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산리 선사유적 발굴 조사 '마침표'...제주시 24억 들여 전시관 건립 예정

▲ 이번 발굴조사가 이뤄진 한경면 고산리 3625번지(1107㎡). <사진 제공=제주문화유산연구원>

지금으로부터 약 8000년에서 1만년 전 신석기시대 초기, 제주 한경면 고산리 해안가에는 한반도 가장 오랜 마을이 있었다. 당시 제주 섬에 살았던 선사인들은 주로 수렵과 채집·어로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가 한경면 고산리 선사유적(사적 412호) 발굴 용역 결과 최종보고회를 30일 오후 고산문화의 집 및 발굴현장에서 개최했다. 

시는 지난해 마친 시·발굴조사와 연계해 올 4월부터 8월까지 용역비 2억9500만원을 들여 한경면 고산리 3625번지(1107㎡)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였다.

현장 조사는 제주문화유산연구원(원장 김은석) 김경주 연구실장이 진두지휘를 맡았다.
 
이번 조사로 고산리 유적이 현재 밝혀진 국내 신석기 유적 가운데 가장 오랜 유적임은 물론 가장 오랜 마을로 확인됐다. 게다가 '신석기 초기'라 추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절대 연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발굴해냈다.

지난해 시발굴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까지 이어오면서 신석기유적 집단 주거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정착해서 형성한 마을 유적으로는 가장 오래됐다는 증거를 확보한 셈이다.

고산리식 토기가 대량 출토된 것을 비롯해 문화층인 4층 상단에서 원형주거지 7기·수혈유규 227기·소토유구·구상유기 등 총 238기의 유구가 더 확인됐다.

출토 유물은 고산리식 토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소량의 무문양토기·융기문토기도 발견됐다.

▲ 토기류 일괄. <사진 제공=제주문화유산연구원>

 

▲ 고산리유적 주거지 단계설정 개념도. <사진 제공=제주문화유산연구원>

주거지는 중앙수혈에 따라 방형, 타원형, 원형으로 나뉜다.

타원형은 가장 많은 데다 조사대상지 전역에 고르게 분포돼있다. 고산리식토기와 무문양토기, 융기문토기(1점)이 발견됐다. 비슷한 분포를 보이는 방형은 고산리식토기가 주를 이룬 가운데 무문양토기, 점렬문토기(1점)이 출토됐다.

반면 원형은 한정된 공간에 집중돼 있으며 융기문토기 개체분이 안정적으로 출토되는 등 방형이나 타원형과는 차별화된 양상을 띠고 있다.

조사단은 방형·타원형(1단계)를 거쳐 원형(2단계)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태껏 고산리유적에 대한 편년과 단계 설정은 토기유물을 중심으로 연구돼왔다. 대체로 고산리식 토기를 고식으로 보고 점열문토기, 무문양토기가 혼재되며 이후 융기문토기로 변화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신종환 관장은 "고산리 유적은 신석기 초창기를 여는 중요한 유적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를 좀 더 진행한다면 국내 고고학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융기문토기와 고산리토기의 연대 서열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조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화살촉·찌르개·밀개 등의 성형 석기 및 격자·연석·요석 등 석기류도 발굴돼 당시 고산리 일대에서 생활했던 주민집단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

석촉이 73점으로 가장 많이 출토돼 당시 제주 자연환경이 수렵에 적합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또한 조사단은 어형 석촉의 발견을 어로 활동의 결과물로 파악하고 있다.

▲ 제주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와 자문위원들이 조사대상지를 둘러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신종환 대가야박물관장이 유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사적412호인 이 유적은 1998년 12월 '제주 고산리 선사유적'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 2011년 7월 '제주 고산리 유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사적지에는 목재 안내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등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상황이라 이번 조사를 계기로 앞으로의 활용방안이 과제로 남게 됐다.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관광객들이 유적지라고 일부러 마을을 찾는데 막상 주민들은 내용을 미처 몰라 유적지를 안내해줄 수가 없다. 간이부스라도 마련해 출토된 유물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윤자 제주시 문화예술과 과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관광객들을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현재 문화재청에 전시 공간, 주차 및 편의시설, 발굴조사비 등 24억을 요청한 상태로 2014년도에 예산을 받을 예정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시설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