장애인이 보행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 둘 다 디자인 측면에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하마마츠시의 공원.

휠체어 장애인이 이동하다가 화단 옆에서 쉴 수 있도록 안전한 손잡이(핸드레일)을 설치하였고 꽃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눈높이를 맞추어 조성되어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갖는 가치인 인간에 대한 존중은 “이런 사소한 것 까지,이런 부분까지 세심히 생각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것이구나” 나의 느낌은 그렇다.

“제주사회의 유니버설디자인 필요성과 적용에 대해”

제주사회의 미래전략은 무엇일까. 도정은 국제자유도시추진이 그 전략이라 한다.

‘사람,돈,상품’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장소로서 제주의 위상이 선다면 제주의 富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예전부터 제주의 버팀 산업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 관광산업 발전이 제주의 현재전략이며 미래전략일 것이다. 그리고 내외국의 고령자를 포함하는 휴양형 의료산업과 건강산업 육성도 중요한 전략으로 국제자유도시의 그림 속에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미래전략을 수행함에 있어 사람이 자유롭게, 나아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물음이 있다. 1천만 관광객이라고 하고  중국인관광객을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관광과 휴양 차, 혹은 의료휴양의 목적으로 제주를 찾는 고령층, 장애인 계층, 여성들을 위한 교통과 숙박, 정보, 안내 등에 인간친화적 노력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하드웨어인 신공항건설을 포함해 항공편 확대, 대형 관광시설과 숙박시설에 대한 대규모의 자본투자와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인간친화적인 도시환경과 관광환경은 제대로 조성하고 있는가. 몇 해 전 도정은 숱한 개발 사업의 하나로 노형동 소재에 마천루의 신축빌딩을 짓고 이를 ‘랜드마크’로 하겠다던 홍보를 기억하고 있다.

그 계획은 물 건너갔지만 근처에 고층호텔을 포함해 몇 개의 호텔이 세워지고 면세점이 증축예정인데 필자는 그 앞을 지날 때 마다 현재의 교통체증은 감래 한다고 하더라도 모자란 주차공간, 좁은 인도 등으로 앞으로 벌어질 심각한 교통 체증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가 없다.

제주도는 ‘국제안전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WHO로부터 안전도시 공인-정확히 말하면 안전한 의미의 도시가 아니라 안전을 추구하는 도시-을 받았고 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안전한 도시로 가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여러 상황지표가 좋지 않다. 교통사고 1위이고 자살율은 꾸준히 증가추세이며 약물중독율도 증가하고 있다. 생명존중 보다 생명이 경시되는 각종 지표가 제주사회의 현 지표로 거꾸로 가는 안전도시라는 일련의 비판도 존재한다. 제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13%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불과 10년 후에는 노인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장애인 인구도 전체인구의 5%를 돌파하였고 장애발생원인이 교통사고와 각종 산업재해, 안전미비 등 후천적 요인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정은 제주를 천혜의 자연을 가진 평화의 섬으로 ‘지속발전’시킬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발전은 환경 총량 내에서 행해져야 하는데 총량을 넘어서는 개발은 ‘발전’이 아닌 ‘파괴’로서 우리 앞에 고통을 줄 것인데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까지 개발의 손길이 닿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환경총량을 넘어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작금 자본개발중심 제주사회에서 도민의 인간적 행복권은 뒤로 가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자본과 시장주의만 작동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사회구성원간 부의 격차와 갈등은 깊어지고  약자에 대한 존엄과 존중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젠 개방과 개발을 넘어서서 인간의 모습을 한 제주사회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제주의 형상이 인간적일 때 국제도시로서 세계인의 유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필자가 그려보는 인간적 제주사회의 형상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사회이다.

환경과 인간이 공존하고 존중받는 생태 친화적 사회, 교통과 운송·건축물이 인간 친화적인 도시로서 사회적 장애를 갖는 자(고령자, 외국인, 장애인, 아동)의 권리가 보호되는 사회가 제주의 미래사회이기를 기대한다.

#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간의 안전을 추구하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제주사회를 인간중심의 사회로 변화·발전시키는 사회디자인으로서 가치를 갖고 있다.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안전망’의 부분으로서 손상에 의한 장애부터 사회적 장애(예를 들어 외국인의 언어소통 장애)를 극복하게 하고 장애를 예방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일본의 유니버설 디자인의 예를 보았듯 넓은 인도, 저상버스, 재활용된 탄성 볼라드, 아동과 휠체어장애인의 눈높이와 외국인을 고려한 각종 사인 등 ‘교통디자인’과 외국인, 발달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복잡하지 않은 정보 제공 사인 등 ‘정보안내 디자인’은 시민들의 1차적 안전에 기여하며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2차적 장애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 오게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관련된 창조적 산업을 창출할 수 있고, 도시개발과 도시재생에 있어 인간적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테면 제주도심에 산재되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철제 볼라드를 폐타이어를 이용한 탄성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신규수요와 친환경기술개발은 물론 환경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또한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를 육성하는 ‘산·학·연협력체계’로 도내 관련 대학교에 ‘유니버설디자인 연구소’를 설치하여 제주인구의 특성인 고령사회에 맞는 디자인 개발, 휴양과 건강을 포함한 관광인프라 설계, 생활용품에서 보조공학 산업까지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 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을 유치하거나 기업을 창출한다면 제주의 산업으로 가치부여가 될 수 있다.

지역개발의 현안이 되고 있는 원도심 재생사업에 건축물과 교통시설물,인도 시설물과 정보사인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장애인,노인,여성,아동,외국인들에게는 쾌적하고 안전한 접근권이 보장되어 더욱 찾고 싶은 장소가 될 것으로 우선 도에서 조성예정인 ‘탐라문화광장’,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연동의 ‘바오젠’거리, 서귀포 ‘이중섭 거리’에 적용하기를 기대한다.

관광전략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은 중요하며 중대하다. 2010년 한국관광공사의 '전국 관광지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에서 설치율 현황을 보면 제주는 전국의 16개 시·도 중 13위로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관광약자(장애인,노인 등)의 관광시장규모를 3조5천억과 15조 규모로 보고 있는데 제주는 관광약자의 관광규모나 시장규모를 추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된 관광인프라는 이 계층을 포함해 휴양·의료관광객의 제주 유입을 촉진시킬 매개가 된다. 교통디자인으로서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은 시급하다. 시민 모두가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인 저상버스는 확충은커녕 11대에서 9대로 감차운영하고 있는 실정인데 행정은 일반버스보다 많이 드는 구입비용과 유류비등 운영이 어려운 형편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저상버스 개발 이후 확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현재 제주사회를 재설계하는 ‘사회디자인’으로서 유니버설 디자인 정책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도민공감대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장애인인권단체에서 화두를 던졌고 역설적이게도 이로 인해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넘어서서 지속발전과 안전도시, 인간 친화적 도시 비전의 전략적 사회디자인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착근하기 위해서 조례제정을 포함한 제도적 도입이 필요하다.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2007년 「화성시 공공시설물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제정하여 건축물과 교통체계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시행하고 있는데 좋은 예라고 하겠다.

조례 제정의 방법은 사회공론화형 조례제정방안으로 주민청원이나 주민발의형식을 제안한다.

▲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사회복지미래연구회장. ⓒ제주의소리

이 조례에 의해 제주사회를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재설계하는데 특정 부서의 일개 담당(단위)접근이 아닌 행정전체의 다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도시의 일정 공간(거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여 미래 산업으로서 가능성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주사회의 생태·환경적 특성을 반영해 “Jeju UD for people & Nature”전략을 의제화하고 정책적으로 공론화하여 제주사회가 인간중심으로 재설계되기를 기대한다. /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사회복지미래연구회장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