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D-1] '단순 기부' 졸업...제주동부아름다운청소년센터 조성에 종잣돈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그 동안 도움이 손길이 필요하고 가치있는 곳에 참가자들의 정성을 전해왔다. 홍수로 피해를 겪고 있는 서남아시아 갠지스강 일대,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김만덕 기념관 설립기금 지원, 제주청소년지원센터 건립 등에 기부금을 사용해 왔다. 제주의소리는 다음 29일 열리는 제6회 대회를 앞두고 그 동안 참가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되짚어봤다.

 

▲ 아름다운청소년센터 온라인 카페 메인 페이지. ⓒ제주의소리

2008년 1회 대회부터 3년간 서남아시아 ‘나마스떼, 갠지스’ 프로젝트, 외국인평화공동체 등에 지원을 하던 마라톤조직위와 주최측인 <제주의소리>는 고민에 빠진다. 기부금 전달 방식을 넘어 복지 인프라 그 자체를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

시혜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름다운마라톤’ 다운 방법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 때 조직위의 시선이 닿은 곳은 도심에 비해 소외된 농어촌 청소년들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제주시 구좌읍 일대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아이들은 제주시내 지역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조직위는 2011년 4회 대회 때 참가자들이 모아준 기부금 중 2634만9000원을 바로 해당 지역 청소년을 위한 ‘종합문화센터’를 만드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뜻을 밝히자 하나 둘씩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역의 대안학교 교사, 사회복지사, 변호사, 교수, 의사, 기업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청소년센터를 짓는 데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짧은 시간에 놀라운 일이었다.

2012년 4월. 문성윤 변호사를 대표이사로 비영리 사단법인 ‘아름다운 청소년이 여는 세상’이 출범했다. 대안학교 교사 출신인 백희봉 씨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사, 변호사, 교수, 의사, 기업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 열일곱 명이 모였다.

강신보 제주유리의성 대표, 고은택 제주수눌음자활센터장,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 김경학 동제주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김민호 제주대 교육학과 교수, 김영남 김녕미로공원 마케팅 이사, 김영환 칸건축사 대표, 박호범 데일카네기트레이닝 제주연구소 소장, 송창윤 아름다운가게 총괄팀장, 안민찬 한라동물종합병원 원장, 이재홍 <제주의소리> 편집국장, 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대표이사,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가 이사직을 맡았다.

또 김종현 NXC 본부장, 오수용 제주대 로스쿨 교수가 감사를 맡았다. 고시홍 전 세화중 교장이 자문위원으로 참가했다.

 

▲ 아름다운청소년센터 입구. ⓒ제주의소리

 

▲ 아름다운청소년센터 학생들이 사회적 기업 '알이'의 작업실에서 목공예 수업을 받고 있다. ⓒ제주의소리

기부 행진도 이어졌다. 홍일남 전 고려의원 원장이 100평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지역희망디자인센터는 인력과 물품을 지원했다. 넥슨의 자회사 넥슨네트웍스는 프로그램비 660만원을 보탰고, 성산고와 세화요양원은 아이들의 푸드뱅크를 통해 저녁식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간이 차려졌으니 이제 채워지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그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과 자연스레 마음이 맞았다.

폐목재를 새로운 디자인용품으로 만들어내는 사회적기업 알이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재능기부했다. 매주 금요일 11명이 센터 청소년들이 알이를 방문해 목공예 수업을 받는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20주짜리 수업은 아이들이 매주 가장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다.

‘기자학교’도 생겼다. 동부아름다운청소년센터가 중심이 돼 지역 아동센터와 중학교 등 인근 8개 기관이 모여 만들었따. 올해 12월까지 매달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전직 기자 출신인 장공남 강사와 시인이자 NIE강사로 활동하는 강은미 강사가 글쓰기와 저널리즘을 가르친다. 직접 기자의 역할을 줘 마을을 취재하고 기사도 쓰는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래퍼 박하재홍의 ‘랩 인문학 교실’, 방학 자전거 일주, 영상 미디어 제작 강의, 바리스타 강좌, 사진과 POP아트 강좌 등 말 그대로 학교가 끝난 뒤 또 다른 학교의 모습이다. 인근 중학교에 직접 연극배우들을 초청해 연극놀이 수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 '2011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 3200명 참가자들이 모아준 기부금 2634만9000원은 모두 '아름다운 청소년센터'를 만드는 데 쓰였다. 2011년 대회에서 제주 여성 최초 마라톤 풀코스 50회 도전에 성공한 여신숙(맨오른쪽) 씨가 아름다운가게 제주본부(가운데 제주지역 공동대표 김국주)에 참가자 대표로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DB

백희봉 센터장은 “아이들이 농촌지역에 있다보니 학교가 끝난 뒤 갈 곳이 없다”며 “센터에 와서 휴식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여러 의미있는 프로그램들을 하니 편안해 하는 거 같아 아이들의 안식처같다”고 말했다.

학교가 끝난 후 오후 아홉 시까지, 또 주말과 방학에도 피씨방 말고 아이들에게 ‘가고싶은 곳’생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지역사회가 바뀌고 있는 것을 지역주민들이 체감하기 시작했다.

백 센터장은 6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마라톤기금 덕분에 나눔 덕분에 아이들의 소중한 공간이 생긴 것”이라며 “지역 청소년들을 성장시키는 씨앗기금인 만큼 마을에 이바지하고 청소년들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센터를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모든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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