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중·홍석표·김동일 ‘트리오’ 서울서 토론회 주도…“무장폭동 개시일 4월3일 추념일 안돼”

▲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주4.3사건 추념일 지정문제에 대한 세미나’. ⓒ제주의소리

[서울=좌용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제주4.3 국가추념일 지정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제주출신 우파 3인방이 찬물을 끼얹는데 앞장서고 있다.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주4.3사건 추념일 지정문제에 대한 세미나’. 제주4.3사건진상규명 국민모임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제주출신 3명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모임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동일 자유논객연합 회장이 제주출신이다. 우파들 사이에서 ‘비바람’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3의 진실은 뒤집어졌고, 4.3의 역사는 도둑맞았다”며 “4.3특별별과 4.3보고서는 제2의 4.3반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반란은 진압해야 한다. 관군(정부)이 출동하지 않으면 의병(우파)들이 일어서서 반란을 진압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4.3보고서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신은 더 지독하게 4.3을 왜곡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4.3유족들 중에는 4.3을 민중항쟁이라 주장하고, 군경을 학살자라고 주장하는 무리들이 있다”며 “민중항쟁의 투사 유족, 가해자 유족들을 골라내고 폭동의 피해자 유족들은 구제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최근 경우회와 유족회가 65년만에 화해하고 4.3의 완전한 해결을 다짐하며 4.3국가추념일 지정이 무르익고 있는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4.3추념일 지정을 위한 대통령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 김동일 자유논객연합 회장. ⓒ제주의소리
▲ 홍석표 제주자유수호협의회 회장. 그 옆에 앉아 있는 이가 김영중 전 경우회장(전 제주경찰서장)이다. ⓒ제주의소리
최근 4.3유족회와 화해를 한 경우회에 반기를 들며 떨어져나간 김영중 전 경우회장(전 제주경찰서장)은 이날 대놓고 정부가 채택한 4.3보고서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4.3보고서는 남로당 세력을 터무니없이 축소하고 인명피해는 과장했다”며 남로당 핵심세력 규모를 3000명 정도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핵심세력들은 응당 (4.3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서장은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고 무장폭동으로 공산통일을 지향한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유격대 핵심세력은 희생자가 되어선 안 된다”며 “희생자 선정이 지고지순하고 정정당당하다면 자신 있게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4월3일이 국가추념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폈다.

김 전 서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저지하기 위한 무장반란 개시일을 대한민국 정부가 국가추념일로 지정해선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4.3국가추념일’ 지정 공약을 의식한 듯 “박근혜정부는 1948년 8월15일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의 후계체인데, 4월3일을 지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홍석표 제주자유수호협의회 회장도 김 전 서장의 ‘제주4.3=공산폭동’ 주장을 적극 거들었다.

홍 회장은 “4.3의 성격을 규명할 때 ‘폭동’을 빼놓아서는 안된다”며 “4.3은 총을 들고 지서를 습격하고 사람들을 살해하고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공산 폭동이라는 게 정확한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4.3추념일 지정에 대해서도 “4월 3일은 외국으로 망명갔던 레닌이 러시아 혁명에 성공하면서 러시아에 귀환한 날이다. 레닌이 점령군처럼 돌아왔듯 제주인민유격대도 오름에 봉화를 올리며 점령군처럼 제주도의 지서들을 습격한 날이 바로 4월 3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4.3사건이 마무된 시점으로 보는 한라산 금족령이 풀린 1954년 9월21일을 추념일을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지켜본 4.3유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제주에서 올라간 4.3유족 4명과 허상수 성공회대 교수가 끝까지 지켜봤다.

김두연 전 유족회장은 “유족회에서는 4.3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살리기 위해 ‘민중항쟁’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이들이 ‘민중항쟁’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은 4.3을 폭동으로 몰아가기 위한 것으로, 그 자체가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문 4.3유족회 상임부회장은 “‘4.3’은 65년 전 사건 당시에도 불렸음은 물론 4.3특별법과 4.3사건진상보고서 등에서 이미 공인된 호칭”이라며 “북한의 남침에서 비롯된 6.25전쟁도 6월25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앞뒤가 맞는 주장을 펴야 할 것”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송 부회장은 “저들은 유족들이 없는 자리에서 공산폭동이니, 4.3보고서가 왜곡됐다느니, 제주도민 80%가 빨갱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지켜본 만큼 대가를 반드시 돌려줄 것”이라고 분개했다.

4.3유족회는 제주로 내려간 뒤 이날 국민모임의 토론회 내용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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