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중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야구. 제주출신 선수로 강민호(롯데.포수)와 고원준(롯데.포수)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들 만큼 장래가 촉망받던 숨은 인재들이 있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의 동갑내기 황목치승(28.내야수)과 오두철(포수) 선수다. 해외파 출신인 두 선수가 부상 등 악조건을 이겨내고 꿈의 무대인 프로야구 진출에 도전한다.
올해 고양원더스에 입단한 황목치승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2살 제주남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당시 야구부에는 친구인 오두철이 먼저 선수로 뛰고 있었다.
야구에 푹 빠진 두 선수는 야구를 이어가기 위해 육지부 중학교 진학까지 준비했다. 도내 중학교에 야구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1998년 기적같이 제주제일중에 야구부가 만들어졌다.
제주일중 야구부는 창단 2년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이듬해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회서 제주일중은 포철중을 상대로 첫승을 올렸다. 기세를 몰아 대회 우승까지 따냈다.
황목치승은 실력을 인정 받아 청소년 국가대표로 아시아 대회까지 참가했다. 고교 스카우트도 있었다.
창단 3년차인 국토국제고는 우수 선수들을 영입하며 승수를 채웠다. 두 선수가 2학년때 70여개 팀이 참가하는 일본 교토지역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했다. 이듬해에는 8강까지 올랐다.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꿈꾸던 두 선수는 대학에서 갈라졌다. 황목치승은 일본 야구 명문인 아세아대학에 스카우트 됐고 오두철은 오사카 판남대학교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오두철은 2학년 때 중퇴한 후 2~3년간 방황하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다. 2011년 야구생활을 이어가려 일본 독립리그 팀에 머물다 그해 9월 귀국 후 고양원더스에 입단했다.
명문 아세아대학에 진학한 황목치승은 1학년때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90여명의 선수 중 절반만 훈련에 참가할 정도로 문턱이 높았던 시절이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훈련 중 유격수로 출전한 황목치승은 땅볼을 받아내 2루 베이스로 향하다 상대 주자의 스파이크에 무릎을 치였다. 인대 2개가 끊어지는 큰 부상이었다. 2번의 수술과 재활이 이어졌다.
군 입대를 위해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무릎 부상으로 군 면제 판정이 내려졌다. 이듬해 제주도 사회야구인팀인 ‘삼다수’에서 몸을 만들다 고양원더스의 입단을 결심했다.
황목치승 선수는 “부상을 경험하고 야구를 다시 시작할 때 끝을 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이제 프로리그에 갈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실력을 쌓아서 프로 1군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오)두철이 때문에 야구를 시작했는데 일본서 고등학교 졸업 후 헤어지고 다시 고국인 고양원더스에서 만난 줄을 몰랐다. 인연은 인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첫 야구를 시작한 두 선수는 20년 가까이 품었던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2014 프로야구 2차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
두 청년의 아름다운 도전의 결과는 26일 오후 2시에 알 수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