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리그 발전을 위해 직접 미국 프로야구 선수가 된 고양 원더스 허민 구단주

[장태욱의 '野'한이야기] (14) 독립리그 발전을 위해 미국 프로선수로 발벗다

▲ 고양 원더스 허민 구단주가 미국 독립야구단 락랜드 볼더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진은 락랜드 볼더스( www.rocklandboulders.com) 구단 홈페이지 화면을 갈무리했습니다.

고양 원던스 허민 구단주의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하여 선발 투수로 등판한 것이 TV로 생중계 되면서, 그의 기이한 행적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지난 8월 29일에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허민 구단주가 미국 캔암리그(Can-Am League)의 락랜드 볼더스(Rockland Boulders)에 정식 선수로 입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허민,  열정으로 성공한 사업가

허민 구단주는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를 창단하면서 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사람입니다. 서울대학교 공대 응용화학부 출신으로 1999년에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2001년 네오플이라는 게임업체를 설립했는데, 2005년에 출시한 온라인게임 '던전 앤 파이터'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재산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는 음악과 야구에 대해 열정이 남달랐다고 합니다. 2008년에는 대표로 지냈던 게임사를 처분하고 미국으로 떠나 버클리 음대에서 2년 과정으로 작곡을 공부했습니다. 미국 유학시절에는 다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너클볼 투수였던 필 니크로에게 직접 찾아가 너클볼을 전수받기도 했습니다.

유학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허민 구단주는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를 창업해서 성공을 거두고, 2011년 9월에는 한국 최초의 독립리그 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창단했습니다. 고양 원더스는 프로지망을 받지 못한 야구 선수들을 위해 설립한 일종의 '야구 사관학교'인데요, 초대 감독으로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면서 묻혀있던 인재들을 발굴해 프로무대에 진입시키는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 9월 2일 미국 프로무대 데뷔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허민 선수(SBS-ESPN 화면 갈무리)

9월 2일 프로비던트 뱅크 파크에서는 예정대로 허민 구단주의 미국 프로무대 데뷔전이 치러졌습니다. 경기전 운동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도 했고, 관중들이 허민을 상징하는 민세니티(Min-Sanity)나, (Min mania)라고 쓰인 티셔츠를 착용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억만장자의 프로무대 데뷔 이벤트

민세니티(MinSanity)는 허민 구단주의 이름인 민(Min)과 '미친짓, 기인한 일'등을 뜻하는 인새니티(insanity)의 합성어입니다. 한국의 억만장자의 미 프로야구 데뷔를 홍보하기 위해 볼더스 구단이 재미있는 이벤트를 준비한 것입니다.  

한편, 볼더스의 켄 레너(Ken Lehner) 사장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허민 선수의 입단과 관련하여 "허민과 구단관의 계약은 2013 시즌 마지막 주까지 이어질 것이며, 내년 시즌을 위한 초청장도 준비해놓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허민 선수에 대해서는 "볼더스의 첫 번째 한국인 선수이자, 첫 번째 너클볼 투수"라고 칭찬한데 이어, "허민 선수의 피칭이 고양원더스와 락랜드 볼더스 두 독립야구단 모두를 이롭게 하는 국제적 교류의 천 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습니다. 

볼더스 구단의 홈경기장인 뉴욕주 프로비던트 뱅크 파크는 5천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인데. 허민 선수가 등한한 경기에는 3천명 이상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허민 선수가 손수 많은 입장권을 구입해서 한인 사회를 비롯하여 주변에 무료로 나눠줬다고 합니다.

이날 경기에서 허민 투수는 뉴어크 베어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5개의 안타를 맞고(그중 1개는 홈런) 4개의 볼넷과 2개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면서, 5실점을 기록했습니다. 허민 투수는 4회 선두타자 오헤어와의 승부에서 몸에 맞는 볼을 던진 후 구원투수 아담 브라운와 교체되었는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허민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화답했습니다. 

▲ 이날 데뷔전에서 허민 선수는 3이닝 동안 5개의 안타를 맞고 4개의 볼넷과 2개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면서, 5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사진은 SBS-ESPN 화면 갈무리)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SBS-ESPN 안경원 해설위원은 "허민 선수의 너클볼이 예상보다 낙차가 크다"며, "나에게 치라고 해도 쉽게 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독립리그 선수들을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

구단은 볼더스 팀은 뉴어크 베어스와의 9월2일(우리 시간으론 3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금년 시즌을 종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날 허민 선수의 등판이 개인 적으로는 데뷔전이자 시즌 마지막 경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켄암 리그에 속한 선수들은 매월 급여를 받는데, 급여 수준은 최하 700달러 최다 3000달러라고 합니다. 구단에서 허민 선수의 몸값을 후하게 쳐줘서 2000달러라고 가정해도, 계약기간이 1주일 정도밖에 안되니 금년 시즌 구단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는 500달러(우리 돈 60만원 정도)밖에 안 될 겁니다. 미국 왕복 항공료는 고사하고, 숙박비도 되지 않는 돈입니다. 

볼더스 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허민 선수는 볼더스와 계약을 치르면서 "고양 원더스 선수들에게 포기만 하지 않으면 꿈이 현실이 된다는 걸 증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나는 내 꿈의 일부를 이뤘지만 앞으로도 너 높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같은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허민 구단주의 미국 무대 진출은 일종의 이벤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벤트 가운데 여러 가지 의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허민 구단주는 자신이 운영하는 고양 원더스 팀의 선수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려는 절실한 마음이 보입니다. 또, 양국 독립리그의 상호간 교류를 통해 묻혀있는 진주들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주고 싶은 기대도 보입니다. 그리고 양국 야구팬과 야구인들이 독립리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환기하려는 아우성도 들리네요.  

아무튼 인생의 고비에서 기인한 구단주 허민과 야신 김성근 감독을 만난 고양 원더스 선수들은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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