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제주본사 한라산 관음사가 최근 소속 사찰인 도남동 보현사 부지 7011㎡ 일체를 매각하려 해 신도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40억원대를 호가하는 보현사는 제주시 도남동 요지에 자리하고 있다. 1955년에 낙성한 보현사 대웅전 모습.   ⓒ제주의소리

관음사 신도들 반대대책위 구성…“일방 매각은 조계종법·전사법 위배”

제주불교 본사 한라산 관음사가 소속 말사(末寺)인 도남동 보현사를 이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보현사 부지 전체를 매각하려해 홍역을 앓고 있다.

시가 약 40억원대의 보현사에 대한 매각 공고와 입찰을 관음사 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신도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신도들의 강력한 반발이 일면서 매각절차가 일시 중지되는 등 관음사는 또다시 내홍을 앓고 있다. 신도들은 매각절차, 매각과정 등에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인 한라산 관음사(주지 성효)는 그동안 사찰재산 매각과 관련한 내부 갈등이 여러차례 있었고, 지난 2007년에는 주지 선임 문제로 조계종 총무원과 충돌을 빚는 등 사찰 내 폭력사태까지 일어나 사회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바 있다.

이후 6년여 동안 사찰운영이 안정화되나 싶더니 최근 관음사 경내의 문화재 보호수인 왕벚나무 농약투입 사건과 수십 그루의 산림 무단훼손 사건 등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물의를 빚고 있고, 이번엔 관음사 측의 일방적 보현사 매각 추진으로 사찰 측과 신도 간 심각한 갈등이 확산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모습이다.

관음사는 최근 신도시 포교를 이유로 제주 도남동에 위치한 보현사를 매각해 노형동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26일 제주불교신문에 보현사 토지 7011㎡를 매각하는 공고를 실었고, 지난 8월1일 45억원에 낙찰 결정했지만 총무원의 처분승인 보류 조치로 매각절차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에 관음사신도회, 거사림회, 관음회, 청년회, 자비회, 제주불교문화대학총동문회 등 관음사 신도단체들은 지난 달 22일 ‘관음사 포교당 보현사 매각 백지화 비상대책위원회’(대표 양방규 관음사신도회장)를 결성하고, 관음사 측에 제주불교 도심포교의 상징 사찰인 보현사 매각 추진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신 관음사' '알 관음사'로 불려온 제주불교 상징공간, 쇄락 이유로 매각?

제주시 도남동 소재 보현사는 4.3사건 당시 한라산 관음사가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격전으로 소실되자 신도들의 정성으로 1955년 낙성된 사찰로, 속칭 ‘신(新) 관음사’ 또는 ‘알(아래의 제주어) 관음사’라 불릴 만큼 사실상 한라산 관음사의 분신이자 도심포교의 거점 역할을 해온 제주불교의 상징적 공간이다. 

비상대책위도 이런 점에 주목, “보현사의 창건 역사와 배경을 모두 무시하고 관음사가 신도들과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현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부당한 절차로 추진되는 보현사 매각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비상대책위는 또 “관음사 포교당인 보현사 매각은 절대 안될 일”이라며 “특히 조계종 종법에는 사찰부동산 처분 시, 신도회장 등이 참여하는 사찰운영위원회의 심의결의가 있어야만 매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도 관음사 측이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는 밀실 종무행정을 벌여왔다”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조계종법(사찰운영위원회법 제5조)에 의하면 “사찰재산 매각, 대여, 교환 등의 행위를 할 때는 신도회장 등이 포함된 사찰운영위원회의 사전심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상대책위는 바로 이런 이유로 “보현사 매각 건과 관련해 관음사운영위원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어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도 '재산처분 승인' 중단…"신도회 참여 운영위 거치라"

조계종 총무원도 보현사 재산처분 승인을 내줬다가 신도회가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자,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관음사 측에 “신도회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의 합의가 있지 않으면 처분승인을 재검토하겠다”는 공식 의사를 전달했다.

특히 이번 보현사 매각 추진은 전통사찰보존법에도 위배돼 있다. <제주의소리> 취재결과, 현재 전통사찰인 관음사의 직할 사찰인 보현사는 재산 처분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이 있어야만 처분이 가능하다.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하면 전통사찰 부동산의 양도 처분 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 없이 처분할 경우 원천 무효임이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전통사찰인 관음사 소속 보현사의 재산처분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고, 아직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 관음사 소속 제주불교문화대학원 총동문회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보현사 매각 백지화를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 조계종 제주본사 한라산 관음사가 최근 소속 사찰인 도남동 보현사 부지 7011㎡ 일체를 매각하려 해 신도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신도회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보현사 매각 반대대책위는 최근 보현사 매각은 원천 무효이고 매각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관음사 부설 제주불교문화대학원 총동문회에서도 8일 언론 보도자료를 내고 “조계종 23교구 본사 관음사가 도심포교당인 보현사를 무단 매각하려 해 신도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며 “보현사는 종파를 초월해 제주불교의 중심도량으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곳으로 매각은 절대 안된다”면서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 총동문회는 이날 ‘보현사 매각 시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보도자료에서 ▶보현사의 역사·전통적 상징성 ▶조계종법 사찰재산 매각 규정 위반 ▶전통사찰보존법 위반 등을 꼽아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관음사 측이 보현사 매각 이전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보현사 시설의 쇄락 ▷주변 경쟁사찰의 밀집 ▷불교대학 중심으로 사용돼 사찰운영 어려움 등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사찰이 쇄락해 주변 민원이 있다면 도량을 더욱 청결히 해 지역민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쉼터로 만들어야지 매각하고 없애려 하느냐”며 “경쟁사찰 탓이나 불교대학 탓은 그만하라. 신도가 돈벌이 수단이란 말이냐”면서 맹렬히 성토, “보현사 매각 완전 백지화에 불자들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관음사, "보현사 단순 매각 아닌 이전...매각 불가피" 

현재 관음사 측은 보현사 매각과 관련, 사찰 종무회의와 교구종회 동의, 총무원 종무회의를 거쳐 적법하게 추진되어온 만큼 절차상 문제는 없고, 또한 보현사를 그냥 매각하려는 것이 아니라 포교활성화를 위해 신제주 권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방편으로서 쇄락한 현 보현사의 매각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달 18일 신도들과의 면담에서도 성효 관음사 주지는 “일부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 신도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서 이전 매각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매각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의소리>는 관음사 주지 성효 스님의 정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8일 몇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보현사 매각 백지화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주 중 조계종 총무원을 상경 방문, 자승 총무원장을 면담하고 관음사의 보현사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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