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7) 무조신화 초공본풀이 9

최초의 심방 유씨 부인은 당베, 절베, 신베를 매어 신들 앞에서 이 세상에서 맨 처음 굿을 했다. 이 굿을 ‘예개 마을 굿’이라 한다. 무당서 삼천 권을 읽어 굿법 공부를 마치는 날, 무조(巫祖) 삼시왕은 대추나무 은저울로 신에게 바친 역가(役價), 저승에 가서 10일 동안 배워 온 정성, ‘이승 10년 공부’를 대추나무 은저울로 재어보았다. 그만하면 100근이 넉넉했다.

약밥약술[藥飯藥酒]을 먹여 심방이 되는 의식을 행하고, 하늘이 내리는 어인타인(御印打印)을 찍어 심방의 자격을 인정해 주었다. 삼시왕은 무당서 삼천 권과 삼천기덕[旗]∙일만제기(祭器)∙궁전궁납(樂器)을 내어 주었다. 심방이 되어 팔자를 그르치게 되었으니, 굿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내어 주라고 했다. 실제로 심방집에서 굿을 할 때, 소무는 신굿을 하는 심방에게 삼시왕의 명령대로 최초의 심방에게 내리던 무구를 다 내어주며, 삼시왕이 내어준 무구를 가지고 굿을 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제주도의 신굿 <당주맞이>라 한다. 삼시왕은 굿에 필요한 모든 무구를 내어주라 명한다.

무구를 싸서 다니는 파란 안채포(布) 내어줘라, 북도 징도 설쉐도 소리 좋던 삼동맥이 살장고도 내어줘라. 천문(天門), 산판(算盤), 신칼도 내어줘라 하면, 소무는 무구와 무악기를 계속 내어준다. 무점구를 싸는 호롬줌치 득보잘리(자루) 내어줘라 하면, 차근차근 내어준다.

그 다음에는 굿할 때 입는 옷 홍포관대(紅袍冠帶), 남수화주(藍水禾紬)와 적쾌자(赤快子)도 내어줘라. 녹의홍상 연반물 치마 진녹색 저고리도 내어줘라. 백농(白綾)버선도 내어줘라.  초공 ‘무조신’과 맺은 인연의 줄-초공 신줄, 이공 주화신(呪花神)과 맺은 인연의 줄-이공 연줄, 삼공 전상신과 맺은 업보의 줄, 인간의 직업과 숙명을 관장하는 인연의 줄-삼공 전상줄도 내어줘라. 당베[堂布]여, 절베[寺布]여, 매인 공서 아산 신베[神布] 삼시왕에 팔만금사진 베도 내어줘라. 이렇게 모든 베를 내어주라는 말을 한 다음, 송낙(고깔), 장삼, 갓(冠)도 내어줘라. 영기(令旗) 명기(命旗)도 내어줘라. 이리하여 새 심방이 소무에게 무구 일체를 다 받게되면, 심방은 굿을 할 복장을 차리게 된다. 심방 행장을 차려 옷 입고 베(緣布) 매고 나선다.

▲ 새 심방의 입무굿으로 하는 <예게마을 굿>. ⓒ문무병

심방이 되면 신줄, 연줄이라는 인연의 줄을 몸에 맨다. 이 줄은 마을의 신당과 인연을 맺은 줄 ‘당베(堂布)’, 부처와 인연을 맺은 줄 ‘절베(寺布)’, 심방이 되어 무조신(巫祖神)과 인연을 맺은 줄 ‘아산 신베(神布)’이다. 심방의 자격을 얻고 최초의 굿을 할 때, 심방은 울면서 신 앞에서 신과 인연을 맺고 굿을 하게 되었다며 “당베, 절베 매었수다. 아산 신베 매었수다”하고 이르고 삼시왕 앞에서 ‘니나난니 니나난니’ 하며 춤을 춘다. ‘니나난니 난니야’하는 노래는 제주도의 큰굿 <풍류놀이>에서 부르는 노래이다. <풍류놀이>는 맞이굿의 초감제 때, 신을 오리 밖까지 가서 맞이하여 모셔오는 <오리정 신청궤>의 막판에 모든 신들과 삼시왕의 이승 행차에 안내를 맡은 감상관(=본향당신)과 각 고을의 당신이 모인 자리에서 신들을 즐겁게 하는 놀이다.

이때 심방이 ‘니나난니 난니야’를 부르며 춤을 추면, 구경꾼들도 함께 춘다. 그러므로 <풍류놀이>는 심방이 삼시왕 앞에서 심방이 되었음을 보이고, 신을 즐겁게 했던 춤이다. 옛날은 새 심방이 나려면 신굿 <당주맞이>를 하여, 우선 ‘니나난니’로 춤을 추게 하였다. 그래서 이만하면 신의 몸가짐을 갖추었다 생각이 들면 신들은 “예개 마을굿을 잘 논다”하고 심방의 자격을 인정한다. 그러면 “북을 울려 신전집 대축(大祝)대로 놀아보자”고 말하며, 새 심방은 감상기와 신칼 잡고 춤을 추어 신나게 놀다 쓰러진다.

▲ 예게마을로 굿하러 가는 새 심방과 소무. ⓒ문무병

그때 심방이 나서서 연유를 닦아 가지고 당당하게 삼시왕께 예를 바친 심방이 오늘 어인타인(御印打印)을 맞고 약밥약술[藥飯藥酒] 먹었으니, 당당한 ‘신의성방(神의刑房)’이 될 수가 있겠냐고 묻는 <쇠놀림굿>을 한다.

쇠놀림굿은 신칼점, 산판점 등 굿에 참여한 모든 심방들의 무점구를 가지고 한꺼번에 던져 점을 치는 굿이다. 점괘가 이만하면 심방이 될 수가 있다고 모든 것을 신에게 허락 받은 심방이 되었습니다 하면, ‘신전에 타고난 몸’, 즉 심방이 될 운명이라서 굿을 가야 한다고. 저 아랫녘 자복장자네 집의 굿을 가야 한다고. 소지(燒紙) 꺾어놓았으니, 이젠 소무(小巫)들 품삯을 주고 사람을 쓰는 말을 한다.

▲ 예게마을에 도착 굿을 하는 심방과 소무. ⓒ문무병

천문․상잔을 관리하는 신, 천문선생(天文) 덕환이, 상잔선생(上盞) 덕진이, 신칼과 요령을 관리하는 신, 신칼선생 시왕대번지, 요령선생(搖鈴) 황글저대, 북․장고․대양(징)․설쉐 등 악기를 관리하는 신, 북선생 조막손이, 장고선생(長鼓) 명철광대, 대양선생(징) 와랭이, 설쉐선생 느저왕나저왕, 제물을 관리하는 신들, 보답선생, 밥선생, 국선생, 기메․전지를 관리하는 신, 기메선생, 메선생, 당반선생을 전부 빌었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제주의소리

여기서 선생이란 신이라기보다 굿에 필요한 무구․무악기를 다루는 소무, 음식 제물을 차리는 소무, 기매 전지를 만들며 잔심부름하는 소무들을 빌어 굿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정승 따님아기는 신들이 주는 무구․무복․무악기를 받고 신들 앞에서 새 심방이 되어 신에게 보이는 ‘예개마을 굿’을 하였다. 이 굿을 보고 삼시왕은 그만하면 자복장자집 굿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마침내 유씨 부인은 여러 소무들을 빌어 자복장자집을 찾아가 아이를 살리는 최초의 굿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심방의 되는 입무의례(入巫儀禮)로서 제주도의 신굿 <당주맞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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