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국어문화연구원 제주어센터 '제주어 구술 자료 총서5권' 발간

▲ 제주시 애월읍 수사ㅏ을 홍진규 할머니 생애 구술. '앞멍에랑 들어나 오라 뒷멍에랑 나고나가라'. ⓒ제주의소리

90여 년 동안 마을을 떠나본 적 없는 제주도 시골마을 토박이 할머니의 삶 이야기가 제주어 책으로 나왔다.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제주어센터가 제주어 구술자료 총서 네 번째 편으로 홍진규(98) 할머니의 생애 구술책 '앞멍에랑 들어나 오라 뒷멍에랑 나고나가라'를 펴냈다.

김순자 연구원이 취재 전사, 집필을 모두 맡았다.

홍 할머니는 '물미'라 불리는 애월읍 수산리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에 같은 마을 동카름 문씨 집안으로 시집 온 그녀는 8남매를 낳아 키웠다. 그녀의 말마따나 '어둑으민 들어오곡 볽으민 나가곡' 하며 농삿일로 평생을 보냈다.

일제식민지시대와 제주4.3사건 등 역사의 소용돌이를 몸으로 겪은 그녀의 삶 이야기는 제주사람들의 보편적인 역사로 읽힌다.

곤궁하던 때였다. 시누이네 밭을 삯 내서 보리를 갈았다. 자꾸 앓는 시아주버니를 살리려고 시어머니는 여러 번 굿판을 벌였다.

출산 준비도 별 게 없었다. 집에서 보릿짚을 깔아 아이를 낳았다. 진통이 2시간도 채 가지 않아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고 할머니는 회상했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땐 보리밭에 김을 맬 철이라 7일 만에 자리를 털고 밭일하러 나갔다.

8장 '밀나물 한 아름 해다가 점심 반찬으로 먹고'에는 제주의 토속 먹을거리가 소개된다. 떡이나 장아찌 종류, 톳 된장국, 자리젓, 메밀 수제비, 빙떡, 고수리 술 등 먹을 것이 없던 때 주린 배를 채웠던 갖가지 음식에 얽힌 추억이나 조리법 등이다.

홍 할머니는 제주인의 삶과 문화가 진득하게 농축된 이야기도 들려준다. 통과의례, 세시풍속, 민간요법 등이다. 영등 때 빨래를 해서 널면 벌레가 인다는 말이 전해져 왔다. 여자가 입춘이나 동지에 남의 집에 가면 재수가 없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옛 어른들은 음력 유월 스무날에 닭을 잡아먹고, 백중 때는 물맞이를 하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 김순자 연구원. ⓒ제주의소리

지난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동안 수산리노인회관과 홍 할머니댁에서 나눈 대화가 실렸다.

제주어와 표준어 대역을 나란히 실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표준어로 옮기지 못하거나 어려운 낱말은 주석을 달아두었다.

특히 이전에 냈던 1~4권의 구술 자료에서 확보할 수 없었던 '사대소리', '방에찧는소리' 등의 노동요 사설과 '차사본풀이' 등 굿 사설이 새롭게 조사됐다.

김 연구원은 "독특한 제주어와 장례와 관련한 어휘, 농사와 관련된 제주어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제주어가 일실되기 전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이 제주정신을 잇고 제주문화를 보전하는 길임을 잘 알고 있다"며 "제주어와 제주 민속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매품이다. 문의=064-754-2712.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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