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14) 프로구단 전지훈련 일정 앞두고 서귀포시 사회인야구는 불야성

▲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에서 야간경기를 치르는 장면

무더위가 가시고 완연한 가을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날, 푸른 잔디 위에서 즐기는 야구는 모든 야구인들의 로망입니다. 무더운 여름에도 주말에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야구경기를 치렀는데, 요즘 서귀포는 어찌된 일인지 늦은 시간에 야구장이 불야성입니다.

서귀포시 사회인야구는 날마다 불야성

그것도 주말이 아닌 주중에, 직장에서 일을 마친 야구인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야구장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석 전에 비해 제법 싸늘해졌는데도, 야구장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서귀포의 야구인들이 주중에 연이어 경기를 치르는 이유가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을 탐내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서귀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입니다.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로 대표되는 천혜의 경관과 겨울에도 영상 5도를 웃도는 온난한 기후는 귤을 비롯하여 다양한 온대성 작물들을 길러냅니다. 서귀포를 찾는 이들이 이국의 정취를 만끽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서귀포에는 외부인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또 다른 명소가 있습니다. 서귀포 월산봉 자리에 만들어진 강창학 경기장인데요, 경기장 내에 있는 야구장은 야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지난해에 강창학야구장에서 마무리캠프를 차렸던 고양원더스는 이 구장에 대해 "2006년 김성근 감독님이 SK에 부임 한 후 선수들과 처음으로 훈련한 곳"이라며, "마무리캠프 장소로는 안성맞춤"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고양원더스 관계자는 겨울철 따뜻한 기후와 더불어 훌륭한 경기장 시설 및 그라운드의 천연잔디를 그 이유로 제시합니다.

▲ 지난 해 말, 고양원더스 선수들이 강창학야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던 모습입니다.(사진은 고양원더스 제공)

강창학 경기장은 메인 야구장(중앙펜스 121.92m, 좌우펜스 99m)과 리틀야구장(중앙펜스 75m, 좌우펜스 62m), 내야 그라운드실내연습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메인 야구장과 리틀야구장에는 천연잔디가 깔려 있고, 메인 야구장에는 야간 조명시설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선수들이 다칠 염려 없이 밤낮으로 훈련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죠.

프로구단들이 강창학야구장 찾는 이유는?

작년에는 고양원더스가 이곳에서 마무리 캠프를 차렸는데, 올해는 한화이글즈 팀이 가장 먼저 이 운동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할 계획입니다. 한화는 올 시즌이 마무리되면 10월 말부터 강창학 경기장에서 전지훈련을 치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서귀포시는 이 일정에 맞춰 프로 선수들이 연습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미리 경기장을 재정비할 계획입니다.

서귀포시 야구연합회에 속한 사회인야구팀들이 급하게 야간경기를 치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운동장 정비작업이 시작하기 전에 사회인 리그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남은 경기를 소화하는 중입니다. 각 팀은 매주 일요일에 한 경기를 치르던 것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그것도 야간에 경기를 치르고 있으니, 직장인들로서는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우선 낮 동안 직장에서 일을 하던 몸을 이끌고 왔기 때문에 몸에 피로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손발이 생각처럼 말을 잘 듣지 않고, 밤이라 잠이 몰려 눈이 감기기 일쑤입니다.

야간 조명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빛이 여러 각도에서 비치는 만큼 공에 반사되어 가는 방향도 제각각입니다. 타구가 외야로 높이 날아올 때 떨어지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포구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밤이슬에 젖은 공이 미끄러운 것도 애로사항입니다. 강창학 경기장은 외야는 물론이고 내야에도 잔디가 깔려 있는데, 공이 잔디 위를 구를 때면 밤이슬을 머금게 됩니다. 그 공을 잡은 야수가 미끄러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송구 실책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수비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길어지게 마련입니다.

지난 25일(수) 저녁 9시부터 벌어진 씨밀레와 이그니션스의 경기 결과는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야간 경기에 적응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줍니다.

야간경기, 사회인들에겐 녹록치않다

이날 경기에서 씨밀레는 내야안타 3개와 상대 내야의 실책이 3개에 힘입어 1회초에만 무려 7점을 뽑았습니다. 씨밀레의 1회초 공격에서 방망이에 제대로 걸린 안타는 4번 윤형욱의 좌전안타 한 개 뿐이고 대부분 상대방의 실책성 수비에 힘을 입어 점수를 얻은 겁니다.

그런데 반격에 나선 이그니션스는 1회말에 무려 10점을 뽑았습니다. 안타가 5개인 반면 상대 수비의 실책이 6개입니다.

1회부터 핸드볼 점수로 시작한 야구는 결국 2회를 넘기지 못하고 1시간 50분 제한 시간에 걸려 마무리되었습니다. 최종 점수는 12-19로 이그니션스가 승리를 거뒀는데, 2회까지밖에 치르지 않은 야구경기의 결과로는 너무도 많은 점수입니다.

아무튼 이런 것을 구경하는 것도 사회인야구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프로선수들이 야간에 경기하는 것을 보면 쉬워 보였는데요, 막상 해보니 그거 장난 아니네요.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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