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명암] (3) 체감경기는 딴판...영세상인 퇴출, 임대료 인상 빈번

▲ 하루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찾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중국 관광객들이 제주로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중국 자본까지 제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68만명이 넘는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108만명으로 65%를 차지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1인당 평균 138만2000원을 쓰고 갈 정도로 제주관광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올해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80% 이상은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통계도 있다.

제주도 관광지 어디를 가든 '중국어'가 들린다. 관광지가 아닌 제주시내에서 가장 중국어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가 바로 그곳.

바오젠거리는 2011년 우수 판매상 인센티브 투어 목적으로 제주도를 선정했던 '바오젠그룹'의 이름을 따 지은 거리다.

바오젠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여기가 제주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거리 간판부터 한국어와 중국어로 쓰여져 있고, 거리에는 중국인이 더 많다.

▲ 하루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찾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1990년대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쇠락하던 신제주 상권은 중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바오젠거리를 중심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과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에도 바오젠거리엔 중국인들로 넘쳐난다. 한 때 중국인 관광객들의 싹쓸이 쇼핑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중국인 특수' 지역으로 알려진 바오젠거리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중국 특수가 지역경제에 제대로 파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 7월8일부터 10일까지 바오젠거리에 들어선 101개 상점의 주인과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중국인 관광객 유입과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인 응답자의 77%는 '중국인 손님이 증가했다'고 답변했지만 '매출이 늘었다'고 답변한 상인은 절반 정도인 52%에 그쳤다.

특히 '매출 증가율이 10% 미만에 그친다'고 응답한 상인이 63%에 달했다.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국내 관광객이나 도민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상인도 있었다.

▲ 바오젠거리에선 중국어로 된 홍보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상권에서도 화장품과 의류, 분식.식당은 중국인 특수를 어느 정도 받지만 대다수 상인들은 지역상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바오젠거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수혜를 본다는 소문이 돌면서 건물주들이 중국인 선호 매장을 열기 위해 기존 영세상인을 내쫓거나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꼬치집을 운영하는 박성준(27)씨는 지난 2월 갑자기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는 임대인으로부터 점포를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박씨를 포함해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8개 점포 영세상인들은 크게 당황했다.

박씨는 은행 융자까지 받으며 1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지난해 5월 약 15평 규모의 이 가게를 열었다. 불과 8개월만에 쫓겨나게 생긴 것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매장 등을 열 목적으로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가 입주 상인들을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도민 소득을 높이기 위해 바오젠거리 지정을 한게 거꾸로 영세 상인들의 일터를 빼앗아가고 있는 셈이다.

▲ 하루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찾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더욱 큰 문제는 조선족과 화교 등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세워진 제주 현지의 중국 여행사들이 저가관광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현지 아웃바운드 여행사가 관광객을 모으면 제주의 현지 여행사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소위 '인두세'를 건네고 있다.

여행사는 인두세를 회수하기 위해 계약을 맺거나 직업 운영하는 판매점에서 관광객들이 건강보조제, 자수정 등을 구입하면 수수료를 챙겨 적자를 메운다.

그렇기 때문에 바오젠거리나 지하상가에 중국인은 많지만 실제로 구매력을 갖춘 중국 관광객은 찾기 힘들다.

바오젠거리에서 햄버거가게를 운영하는 기동현씨(34)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루에 수백명에서 수천명씩 바오젠거리를 드나들지만 대부분 아이쇼핑을 하지 직접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단체나 저가 여행객들은 먹거나 쓰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씨는 "바오젠거리에서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가 되는 곳은 화장품이나 옷가게, 편의점 등 일부에 불과하다"며 "지역경제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강선미씨(42.가명)는 "중국 30여곳에서 제주로 전세기를 띄우고 있는데 대부분 인두세를 내고 유치한 저가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다"며 "몇몇 중국계 여행사가 80% 이상을 독점하면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업계 속사정을 밝혔다.

중국 여행사들이 직접 바오젠거리 내 상가 건물을 소유해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바오젠거리가 이젠 정말 중국인들이 들어와서 중국 사장 밑에서 일해야 하는 게 아닌 지 걱정된다"고 말한다.

늘 중국인들로 북적이며, 중국 특수를 누릴 줄 알았던 바오젠거리. 그곳에도 명암은 있었다.

상가 임대료는 크게 상승해 영세상인은 쫓겨나게 생겼고, 중국 자본이 침투하면서 차이나타운으로 변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국내 관광객과 도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당국은 바오젠거리를 지정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만 홍보할 게 아니라 영세상인들을 위한 보호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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