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5)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 코코

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풀어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격주 토요일 <코코어멍의 동물애담> 연재가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잠시였지만 코코의 눈에서 절망을 본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그때 그 눈빛 내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 6월 어느 날, 코코와 산책을 하던 중 호출을 받아 바로 직장을 가야했다. 마침 친구 집이 근처에 있어 코코를 맡길 요량으로 친구 집으로 향했다. 낯익은 얼굴에 코코도 친구를 반기자 냉큼 코코를 친구에게 안기며 점심에 데리러 오겠다며 직장을 향했다. 잠시 차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코코를 보는데 당황스러워하며 ‘이럴 수가!’하는 절망적인 눈빛을 내게 보낸다. ‘왜 그러지?’ 잠시 생각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 눈빛을 무시했다.

▲ 산책을 하다 동이 트면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태양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코코.

일을 마치고 친구네로 가니 코코가 저만치 떨어져 불러도 오지 않는다. 가까이 가도 나를 스쳐지나간다. 나를 피하는 눈치다. 내가 없는 사이 친구는 코코를 데리고 오일시장에 갔다 왔다며 자랑이다. 추적추적 빗속에 흙탕물이 튀긴 코코의 몸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코코의 마음도 엉망이 되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코코는 내게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던 거다. 즐거운 산책인 줄 알고 집을 나와 누군가에게 아무런 말없이 맡겨져 결국 버림을 받았던 코코의 기억에 나 역시 똑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조그만 강아지의 감정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늘 내 방식대로만 행동했을 뿐, 코코의 상처는 언제나 혼자의 몫으로 그대로 방치됐다. 대체 그 서러움과 절망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그날, 코코의 눈을 보며 몇 번이고 ‘우리는 식구이고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이라고 설명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시간이 흐르니 코코는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 어디에도 서운함은 없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예전처럼 말괄량이 코코가 됐다. 마치 ‘뭐 그리 심각해! 무슨 일 있었어?’하는 것 같았다.
 

▲ 신도 모른다는 인간의 마음과 다르게 동물의 감정은 마치 유리와 같이 투명하다. 어린아이처럼 숨김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비밀이 없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코처럼 밝은 아이는 처음이다. 서먹한 인사를 했던 이웃과도 코코가 있어 한마디라도 더 나누게 된다. 이웃집 아이들이 코코를 본다고 놀러오곤 한다.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코코가 먼저 아이들에게 무한 사랑을 준다. 두발을 번쩍 들어 올리며 한참동안 아이들을 반긴다. 거칠게 몸을 만져도 가만히 기다린다. 까칠한 이호가 아이들에게 ‘왕’하고 겁을 줄라치면 이호를 옆으로 밀치며 단단히 경고한다. 상처를 받았을 아이에게 다가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한참을 위로한다.

▲ 잠자는 모습을 찍으려는데 어느새 눈을 번쩍 뜨며 포즈를 취해준다.

코코를 돌보며 코코에게 해준 것 보다 받은 게 많다는 걸 알고 있다. 단순히 음식과 안정된 공간만을 주었을 뿐 코코는 그 이상의 신뢰와 사랑을 내게 주었다. 신뢰를 하고 사랑을 받는 건 치유의 시작이기도 하다. 코코를 꼭 안고 있으면 유쾌하고 부드러운 코코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나는 코코의 존재만으로 많은 것들이 치유가 되고 있음을 느낀다.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미 사랑 안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 김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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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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