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12)폐교위기 학교 살린 양산 원동중학교 야구부

▲ 제43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 참가해 우승기를 차지한 원동중학교 선수단(사진은 양산시청 제공)
창단 2년 만에 야구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학교가 있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우승이 세상의 관심사인 이유가 야구부의 짧은 역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폐교위기에 내몰렸던 시골 중학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경남 양산의 원동중학교(교장 이규용, 감독 신종세)의 야구부입니다.

도시의 팽창과 4대강 사업, 원동면에 위기를 부르다

원동중학교는 지난 1970년에 양산중학교 원동분교로 개교하였고, 이듬해인 1971년에는 원동중학교로 승격해 40여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고, 결국은 폐교의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원동면은 낙동강 변에 위치한 지역으로 토질이 비옥하고 일조량이 풍부해 당도 높은 딸기와 수박을 생산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양산시가 커가면서 주민들 다수가 시내로 이주하였고, 4대강 사업으로 강폭이 넓어지면서 주민들이 경작하던 옥토는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고향 특산물로 전국에서 품질을 인정받던 원동딸기와 원동수박은 위기에 내몰렸고, 농사를 포기하고 부산과 양산 등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주민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지역이 위기에 내몰리자 원동중학교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25명에 이르렀습니다. 학교는 폐교위기에 처했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지역주민들은 결국 원동중에 급기야 원동중을 야구특성화중학교로 만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야구부를 창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양산은 지난해 2010년에 리틀야구 전국대회에 우승할 정도로 훌륭한 기량을 갖춘 어린이들이 있는데도 진학할 중학교가 관내에 없었고, 양산 주말리그에 참가하는 사회인야구팀이 60개나 될 정도로 야구 저변이 넓으며, 최근 NC다이노스 구단이 인근 창원을 연고지로 창단된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폐교위기 중학교, 야구를 품다

그런데 학생 수 20여 명밖에 안 되는 학교에 야구부를 창단하고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 뒤에는 야구해설위원 허구연씨의 노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별명이 '허프라'라고 합니다. 야구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야구발전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프로야구는 흥행 때문에 대도시 중심으로 경기를 치르더라도 아마추어 야구는 시골에서부터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죠. 게다가 남해안과 제주도에 전용 훈련구장을 만들어 프로구단이 해외 동계훈련에서 지출하는 돈을 국내에서 써야 지방경제가 살고, 국내야구 인프라가 강해진다고 주장합니다.

▲ 공천포전지훈련장의 전경입니다. 서귀포시는 야구장 시설이 잘 갖추진 도시인데, 학원 야구부가 전무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동중학교가 폐교위기에 내몰렸다는 소식을 듣고, 허구연 해설위원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야구특성화중학교 안을 제안하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결국 지난 2011년에 원동중 야구부가 정식으로 창단되자 10명이 넘는 학생이 타 지역에서 전학을 와서 25명이던 전교생 수는 3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듬해 양산 리틀야구단 선수 9명이 원동중학교로의 진학을 결정하였습니다. 야구부가 만들어지고 학교가 다시 활기를 되찾자 지역은 연일 잔치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수들의 기량이었습니다. 타 지역 학교에서 전학 온 선수들 대부분이 기량이 부족해 다니던 학교에서 주전이 되지 못한 선수들이었습니다. 신종세 감독은 "캣치볼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과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면서 실력을 키웠습니다. 선수들 기량은 쉽게 늘지 않았고, 지난해까지는 나가는 시합마다 콜드 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은 올해 들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지난 7월 27일에 부산 구덕구장에서 개막한 제43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 참가해 전국 야구 명문학교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우승기를 거머쥔 것.

시골 아이들, 전국무대에서 파란을 일으켜

 원동중은 이 대회 1차전에서 포항제철중과 만났습니다. 제주출신 국민포수 강민호의 모교이기도 한 포철중은 전국에서도 최강으로 손꼽힙니다. 원동중은 포철중의 파상공세에 위기를 맞았지만 견고한 수비로 위기를 잘 넘겨 3대 2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2차전에서는 인천 재능중을 7대 0으로 눌렀고, 8강전에서는 부산 대천중을 4대 1로 이겼습니다. 창단 3년 만에 전국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자 순간 많은 이들이 감격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수들과 감독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4강전에서 서울 양천중을 2대 0으로 제압하였고, 홈팀 부산 개성중과 함께 나란히 결승전에 오릅니다.

결승전에서 원동중은 1회 초 선취득점하며 상승세를 보였으나 4회 말 개성중에 2점을 빼앗기는 등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공격기회인 7회말에 2득점하면서 5대4로 드라마 같은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원동면은 1900여 세대에 인구가 37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조그만 지역입니다. 세대나 인구수를 보면 제가 태어나고 자란 위미마을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제가 졸업한 위미중도 학교를 살리기 위해 전학생이 오케스트라에 참가하는 등 좋은 선례들을 남기고 있어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만, 요즘처럼 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이사 가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에는 시골 중학교 하나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서귀포시내 읍면 지역의 초등학교들이 존립위기에 처해서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있는데요, 원동중의 사례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귀포는 양산시가 갖지 못한 훌륭한 야구장 시설들을 갖추고 있는데, 지역 내 학원 야구부가 없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입니다. /장태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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