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신석기 유적 훼손 무혐의 이후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들

보광그룹 산하 보광제주와 중국계 부동산개발업체 오삼코리아의 신석기 유적 훼손 의혹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관련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경찰은 서귀포시가 6월 보광제주와 오삼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고발 사건에 대해 두달 넘게 수사를 벌이고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법 위반 혐의를 인정키 어렵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은 보광제주가 2003년부터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27-2번지 3만여㎡ 부지에 성산포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양리 패총 3지구’ 유적을 훼손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서귀포시는 보광제주가 문화유적분포지도 상에 위치한 유적지 위에 건물을 지었고 2005년 공사 착공에 앞서 문화재청이 제시한 문화재보존조치 계획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광은 이에 맞서 2005년 작성된 문화재지표 보완조사 보고서에는 패총지구가 사업부지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근거를 내세워 서귀포시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 1년만에 뒤바뀐 문화재지표보고서...조사단장은 ‘옥살이’ 다른 고고학자는 ‘고인’

가장 큰 의문은 패총3지구가 사업부지에 포함됐다는 문화재지표보고서(2004년) 내용이 2005년 보완조사 보고서에서 왜 빠졌느냐는 점이다. 보광제주로서는 공사이행의 근거가 됐다.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곳은 사단법인 제주도동굴연구소다. 2004년 보고서와 2005년 보완조사 보고서 모두 이곳에서 작성했으며 조사단장이자 총괄자는 동굴전문가로 알려진 손모씨였다.

공교롭게도 손씨는 골프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허위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옥살이를 하고 있다. 2010년 2월 손씨가 받은 형량은 징역 4년이다. 추징금도 1억원에 이른다.

보고서에서 고고유적 분야 조사는 고고학 전문가인 김모씨가 맡았으나 지병으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교도소까지 찾아 손씨를 만났지만 역시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번 사건의 고발자이자 문화재 관리기관인 서귀포시 역시 당시 보고서가 수정된 배경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문화유적분포지도 vs 문화재지표조사보고서...문화재청 판단 쟁점

또 하나의 쟁점은 2003년 옛 남제주군이 작성한 문화유적분포지도와 보광제주가 적용한 2005년 문화재지표 보완 조사보고서의 법적 지위다.

보광제주는 2005년 문화재지표 보완 조사보고서에서 패총이 사업부지 밖에 위치해 공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귀포시는 2003년 문화유적분포지도상 패총지구라는 판단이다.

두 자료 중 어떤 자료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따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갈린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2005년 작성된 문화재지표 보완 조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은 조사보고서와 분포지도 중 어느 자료를 기준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해 문화재청에 의뢰했다. 그 결과 ‘조사보고서’라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문화재청이 경찰에 회신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20일 문화재청에 관련 질의서를 제출했다. 만약 경찰과 다른 답변이 회신될 경우 검찰에 추가 자료로 제출키로 했다.

   
# 문화재보존대책 공소시효 기준 논란...동굴 훼손 판단도 ‘경찰-행정’ 달라

경찰은 보광제주가 사업승인 이후 문화재보존대책을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리했다. 사용승인 시점은 2008년 6월4일이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보광제주의 성산포 해양관광단지조성사업이 현재 진행중인 만큼 공소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휘닉스아일랜드 준공은 일부 사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보광제주는 2003년부터 조성사업에 착수해 2006년 9월12일 피닉스아일랜드 공사를 시작했다. 2007년 3월31일 승인변경을 신청하고 2011년에는 사업기간을 2014년으로 3년 연장했다.

기존 사업자인 보광제주로부터 부지를 구입해 콘도 건설에 나선 오삼코리아의 동굴 훼손도 의견이 엇갈린다. 오삼코리아는 5월23일 동굴을 발견했으나 6일이 지난 29일에서야 공사를 중단했다.

서귀포시는 이 기간 오삼코리아가 동굴 부근 140cm를 파들어 간 만큼 이 자체로 동굴 훼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동굴 자체가 실제 훼손된 흔적이 없다고 판단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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