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엔 부 없다" vs "업계 고른 이득"...<제주의소리> 실태 집중조명

'변방의 섬'이었던 제주가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0만명 이상이 제주를 찾았다. 올해도 지난 4일자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요즘에는 하루에만 1만명 넘게 방문한다. 제주에 오는 외국인관광객 중 중국인은 70~80%로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단체여행객은 중국인 밖에 없다고 할 만큼 제주는 '중국인 세상'으로 변했다. 이런 추세라면 우근민 지사의 공약인 외국인관광객 200만명 돌파가 올해 가능할 전망이다.

공약 이행에 청신호가 켜지자 제주도는 신바람이 났다. 틈만 나면 새로운 유형의 기록을 들이대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근민 지사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인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부친 우 지사는 지역경제가 살아났다고 반색하고 있다.    

밀려드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중국 자본도 무섭게 제주를 넘보고 있다. 제주 투자를 확정한 중국자본은 계획금액 기준으로 3조원이 넘는다. 

중국 자본의 1차적인 타깃은 땅이다. 6월말 현재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 토지는 244만5000㎡에 이른다. 전국 외국인소유 토지 면적의 4.3%에 해당한다. 제주가 거의 모든 면에서 전국 1% 안팎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봤을 때 4.3%는 결코 작지않은 면적이다.     

중국인의 제주토지 소유 증가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0년 이후 90배나 증가했다. 5억원 이상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투자이민제가 2010년 2월 시행된 것과 때를 같이한다.

다른 지방은 유치하지 못해 안달인 차이나머니와, 중국인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정작 제주사회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마디로 지역에는 부(富)가 없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도민들의 불만은 중국인들이 중국 현지 여행사를 통해 제주에 들어온 뒤 중국인 혹은 중국동포 가이드의 안내로 중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호텔, 쇼핑센터에서 먹고 자고 돈을 쓰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 다시 중국 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가 제주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제주의소리>가 '중국인관광객 하루 1만명 시대', 그리고 '차이나머니 공습'의 명암을 들여다보기 위해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접촉한 결과 실태는 심각했다. 한결같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10년 넘게 여행업계에 몸담았다는 강선미씨(가명)는 '중국인 총량제'까지 들먹였다. 인위적으로라도 인원을 제한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제주경제가 중국자본에 먹히고 만다는 얘기였다.

몇십년간 유지돼온 제주관광생태계를 한순간에 파괴했다고 그들이 지목한 주범은 한 대형여행사. 중국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이 여행사는 풍부한 자본을 무기로 저가덤핑 관광을 조장하는 것도 모자라 음식점, 호텔, 쇼핑센터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여행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사실상 장악한 관련 업소들의 이름을 줄줄이 거명했다.  

강씨는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계속되는 한 제주 업체들은 견뎌낼 재간이 없다. 당국은 무자격가이드나 덤핑 관광이 활개를 치는데도 제대로 된 단속 한번 하지 않고있다. 이런 실태를 고발하면 당국자들은 오히려 '업소들이 문을 닫기라도 하면 니들이 책임질 것이냐'고 면박을 주기 일쑤"라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여행의 전 과정을 중국인에 의존하다 보면 정작 중국인들도 제주의 참면모를 놓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인을 재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의회 안동우 의원이 지난해 11월 입수한 '전세기를 통한 중국인관광객의 제주여행 상품' 구성을 보면 혀를 차기에 충분했다. 무료 관광지 일색에다 쇼핑강매, 질낮은 음식이 다반사였다.

45만~50만원 하는 상품의 4박5일 일정 중 쇼핑센터 방문은 5곳 이상인 반면 사설관광지는 2~3곳 뿐으로 나머지는 대부분 무료 관광지와 옵션으로 채워졌다. 이렇다보니 14군데 사설관광지의 방문객은 2010~2011년 1년 새 오히려 10.4% 감소했다.

2011~2012년 10차례 이뤄진 무자격 가이드 단속에 적발된 업체는 175곳(도내 15곳). 적발 업체 중 19곳은 제주도의 인센티브 지원을 받은 업체로 2012년에만 총 3억5000만원 이상 지원됐다. 관광질서를 어지럽히는 업체에 도민의 혈세가 낭비된 꼴이다.

제주에 있는 여행사가 중국 현지 대형여행사에 돈을 주고 중국인관광객을 데려오는 이른바 '인두세'(人頭稅)는 말문을 닫게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업계 내부의 기형적인 거래관행은 제주에서의 옵션관광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인두세로 손해본 금액을 만회하려다 보니 제주관광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역시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장희정씨(가명)는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하지 않은채 의아스럽다는듯 "인두세를 이제서야 알았느냐"고 반문했다.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우려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제주도민의 일자리 창출. 중국인관광객이 많이 찾는 업소마다 처음엔 도민이 고용됐으나 지금은 백이면 백 다문화가정이나 중국인유학생들로 채워져 도민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의 경우 청소부까지 중국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중국인관광객, 차이나머니를 둘러싼 논란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자 최근 제주도는 전에없이 강한 어조로 반박자료를 내놓았다.

반박의 골자는 중국인관광객 증가로 관련 업계가 고루 이득을 보고 있고, 저가상품은 여행형태의 차이에서 빚어진 오해일 뿐이며, 중국자본의 제주토지 매입 급증으로 앞으로 제주가 중국땅이 될 지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중국자본 대부분이 카지노 투자 의향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지금까지 카지노 투자 의향을 내비친 중국자본은 전무하다"고 단언했다.

양질의 상품을 통해 중국인관광객의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다시 그들을 제주로 불러들이고, 중국자본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를 가려내려는 진지한 자기성찰은 뒷전으로 밀렸다.

<제주의소리>가 네 차례에 걸쳐 중국인관광객, 차이나머니 공습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는 것도 이처럼 옥석을 구분하기 위한 시도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