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 가정에 성탄절이란 한없이 기쁘고 뜻깊은 날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기예수의 태어나심에 대한 의미는 실종되고 산타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성탄절의 상징이 되어 버렸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건 안 다니는 사람이건 상품을 선물로 나누는 행위가 보편화 되었습니다.

전 우리 아이들에게 성탄절이라고 상품을 선물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아이들에게 낮고 천한 몸으로 인류에게 사랑과 평화를 선물하러 오신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성탄 전날인 24일 오전, 아내와 진주, 우진이를 데리고 농원에서 귤을 땄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점이지만 아이들은 농원에서 놀 때가 가장 즐겁고 건강하게 보입니다. 낮 동안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 ▲ 성탄 이브인 24일 낮 동안 진주(오른쪽)와 우진이(왼쪽)는 농원에서 놀았습니다

저녁에는 마침 제주 기독연대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 전야예배'를 계획하고 있다는 광고를 듣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예배는 늘푸른교회(담임목사 이정훈)에서 24일 저녁 7시30분부터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예배는 고통 받는 사람들 중 지진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파키스탄인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 ▲ <늘푸른교회>의 입구에는 파키스탄 지진피해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늘푸른교회 입구에는 지진 피해를 당한 파키스탄 인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 들어가보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과 에바다교회의 농아 성도님들, 그리고 지역에 사는 많은 교인들이 참석해 계셨습니다.

▲ ▲ 교회 안에는 외국인 근로자들, 노아들, 인근에 사는 교인들이 참석하셔서 자리를 가득 채우셨습니다

예배 시작 전에 찬양이 이어졌습니다. 찬양은 '대한성공회 제주교회'의 어린이 합창과 오카리나 연주, 늘푸른교회의 플루트 바이올린 연주, 월드비전 찬양팀의 비전콘서트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 ▲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월드비전 찬양팀이 '비전 콘서트'를 진행하는 모습입니다.

늘푸른교회의 이정훈 목사님의 진행으로 시작된 예배에 한라성결교회의 이철우 목사님이 시작하는 기도를 해주셨고 성공회 제주교회의 박동신 신부님께서 설교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 ▲ 성공회 제주 교회의 박동신 신부님께서 설교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예배 중간에는 월드비전에서 준비한 파키스탄의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도 우리 아이들과 더불어 그 나라의 비극적인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의 어떤 도시는 송두리째 잿더미로 변하기도 했고, 아이들이 학교 건물에 깔려 몰살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 파키스탄의 지진 참사를 알리는 영상물을 감상했습니다. 영상 자료는 월드비전에서 준비하셨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제주로 와서 생활하는 근로자와 유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파키스탄에서 현재 격고 있는 어려움을 구두로 전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모두 모슬렘(이슬람교도)인데 이 분들의 말을 빌리면, 현재까지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이 5만 7천명에 이르고, 약 130만 명 정도가 집을 잃었다고 합니다. 현재 그 나라가 체험하는 고통과 비극이 아마 한국전쟁 때 우리 국민들이 체험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 파키스탄 근로자와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조국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모슬렘입니다

오늘 예배에서 모아진 헌금은 전액 파키스탄 구호기금으로 보내어져서 파키스탄 이재민들을 위한 담요와 텐트 구입자금으로 쓰인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축도는 에바교회의 정희준 목사님께서 해 주셨는데 농아 인들을 위해서 수화로 축도하시는 걸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 ▲ 에바다교회 정휘준 목사님께서 수화를 곁들여서 축도하시는 모습입니다.

오늘 예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생소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성탄절이라 본인들이 섬기는 교회 일도 매우 바쁠텐데 여러 목회자분들이 교파를 초월해서 소외 받고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해 예배를 준비하고 이끌어 주신 점도 그렇고, 예배가 시종일관 수화로 번역되고 있는 점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모슬렘을 초청해서 예배를 드리는 점이 더욱 그랬습니다.

오늘 제가 사랑하는 진주와 우진이를 위해 특별한 상품은 준비하지 않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을 선물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기독교인이 아닌 그 누구와도 함께 예배를 드릴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고, 항상 자신들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을 돌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 전야예배'에 참여한 단체는 늘푸른교회, 대한성공회 제주교회, 에바다교회, 한라성결교회, 월드비전 제주지부,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등입니다. 예배를 위해 준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고마운 말씀 전합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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