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칼럼] 소모적인 논쟁 보다 헌법적 지위 확보 요구가 우선

지금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체제개편 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근민 도정은 행정체제개편 방향을 ‘행정시장 직선제’로 정하고 여론조사를 등에 업고 도의회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다시피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년 내에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야 내년 지방선거부터 실시할 수 있다. 도내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국회에서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도루묵인 셈이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 ‘행정체제개편 밀어붙이기’는 우근민 도정의 내년도 선거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의회의 부동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한편 동의한다 해도 현재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국회의 상황을 보면 올해 내에 특별법 개정이 불투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행정체제개편 방향인 ‘행정시장 직선제’는 너무나도 단편적이고 한치 앞의 제주 미래도 내다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7년의 평가와 문제 해결 방안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초기 도의회 정책자문위원으로 재직하면서 특별자치도의 여러 현안들을 접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배경은 첫째는 지역균형발전, 둘째는 제주도 전체의 정책 일관성 유지, 셋째는 국가의 ‘특별한’ 재정 지원 넷째는 공무원 감축 등 행정 효율성 제고 등의 이유로 2006년 7월 출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시행 후 5년 전후해서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민들의 자치권’ 약화로 인해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민원 제기를 하면 행정시에서는 권한이 없다고 하고, 제주도에 가면 우리 업무가 아니라고 하는 식의 떠미는 행정이 계속된 것이다.

또한 실제 필자가 경험하기에는 지방교부금이나 국고보조금의 재정 지원 손실, 어정쩡한 행정시 존치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성 증대, 산북과 산남의 지역간 격차가 커지는 불균형 발전 등 여러 문제가 도출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행정체제 개편위와 우도정은 이와같은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와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도민의 자치권 약화’에 대한 카드로 ‘행정시장 직선제’만을 정치적 관점에서 내밀고 있는 것이다.

‘도민의 자치권 약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부활하면 되는 분명한 방안이 있음에도 또다시 도민사회를 어지럽게하고 어정쩡한 ‘행정시장 직선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문제해결을 제시하는 제주 미래의 미전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단편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위해서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 보다 특별자치도의 위상이 ‘특별법’이라는 지위에서 벗어나 ‘헌법적 지위’를 확보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확실한 ‘권한있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며 비로소 제주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침 올해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논의기구’가 구성되어 있다. 비록 정치적인 이유로 구성되어 있지만 어느 때보다 헌법 개정 논의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앞으로 2~3년 동안 우리 제주도는 도민들의 힘을 모아 특별자치도가 ‘헌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도의회는 차라리 행정체제개편 동의 여부를 논의 할 것이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를 위한 결의문' 채택이나 ’특별기구‘ 구성 등을 촉구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 김경환 전 제주대 행정학과 강사·사회적기업 일하는사람들 대표.

가장 적합한 행정체제는 오랜 기간 같은 지역에서 모여사는 주민들의 전통과 정서, 법과 제도가 어우러져 만들어 진다고 행정학에서는 가르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우리 도민들의 ‘편안한 복장’이 되기까지는 아직 얼마의 세월이 흘러가야 할지 모른다. 그만큼 도민들의 노력과 시간이라는 땀이 함께 녹아나야 할 것이다. / 김경환 전 제주대 행정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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