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승석 변호사, 권한쟁의헌법심판 결정의 의의와 전망

 헌법재판소는 22일 청구인 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군과 피청구인 행정자치부장관, 제주도 간의 권한쟁의심판사건에 대하여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선고했다.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 행정자치부장관의 지난 6월 27일 주민투표요구행위와 제주도지사의 주민투표발의공고행위가 청구인들의 자치권한을 침해하거나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주민투표실시권한을 침해하는지, 나아가 무효인지, 또 예비적으로는 투표실시요구와 투표 실시로 인해 제주도 내의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폐치됨으로써 청구인들의 자치권한이 침해될 위험이 있는지의 여부이다.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행정자치부장관이 제주도행정구조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요구는 제주도 전체를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로 할 것인지에 대한 주민투표로서, 주민투표법 제8조에서 예시하고 있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한 사항으로 그 실시여부 및 구체적 실시구역에 관해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의 장인 청구인들이 행정자치부장관으로부터 주민투표 실시요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청구인들에게 주민투표실시권한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둘째, 제주도 내 4개 시군의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여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행정 시로 개편하는 주민투표 안은 광역자치단체로서의 제주도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서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하는 ‘관계 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한다. 바꿔 말하면 제주도지사의 주민투표발의공고행위가 적법, 유효하다는 것이다.

 셋째, 청구인들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는 국회의 입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법률(제주도행정체제등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이상 자치권한의 현저한 침해는 성립될 수 없다.

 이 결정의 법적 의의는 첫째 지방자치단체의 폐치, 분합에 관한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 입법 자료를 제공하는 기능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둘째 주민투표 실시행위 자체만으로는 자치권한의 현저한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은 정치적 입지만을 고려한 나머지 기초자치단체 폐지라는 법률이 제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너무 조급하게 이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다만 청구인들을 비롯한 해당 지역주민들이 제주도행정체제등에관한특별법이 행정입법으로 국회에 상정된 후 12월 초순경 헌법상 보장된 자치권한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이로써, 청구인들과 지역주민 대 우리나라 국회 사이에 헌법상 보장된 자치제도에 대한 논쟁의 불씨가 지펴지고 본격적인 법리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행 광역과 기초의 중층(重層)의 자치제도가 만고불변의 제도는 아니라고 본다. 지방자치제도는 역사적, 지역적 특수성을 갖고 있어서 나라마다 특색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는 어느 지역에 광역자치단체인 도(道)만을 두고,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고, 광역과 기초단체 양쪽을 모두 설치할 수도 있으므로 그 입법형성권은 오로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만이 갖고 있다고 본다.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개편방안으로서 중층적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인구 30만~100만 명 정도의 경제적 생활권을 같이 하는 중핵도시 60 여 자치단체에 정치적 자치기능을 부여하는 새로운 지방자치제도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입법화된다면, 종전 지방자치법에 의하여 창설된 광역 및 기초단체들은 헌법상 자치권한이 침해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과 같이 헌법소원 또는 권한쟁의심판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

설령 제기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과연 헌법재판소가 그런 입법이 헌법상 보장된 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이 경우에 전국 기초 자치단체 모든 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그 찬반 결과를 입법에 반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헌법재판소도 지방자치제도의 역사성, 현실성, 경제성 등을 존중하여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필자는 제주도내 모든 자치단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닌 한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생각한다.  [변호사 김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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