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대행진] 6일째 일정 '평화콘서트'서 만난 조성봉 감독 

6박7일 간 생명과 평화를 내걸고 제주 섬 한 바퀴를 둘러 걷는 ‘2013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3일로 엿새째 일정. 각각 따로 출발했던 동-서진이 제주시 탑동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광장에 모여든 인파들은 노란색 물결을 이루며 장관을 이뤘다.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부터 중년 부부, 백발의 어르신, 대학생, 강정 주민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용산참사 유가족들,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에서 싸우는 이들까지 전국 각지에서 강정마을에 힘을 보태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 강정생명평화대행진 6일차 하이라이트인 평화콘서트 현장서 만난 조성봉 감동. 찍는 덴 도가 텄지만 찍히는 덴 영 어색한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제주의소리

 
행진의 하이라이트인 범국민 문화제 '강정, 생명평화를 노래하라' 행사에는 전에 없던 카메라 크레인이 동원됐다. '레드헌터' 조성봉 감독의 새 작품에 쓰일 장면을 찍기 위해서다.

조 감독은 지난 7년간 줄곧 강정마을의 외로운 투쟁을 카메라로 기록해왔다. 그 동안 거르지 않고 꼬박 쌓여온 기록을 다듬어 10년 만에 새 작품으로 복귀하게 된 것.

'구럼비-바람이 분다'라는 이름이 붙은 조 감독의 새 작품은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을 띄우는 데 한 몫 했던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영화펀드(ACF) 지원작 27편에도 포함돼 벌써부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 감독은 탑동에 이르러서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덤덤한 듯 무심한 듯 해 뵈는 표정이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담은 기록을 쌓아오며 여태 강정마을의 투쟁을 뒷받침해왔다.
 

▲ 조성봉 감독의 새 작품 '구럼비-바람이 분다'의 타이틀.

조 감독이 밝힌 시놉시스에 따르면 강정마을의 상징이기도 한 1.2km 짜리 거대한 용암바위 '구럼비'를 둘러싼 마을의 투쟁 이야기가 펼쳐진다.

1000명도 채 되지 않는 강정마을이 정부와 맞부딪히며 마을공동체 자체가 무너져내린 이야기부터 600여명의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이 체포 연행돼 옥살이를 하기도 하게 된 기이한 사연까지 훑어내려간다.

조 감독은 "내일(4일) 여정 마지막인 강정마을에서 인간띠잇기로 엔딩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다. 제주 바다 등 자연을 담은 장면을 찍고 나면 촬영은 끝이 나고 영화 작업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후반제작지원을 받게 됐지만 제작비는 여전히 모자라다. 개미후원자에게 손을 벌리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강정을 알리고 싶다는 그의 절박함 때문이다.

조 감독은 "ACF로 제작지원을 받게 됐지만 미안한 생각이다. 이렇게라도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무려 3000여명이 참가해 6박7일의 걸음을 내달렸던 2013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4일 강정마을서 마무리를 짓는다.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이뤄지는 '평화 인간 띠잇기' 행사는 조 감독의 새 작품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한편, '구럼비-바람이 분다'의 개미후원자 모집은 8월 15일에 1차 마감이 이뤄진다. 1인 1구좌(1만원). 계좌번호 113-2002-6164-08. 부산은행. 예금주-(사)부산민예총 이청산.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