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차이나머니' 긴급 좌담회...건전성, 난개발여부 따져야

▲ 지난 9일 <제주의소리> 사무실에서 개최된 긴급 좌담회. 차이나머니의 명암을 주제로 진지한 얘기가 오갔다.
무섭게 밀려드는 중국인관광객과 중국자본은 제주 미래를 밝힐 블루오션일까, 실익은 없으나 버리기 아까운 계륵일까. '공습'이라고 표현할 만큼 실태는 그토록 심각한가.

4차례에 걸쳐 '차이나머니 명암'을 조명한 <제주의소리>가 기획 마무리 차원에서 긴급 좌담회를 가진 결과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심각성의 정도와 해법에 있어선 차이가 존재했다.    

지난 9일 <제주의소리>에서 진행된 좌담회엔 제주도의회 의원 연구모임인 제주문화관광포럼 대표를 맡고있는 강경식 의원(제주시 이도2동 갑), 고태민 제주도 투자유치과장, 정윤종 제주도관광협회 정책기획실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가 참석했다.

중국인들의 제주관광과 관련해 업계의 가장 큰 불만은 과실(果實)이 지역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행사든 가이드든 호텔.음식점이든 중국자본이 사실상 장악함으로써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 다시 중국 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가 제주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성토한다.

좌담회 참석자들도 대체로 이 점에 동의했다.

# 정윤종 "몇몇 기업이 시장 질서 변질...그래도 공과는 구분해야"

▲ 정윤종 제주도관광협회 정책기획실장.
정윤종 실장은 "중국자본이 들어와서 시장을 흐려놓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무등록 업체가 제주에서 버젓이 영업하고 무자격 가이드가 여행을 주도하는 것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실 공유'에 대해 그는 "도내 관광업계가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든지, 중고가 상품 개발을 지원한다든지 과실이 도내 관광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중국자본의 과실 독식 실태를 인정했다.

정 실장은 직접적으로도 "중국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몇 개 기업이 시장 전체를 변질시키면서 오히려 지역업체들의 참여를 상당히 제약하고 있다"며 "이제는 과실 공유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진단했다.
 
홍영철 대표는 "중국인관광의 80%가 중국의 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관광산업이)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 목표라면, 그 목표에 어긋났을 땐 제한 조치나 제어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경식 의원은 "화교 자본이 렌터카나 유사 여행사를 차려서 영업하고 있다는 제보를 많이 받았다"며 "무자격자들이 활보하고 있는데 (중국인관광으로 인해)도민에게 돌아오는 반대급부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고태민 과장은 일반여행사 176곳 중 중국자본이 14곳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인들의 비즈니스 비중은 10% 미만"이라며 "우리가 자생력을 키워야지 경제원리상 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이견을 보였다.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중국인들의 은련카드 사용 실태를 소개하며 "중국인들이 중국자본과 관련된 점포나 사업장만 이용하게 아니라 도민들이 운영하는 곳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또 제주 전체 관광객의 10여%를 차지하는 중국인만이 아니라 나머지 관광객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홍영철 "차이나머니 전혀 걸러지지 않아...자존심 가져야"

▲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이에 홍 대표는 "수치만을 놓고 보면 '새발의 피'라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며 "몇몇 여행사가 중국관광객의 80%를 컨트롤하고 있는 실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공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실장은 "제주관광의 과거와 당면한 문제, 나아갈 방향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요즘 격세지감을 느낀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외국인관광객이 왜 안오나 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라며 "외국인관광객이 한해 160만~170만명 오기까지 정책적인 노력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제주관광의 브랜드파워가 향상되고, 성장잠재력이 현실화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중국인관광객이 점점 불어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이 이제 우리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부작용을 어떻게 제어하느냐는게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강 의원도 "그동안 제주도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고, 큰 틀에서 보면 성공적"이라면서도 "다만 과거를 되돌아보고 점검할 시기가 왔다. 제주도개발특별법, 국제자유도시특별법 등을 거치며 숨가쁘게 달려왔는데 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 지수가 높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 여태껏 신경을 덜 썼다고 하면 앞으로는 신경을 쓰자는 얘기"라고 냉철한 현실 진단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인디언이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다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는 건 자신의 영혼이 쫓아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만 보고 달려온 제주도 역시 영혼이 쫓아왔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자본의 기세에 대해선 우려가 팽배했다.

# 고태민 "우려할 수준 아니...개발허가 지역 엄격제한, 자본 철저검증"

홍 대표는 "차이나머니가 전혀 걸러지지 않고있다. 너무 풀어헤치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다면 최대한 도민에게 수혜가 돌아가도록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며 "(제주도가)외국인 투자에 대해 자존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주체성을 요구했다.

▲ 고태민 제주도 투자유치과장.
대안으로 내부자본을 통한 개발을 제시했다. 홍 대표는 국제자유도시가 제주의 미래인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강 의원은 "IT, BT 등 분야의 건전하고 필요한 외자 외에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 좋은 경관 다 내놓고 도민에게 돌아오는 게 별로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다시 갖출건 갖추고 영혼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투자이민제를 대표적인 '영혼 없는 정책'으로 지목한 뒤 즉각적인 폐기를 주장했다. 도민 고용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더러 뭘 얻으려 하는 것인지 목적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프랑스가 세계여행지 1위가 된 것은 외국자본을 유치해서가 아니라 품격있는 예술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반면 뉴욕은 원주민들이 위성도시로 다 쫓겨났다"며 "국제자유도시도가 더이상 도민 삶의 질 향상과 행복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 그 껍데기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고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제주에는 프랑스 못지않게 훌륭한 자연, 문화 등 자원이 많은데도 무지막지하게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중국인이 오지 않으면 망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대해 고 과장은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있었기에 중국자본이 제주도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실상은 내국인들이 리조트나 콘도, 펜션을 더 많이 구입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이런 제도를 활용해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고 제도 유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미하나마 중국자본으로 인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도 했다.

# 강경식 "중국인 없으면 망한다고? 부동산투자이민제 당장 폐기해야"

또 원래 찔러보는 걸 좋아하는 중국자본은 아직 규모나 구매력이 작은데도 에이전트들이 많아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
고 과장은 다만 "(투자가)과열될 때는 법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자를 유치하더라도 기존에 인.허가가 난 곳, 개발이 중단된 곳, 도시계획상 유원지로 지정된 곳에 국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외국자본이든 국내 자본이든 사업계획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정 실장은 "부동산투자이민제는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책으로 나왔는데 실패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며 "그럼 투자 유치 노력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폐지 주장에 의문을 던졌다.

그는 오히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외국인관광객이 적다보니 임팩트 있는 유일한 대안은 카지노인양 말들을 했지만, 지금은 더 건전한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문제는 더 새로운 대안을 어떻게 발굴하고, 환경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곁들였다.

강 의원은 솔직한 현실 진단과 함께 과감한 환부 제거를 강조했다.

곪을대로 곪아 터진 후에는 소용이 없으므로 문제가 있으면 덮고 넘어가려 하지 말고 풀어헤쳐야 하며, 그걸 지적해주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양적 성장 위주의 관광정책 폐기 △무자격 업체, 가이드 단속 철저 △공공기관의 외국인면세점 운영 △중산간 난개발 차단 △도민자본 육성을 주문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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