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홀에서 드러난 국익(國益)
잭슨 홀에서 드러난 국익(國益)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북서부, 웅장한 자태의 그랜드 티턴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매년 열리는 잭슨 홀(Jackson Hole) 심포지움에는 세계 30여개 국가의 중앙은행과 정계, 학계, 금융계의 대표들이 참석한다.

금년의 주제는 그 동안의 양적완화의 평가 및 그것의 축소가 가져올 여파에 모아졌다. 미국이 처음 시작해 일본과 영국, 유럽중앙은행이 취해온 양적완화 통화정책에는 비전통적(unconventional)이라는 형용사가 따라다닌다. 의역하면 "상궤(常軌)를 벗어난"이라는 뜻이다. 저금리 유지를 사전 약속하는 것도 이례적이려니와 시중 채권매입이라는 방법으로 중앙은행이 매월 거액의 현금 폭탄을 시장에 투하하여 온 것은 분명히 상궤를 벗어난 통화정책이었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아구스틴 카스텐스는 지난번 IMF 총재 물망에 올랐던 석학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국제 금융자본의 핫머니화를 유발할 것임을 앞장서서 경고 했다. 상궤를 벗어나면 언젠가는 상궤로 돌아와야 하는데 핫머니도 철수될 때 피해를 남기기 때문에 나쁜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국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가 처음으로 거론되었던 5월 이후 MSCI 신흥국 주가지수는 12% 하락했고 신흥국의 환율은 거래량 상위 20개국 평균 4.3% 하락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은 환율 방어를 위해 막대한 액수의 외환보유 달러를 시장에 풀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외국 자본의 유입이 활발했던 나라들이다. 미국의 입장은 어떤가?

지난 25일 잭슨 홀 심포지움을 마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준 은행의 제임스 불라드 은행장은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의 답을 했다.

국익 우선의 세계금융시장

"미국 연준의 정책 목표는 미국의 경제에 있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가 양적완화를 할 때에는 돈을 너무 푼다고 불평을 했고 이제는 그 양적완화를 중단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기 중앙은행을 통해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최소한 겉으로라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인류공통의 가치를 내걸며 이야기하던 때가 언제였던가? 국제정치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가치가 국익에 따라 가감되고 있듯이 국제경제에 있어서도 시장의 원리가 국익에 따라 훼손되어도 이제는 떳떳한 것인가?

이슬람 중에서도 가장 관용할 줄 모르는 와하비즘(Wahhabism)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종교의 자유가 없음은 물론 여자에게는 자동차 운전도 금하는 절대군주국이다.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재정적 후원자라고 지목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페르시아만을 경유하는 원유공급의 안정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이 나라를 감싸 안는다.

반면 민주주의와 다원주의(pluralism)를 그들의 정강에 분명히 밝히고 있는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과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거리를 두고 있다. 시리아 독재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이집트 군사쿠데타 세력의 시위대 학살을 비난하는 국제 여론에 불구하고 미국은 답답할 만큼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제자본시장에서 상궤를 벗어난 미국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은 시장의 자율 메커니즘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그 개입의 중단 소식이 국제금융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보다는 국익을 내세워 이를 정당화하려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할 때인가?

신흥국들의 원성에 불구하고 양적완화 축소는 예정된 수순을 밟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의 호전을 지속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따랐으므로 이제는 국제여론에 밀려 물러나기도 힘들게 되었다. 미국경제 전망을 나쁘게 본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불라드 총재의 인터뷰 내용은 얄밉고도 실망스럽다. 그러나 세계는 국익 각축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할 때가 아니다. 고도의 외환자유화를 이미 취하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제자본의 활발한 이동을 견디어 내는 체력이다.

국제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지금은 지혜와 마음을 모아 그것을 길러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경제민주화가 분배의 문제인지 아니면 생산의 문제인지 혼란스러워 하며 아직도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이 글은 <내일신문> 8월 28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3
게메마씸 2013-08-29 10:58:48
내 개인적으로도 '금융물'도 먹어보고 '국제물'도 먹어봤는데, 익숙치 않은 매크로변수들만 잔뜩 늘여 놓은 현상분석은 실세계에서 어떤 도움은 커녕 사정 파악에 혼란만 가중시킨다. 그냥, 제주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될 실제적인 마이크로변수들을 헤짚어보고 어떤 아이디어나 내면 좀 어떨까 싶다.
121.***.***.153

게메마씸 2013-08-29 10:47:20
대한민국의 정통성수호도 친미의 기반에서 이뤄졌지만, 親美가 곧 奉美(미국을 떠받듬)는 아니고, 用美(미국을 이용함)에 주안점을 두고 왔다. 친미라하여 자존심 내던지고 딸랑대는 것은 아니다. 그럼 우방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친일이나 친소하면 국가번영이나 안정이 이뤄지나 ? 하여, 친미는 우리의 필요악이다.
121.***.***.153

게메마씸 2013-08-29 10:41:47
오피니언에 '잭슨홀'이란 단어가 등장하여 의아하였는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결론은 미국의 국익 위주 정책에 대한 비판인데, 여러 자료들을 짜집기해서 쓰느라 애쓴 탓인지 그나마 조금은 읽어 봐줄만 했다. 자기 나라 국익을 위하지 않는 나라가 하나라도 있나 ? 미물도 모두 이기적이다.
12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