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 27일 국정원 사태 시국선언···“국민 속인 죄악에 철저한 진상규명 해야”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에 천주교 제주교구가 합세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27일 제주중앙성당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요구했다.

이번 제주 시국선언에는 제주교구에 소속된 사제 56명과 수도자 106명 전원이 동참했다. 지역교구에 소속된 사제와 수도자 전원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은 전국 최초다.

▲ 27일 오전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수도자 시국선언. ⓒ제주의소리

김창훈 제주교구 총대리 신부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정치에 있어 민주주의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며 원칙 없는 민주주의는 위장된 전체주의로 변한다고 경고한다”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사태는 민주주의와 국가권력의 심각한 불의와 불법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검찰조사에서 국정원이 지난 대선 다양한 불법적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서울 지방경찰청 이 대선 직전 허위발표로 무마하려 한 것이 드러났다”며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심각한 국기문란 사태이고 민주주의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한 불법이며 국민을 속이는 큰 죄악”이라며 “민주주의 양심을 가진 모든 국민과 함께 천주교 제주교구도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박근혜 정부가 지금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의 더 큰 심판에 직면할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7일 오전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수도자 시국선언. 김창훈 신부(가운데)가 시국선언문을 읽고 있다. ⓒ제주의소리

▲ 27일 오전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수도자 시국선언. ⓒ제주의소리

천주교 제주교구는 이 날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국정원 선거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국민 사과 △국정원의 효과적인 개혁안 공개를 요구했다.

또 “국정원 사건에 대한 주요 언론사들의 불공정한 보도에도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활동을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북성당 임문철 신부는 “최근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말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근본을 흔드는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정원 시국선언을 발표했거나 참여의사를 밝힌 천주교 사제들은 전국 11개교구 1544명에 이른다.

지난 6월 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의 이름으로 ‘검경 축소수사 규탄 시국선언’이 발표됐고 지난 달 말 부산교구를 시작으로 마산, 광주, 전주, 대구, 원주, 수원, 서울 교구를 거쳐 제주교구까지 이어졌다.

지난 8일에는 서울 조계사에서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대한불교청년회 등 불교단체 12곳이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불교시국회의’ 발족했고,  22일에는 개신교 목회자 1120명로 이뤄진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 특검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26일 오전에는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주최로 4502명의 수도자가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국정원 사태에 대한 종교계의 파장이 확장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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