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자유로우면서도 다양한 소재의 법률 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받는 임금, 이동을 위해 필요한 자동차 운전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이 뒤따르고 법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법적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각종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는 취지로 전국 법원의 '주요판결'을 [주.판]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26) 생일 집전화번호 등 유추 가능...일부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개인정보의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휴대전화는 각종 마케팅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높다.

국내 휴대전화는 통합 식별번호 ‘010’을 제외한 010-####-#### 등 8자리로 구성돼 있다. 만약 범죄에 연루된 특정인이 지인의 요청으로 전화번호 뒷자리를 알려줬다면 어떨까?

전체 8자리 중 공개된 전화번호가 뒷 4자리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까? 공교롭게도 경찰이 범인에게 제보자의 휴대전화 뒷자리를 알려줘 재판에 넘겨지는 일이 있었다.

최근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강지웅 판사는 신고자의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를 누설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 서모(56)씨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서씨는 2012년 3월30일 오후 3시24분 지구대 업무 중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모 방앗간에서 4명이 도박을 하고 있으니 현장을 단속해 달라는 제보 전화였다.

신고 직후 서씨는 현장을 찾아 도박중이던 윤씨 등 4명을 임의동행했다. 조사 후 금액이 적자 모두 훈방조치했다. 공교롭게 경찰관 서씨와 도박을 한 윤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었다.

며칠 후 두 사람은 충남 부여군의 한 술집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씨는 서씨에게 도박신고자의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서씨는 이에 휴대전화 뒷번호 4자리를 알려줬다.

재판과정에서 서씨는 “휴대전화 번호 뒷 4자리만으로 피해자를 단정 지을 수 없고, 상당부는 집전화 번호와 유사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판사는 그러나 “전화번호 뒷자리만으로 사용자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설령 추정하기 어렵더라도 생일과 집 전화번호 등과 결합해 알아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윤씨도 제공받은 뒷자리 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주소록과 결합해 도박신고자를 알아냈다”며 “결국 휴대전화 번호 일부도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또 “경찰관이 범죄신고자의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다”며 “특히 범죄자에게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은 보복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말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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