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수님은 자신의 회견문에서도 37년만의 귀향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분단의 현실을 인정하고 조국의 품으로 동아온 송교수님은 마지막 인생을 조국에 바치려 합니다.

종교계ㆍ학계ㆍ문화예술계 원로 들도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화해와 상생의 길"을 제시하고 원로들은 "분단으로 말미암은 상처가 없는 사람은 민족 구성원 가운데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런 중에 이분법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지금의 현실에서 송두율 교수를 우리 사회가 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찾는것이라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더이상 우리사회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기 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의 입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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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송두율 교수 기자회견 전문 .

37년 만의 귀향에서 저는 참으로 많이 변한 조국을 돌아보며 감개무량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기쁨이며, 저에게는 놀라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께서 베풀어주신 관심과 배려에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몇 가지 다짐을 할까 합니다.

그간 귀국을 전후하여 본의 아니게 저로 말미암아 생긴 혼동에 관해 어떤 해명이나 사과보다도 다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다짐은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땅에 살기 위해서 왔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부대끼고 실천하고자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우선 저는 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에서 탈당하고자 합니다. 제가 의도했든 안 했든, 더는 구구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준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며 살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또한 고향에 돌아온 사람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살고자, 이 땅에 책임을 지고자 독일국적을 포기하겠습니다.

여기에 따르는 어떤 불편이나 처벌과 고통도 감내할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립니다.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숱한 사람들이 고난을 겪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 길을 결코 피하지 않겠습니다. 이 선택은 제 가슴에 남아 있었던 오랜 빚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믿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동료 후학들과 같이 학문을 연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와서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학문은 역시 생생한 현장에서 익히고, 깨우쳐야 하며, 민족을 위한 쟁기와 보습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제 학문의 출발점이지 미래인 이 땅이야말로 제가 있어야 할 곳입니다.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그렇듯, 저 또한 독일에서 달을 바라보며 고향을 향한 그리움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평양에 갔을 적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서울에 와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빛이 온 나라에 밝듯, 그리움이 다를 수 없듯, 분단과 경계를 넘어서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나라의 민주화와 남북한의 화해 협력의 길에 저도 계속 동참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2003년 10월 14일
송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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