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 '보존' vs. '개발'

2005년 12월 21일 서울 고등법원에서는 1심 판결을 홀라당 뒤짚고 농림수산부와 전북도(청)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즉, '새만금' 물막이 공사(2.7Km)를 마무리해도 좋다는 결론이다. 물론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 판결이 나기 전에 내년 봄(4월경)이면 '새만금'은 숨통이 끊어지고 만다. 대법 판결이 1심을 인정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게 되어 버린다는 결론이다.

노태우 군사정권 때 국가경영 방침은 박정희의 개발독재 모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뭔가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보여 줘야 민심을 얻을 수 있을 터인데, 특히 전라도 인심을 얻어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던 것 같다.

'새만금' 갯벌을 농토로 전환하여 '쌀'을 증산하자...이게 원래 목표였다. '쌀'은 곧 군량미로도 전환되는 것이요, 당시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가지 않을 확고부동한 '요새'와도 같은 것이라고 믿었다. 식량확보는 석유자원 확보와 더불어 꼭 지켜야 할 금기의 성역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자자손손 대를 이어가면서 '조개'를 캐고 '생선'을 잡아서 생계를 유지하던 소수(?)의 어민들의 어필은 뒷전으로 밀려도 한참 밀려나고 말았다. 서울 고등법원 앞에 나와서 시위하는 어민들의 숫자는 겨우 10여명에 불과했다. 서글픈 현실이다.

오늘 날 농민들이 서울 복판에서의 시위로도 모자라서 홍콩에 까지 가서 WTO의 횡포를 막아 우리나라 '쌀'을 보호하겠다고 혼신을 다해 싸우고 있는 현실에서 '새만금' 개발의 꿈(fantasy)은 아직도 유효한가를 짚고 넘어 가지 않을 수 없다.

'하잘 것 없는 갯벌이 옥토로 변한다.' (환타지 I)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한 자본을 투자해서? (현실 I)

나는 새만금은 가 보지 못했지만, 미국 유학을 떠나기 바로 직전(1979년 3월초) 만경평야 복판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 복판에 내 선조 묘와 제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동서남북이 분간이 안되는 논뜰이 펼쳐진 것을 보고 놀랐다. 여기서 생산되는 쌀을 가지고도 우리가 배고프단 말인가? 이해가 안되었다.

요즘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쌀이 남아 돌아간다고 한다. 농민들은 생산해낸 '쌀'(=벼)를 팔지 못해서 아우성이다. 팔아 봤자 농약 비료 인건비등을 충당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시 환타지에서 현실로 돌아와서 '새만금'을 농지로 전환하는데 얼마만한 시간과 세금을 갖다 부어야 할까?

내년 봄에 물막이 공사가 끝이 나면, 갇힌 바닷물을 뽑아내고 갯벌을 말려서 염분을 빼어내고 벼를 심을 수 있기까지는 적어도 20~30년이 족히 걸린다. 두개의 강줄기에서 흘러 들어오는 오수를 정화할 능력을 갖춘 담수호를 만든다고도 한다. 그 호수를 만들고 정화할 능력이 있기 까지는 또 얼마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세금을 부어야 할지도 계상이 안된다.

"새만금 갯벌 위에 세계 최고의 타워(높이 510m)가 세워진다"
(환타지 II)

"세계 최고의 타이완 타이베이 파이넨셜 센터(높이 508m)가 있다.
(현실 II)

강현욱 전북지사는 21일 새만금 항소심에서 승소판결이 나자 기자회견을 열어 위와 같은 '환타지II'를 터뜨렸다 [연합뉴스].

언제 '환타지I'에서 '환타지II'로 장르가 바뀌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환타지II'의 실현 가능성은 "0"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사상누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북도에 땅이 모자라서 그 '세계 최고의 타워'를 못 지은 것은 아니다.

농어민들은 '쌀'이나 '생선'을 팔아서 먹고 산다면, 정치꾼들은 '환타지'를 팔아 먹고 산다.

<줄기세포 designtimesp=28550> 만들기 '환타지'가 깨어지던 순간 얼마나 많은 궁민들이 허탈해 했던고.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게 냉엄한 현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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