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건진상규명모임, 집회·세미나 잇따라 개최…“4.3추념일 반대” 외치는 우파들

▲ 제주4.3사건진상규명 국민모임은 9월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4.3추념일 지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서울=좌용철 기자] 제주4.3 국가추념일 지정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보수단체들의 노골적인 ‘발목 잡기’가 시작됐다. 이들은 여·야 합의로 제정된 4.3특별법과 정부가 채택한 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해 “제2의 4.3반란”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4.3추념일 지정’을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좌파들이 왜곡한 4.3역사에 놀아나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우파인사를 기용해 우파 시각의 정부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국민모임은 9월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4.3추념일 지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4.3사건진상규명국민모임에는 자유논객연합, 제주자유수호협의회, 500만야전군,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종북척결단, 북한해방연합, 남침땅굴을찾는사람들,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등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을 가득 메운 우파인사들의 눈에는 ‘광기’(狂氣)가 서렸다. 최근 국정원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총수를 향해서까지 ‘빨갱이’라고 매도할 정도였다.

▲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동일 자유논객연합 회장. ⓒ제주의소리
이날 세미나는 김동일 자유논객연합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그는 “4.3의 진실은 뒤집어졌고, 4.3의 역사는 도둑을 맞았다”며 “4.3특별법은 4.3정부보고서는 제2의 4.3반란”이라고 주장했다. “허위와 날조의 4.3반란은 진실의 무기로 진압해야 한다”며 “관군(정부)이 나서지 않으면 의병들이 일어서서 반란을 진압해야 한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그는 4.3추념일 지정과 관련해 “지난 정권에서는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4.3정책을 폈다”면서 “진상조사보고에 4.3의 성격을 보류해놓고, 이제와서 추념일을 지정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4.3평화공원에 대해서도 “불량위패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 불량위패들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사를 가지고 장난치는 자들을 엄벌해 달라. 허위 날조로 작성된 4.3보고서도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우파인사들과 순수 유족들이 모인 ‘역사와 추모의 위원회’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4.3추념일 지정을 담게 될 대통령령 개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지만원 500만야전군 의장의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그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을 비판하던 중 “채동욱 검찰총장은 빨갱이”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지만원 의장은 “제주4.3의 진실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완전히 뒤집어졌다. 지금은 제주도민 거의 대부분이 좌익”이라고도 말했다.

지 의장은 “대한민국 역사라는 게 해방이후 좌와 우의 대결이다. 지금 ‘이석기 사태’도 마찬가지”라며 “내란음모를 해놓고, 국정원 앞에 가서는 해체하라고 한다. 이러니…”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치자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민청학력, 인혁당 재건위 이들의 목표가 국정원 해체”라며 “(국정원선거개입 의혹 관련) 공소장 한번 읽어보라. 그게 빨갱이가 쓴 것이지 어디 대한민국 검찰이 쓴 공소장이냐. 채동욱 검찰총장도 빨갱이”라고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4.3보고서와 관련해서는 “빨갱이 제주도민과 박원순(서울시장)이 만든 것이다. 고건씨가 총리할 때 날치기를 했다”고 정부보고서를 폄하했다.

▲ 제주4.3사건진상규명 국민모임은 9월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4.3추념일 지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 이날 세미나에는 대한민국어버연합, 종북척결단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그는 또 “4.3평화공원이 무슨 평화공원이냐. 제주도에 관광 온 사람 전부 다 데려다가 날조된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박근혜까지 제주에 가서 추념일로 지정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4.3추념일 지정을 공약한 박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은 “좌익이 이렇게 득세한 것은 우익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좌익 박원순은 대기업 돈 받아다가 먹고 즐기기면 데모를 한다”며 박원순 시장을 물고 늘었다.

특히 “박원순씨가 단국대 나왔지만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고졸자”라며 “학문적 훈련이 전혀 되지 않은 사람이 주도한 것이 4.3정부보고서다. 그러니 우익 인사들이 뛰쳐나온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4.3의 화해·상생 정신에 대해서도 “이념을 배제하고 진실을 조명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세상에 그런 사기극이 어디에 있나”면서 “고환 빼고 장가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또 “김대중보다 더한 빨갱이들이 언론계, 교육계에 수두룩하다”며 “요즘 빨갱이들은 양심도 없다. 자기들이 기획한 걸 우연한 사건으로 왜곡한다”고 막말을 이어갔다.

제주출신으로는 김영중 전 제주경찰서장(경우회장 역임), 오균택 유족(서울 거주), 홍석표 제주자유수호협의회 본부장이 참석해 각각 ‘내가 겪은 제주4.3’을, ‘4.3사건 희생자 결정심의에 관한 문제점’, ‘4.3추념일 지정의 문제점과 선결과제’ 주제발표를 했다.

앞서 국민모임은 지난달 7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제주4.3사건을 주제로 강연회를 연 후 정부청사 앞에서 제주4.3사건 추념일 지정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4.3추념일이 지정되기 이전에 해결해야 할 전제 조건으로 ▲先 4.3사건 성격 규명 ▲왜곡된 4.3진상보고서 수정 ▲4.3평화공원 위패 중 반란 주모자급 위패 분리 ▲인민유격대 측의 과오에 대한 사과 ▲4.3추념일 지정시 4.3발발일인 4월3일 피할 것 등을 내걸었다.

한편 여·야는 지난 6월27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4.3국가추념일 지정을 부대의견으로 단 ‘4.3특별법’개정안을 가결했다. 정부 역시 연내에 대통령령을 개정키로 했다.

국가추념일 지정은 4.3중앙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2003년 10월 4.3진상조사보고서를 의결하면서 4.3평화공원 조성, 집단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 등과 함께 정부에 건의한 7개 사업 가운데 하나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